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체질'이라 부른다. 안면파출소 경형구(28) 순경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는 경찰이 체질이다"란 소리를 듣곤 한다.
놀라운 것은 경 순경이 경찰 제복을 입은 지 11개월이 지난 솜털이 보송보송한 신입이라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TV에서 경찰이 나오면 그냥 좋았습니다. 철이 들어서는 제복이 멋있어 보였고요.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막연하게 좋아했던 마음이 결국 경찰이 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생활기록부에 장래 희망이 경찰청장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신기합니다."
"뭘 어떻게 했길래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가 체질이란 소리를 들을까?" 하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지만 경 순경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궁금증은 곧 풀린다.
일단 경 순경은 그 짧은 기간에 두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아들이 목숨을 끊겠다는 영상과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한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경 순경은 안면도 해수욕장 여섯 곳을 순찰한 끝에 자신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구해냈다.
또 한번은 영하 10도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인근 남면에서 치매노인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실종자 거주지 바로 인근의 주택에서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평소 순찰을 할 때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곳을 꼼꼼히 기억하고, 치매 환자를 비롯한 고령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선배 경찰의 조언이나 지역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허투루 듣지 않는 것도 경 순경의 큰 장점이다.
주민의 생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태안경찰서 베스트 경찰관으로 선정되기도 한 경 순경은 태권도 4단과 합기도 3댠의 유단자로 강력범죄에도 주눅 들지 않을 배짱을 가졌다.
태안군의 끝자락 안면도는 노인 인구가 많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지만 관광지가 많은 탓에 음주, 자살, 마약 등 제법 굵직한 사고가 끊이질 않는 곳이어서 경 순경을 비롯한 안면파출소 16명의 경찰관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파출소에서 서열이 뒤에서 두 번째라며 씨익 웃는 경 순경은 인터뷰 마지막 말에서도 자신이 경찰 체질임을 증명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는 말을 꼭 실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경찰 생활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명언을 떠 올리며 이겨낼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