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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을 반대한 국회의원의 표결 수입니다.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된 채 상병 특검법은 재적의원 294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자동폐기됐습니다.
표결 전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5명이 공식적으로 찬성을 밝힌 상황이라 여당 이탈 표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찬성하겠다는 여당 의원들이 진짜 찬성표를 던졌는지 의구심이 드는 표결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13석에 여당 성향 자유통일당 황보승희 의원과 무소속 하영제 의원을 포함하면 총 115석입니다. 무기명 투표라 알 순 없지만, 반대 111표만 놓고 보면 당초 찬성 뜻을 밝혔던 5명 중에도 이탈 표가 나왔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2일 표결에 불참한 것처럼 이번에도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유의동, 김근태, 최재형 의원은 표결 직후 언론에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생각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웅 의원은 28일 재의결 표결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당론까지 정해서 과연 무엇을 지켰는가? 그 당론이 진정 옳은 것이라면 진정 부끄럽지 않다면, 나를 징계하시라. 나는 찬성했다"라고 썼습니다.
오히려 야당에서 이탈 표 발생?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언론은 이번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에서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이탈 표가 나왔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입장 변화가 없었다고 밝힌 여당 의원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고, 무효 4표도 이탈 표로 계산하면 야당에서 최소 5표 이상의 이탈 표가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에선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그동안 채 상병 특검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공천 탈락자 또는 낙선자가 반대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찬성파 의원 5명 가운데 4명은 무효 표를 찍고, 나머지 1명은 결국 당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것 아니겠느냐"라고 추정했습니다.
무효 4표의 내용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28일 JTBC가 접촉한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무효표 4표 중 3표가 '찬성성 무효표'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JTBC는 "무효표 중 3표는 '가'(가결)라고 쓰고 옆에 점을 크게 찍거나 괄호를 쳐서 무효가 됐다" " 나머지 1표는 '부'라고 쓰고 옆에 점을 크게 찍은 걸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여당 이탈 표가 적었던 이유
당초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이라 여당에서 찬성 17표가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가결은 어렵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생각 외로 국민의힘 이탈 표가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때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김웅, 안철수,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입니다.
표결이 있기 전 안철수 의원은 "특검 수용으로 총선 민의를 받들고, 국민의힘의 성찰과 재건, 혁신의 디딤돌로 삼자"라며 국민의힘 동료 의원에게 호소했습니다. 김웅 의원도 "'이렇게 난리 칠 일이냐'고 하는 게, '정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게, '대통령 탄핵 음모'라고 공격하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인물입니다. 유승민계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불참했지만 거듭 찬성 뜻을 밝힌 안철수 의원이나 최재형, 김근태 의원 등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소수파로 분류됩니다. 결국, 찬성 뜻을 밝힌 5명이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철저한 맨투맨 공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당에서 이탈 표가 최소 5표에서 10표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을 일일이 접촉해 본회의 참석을 독려하고 반대표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3명 전원이 본회의에 참석하고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재의결 표결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도 여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차피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다시 발의한다고 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일부 내용이 수정된 특검법이 나올 수 있어 그때 처리해도 된다는 지도부의 설득이 먹혀들어 간 셈입니다.
일각에선 여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을 받았다고도 봅니다. 현재 당대표로 거론되는 유승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나경원 당선인은 윤 대통령의 주장처럼 특검 대신 공수처 수사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무기명 투표이기에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특검 찬성 여론이 60%를 넘었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특검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입니다. 총선에서 패배한 여당과 승리한 야당이 5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더욱 치열하게 싸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