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국민의힘은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입니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주요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건의를 공식화했다. 제21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인 29일, 정부와 보조를 맞춰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을 만들어줬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참패했음에도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 사이 '거부권 정국'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전날(28일) 가결된 주요 쟁점 법안 4개로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전세사기피해자지원주거안정특별법 개정안 ▲지속가능한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등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세월호피해지원법에 한해서는 재의요구권을 건의하지 않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피해자 의료비 지원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므로 재의 요구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일방 독주 악법이 없다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없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들께서 보시고자 했던 마지막 본회의의 모습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고 촌각을 다투는 중요 법안들이 여야 합의 속에서 처리되며 국회가 운영되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국민의 기대는 또다시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유감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자동 폐기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은 물론이고 다른 법안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난하고 나섰다. 추 원내대표는 "유사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등 법리상의 문제점과 수조 원대의 막대한 재정 손실 우려 등 집행상 어려움과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특별법도 강행 처리됐다"라며 "본회의 개최도, 의사일정 합의도, 법안 처리까지도 모두 일방적인 독선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법안들은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도, 여야 간 합의도 없는 '3무 법안들'"이라며 재의요구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항변했다. 또한 "앞으로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 악법이 없다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없다"라고 야당 탓으로 몰아갔다. "여야 간의 충분한 협의 없이 다수당의 수적 우위만 앞세워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강력히 건의할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어제와 같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독주와 횡포는 제2당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극명하게 일깨워줬다"라며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더욱이 자기 절제를 모르는 제1당이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가져간다면 의회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방벽도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의회 민주주의를 집행하는 여러 가지 전통과 관례를 아무렇지 않게 깨버리며 의회 민주주의를 희화화하고 형해화했다"라며 "다수를 차지한다고 법률·전통·관례를 함부로 유린하는 곳에서 의회 민주주의는 설 곳이 없다. 그것은 전체주의의 초대장일 뿐이다"라고 힐난했다. 

"거부권은 거대 야당 입법 폭주의 결과"라며 야당 탓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렇게 여야의 협의, 상임위원회의 진지한 논의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또 밀어붙이는 입법 폭주가 강행되면 그것은 헌법이 부여한 저희들의 견제 균형의 장치를 작동시킬 수밖에 없다"라며 "그런 법안이 결국 또 국회에서 밀어붙여서 일방적으로 통과된다면 저희들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하면서 맞설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제22대 국회에서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예고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취임 이후 10번의 재의요구권을 발동했다. 4개 법안을 추가로 거부하면 14번이 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대통령 중 역대 최다를 이미 갱신한 지 오래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회로 가장 많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추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 그 숫자를 가지고 일부에서 해석을 하시고, '이러면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 이런 시각도 있는데 그거를 정확히 보자고 하면 그 앞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거대 야당이 제대로 된 국회 논의도 없이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입법 폭주의 결과가 바로 거부권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즉, 앞으로 거부권 행사의 숫자는 곧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의 가늠자가 된다"라는 논리다.

추 원내대표는 "정상적으로 합의가 되고 진행이 되면 거부권 행사할 일이 아마 없지 않을까?"라고 되물으며 "이렇게 야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그 결과는 계속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그런 양태로 나타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법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국민의힘이 가져와야 한다고 반복했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장을 보통 관례상 1당이 하면 법사위(원장)는 당연히 2당인 정당에서 차지하는 것"이라며 "운영위는 여당에서 하는 것이다. 운영위가 여당이 아닌 곳에서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는 지적이었다.

여당 원내사령탑이 "이게 가장 중요한 입장이고 상임위 배분에 있어서 협상의 출발점"이라고 못 박으면서 향후 원 구성 협상 역시 지난할 것을 예고했다.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 피해... "공수처 수사 결과 지켜봐야"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재의결 건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날 간담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개인 휴대전화로 세 차례 통화한 내용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수사 외압'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에 "사실 유무 자체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된다"라고만 짧게 이야기했다.

또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여전히 높은 데 대해서도 "특검법에 관한 입장은 벌써 여러 차례 설명을 드렸다. 그걸로 대신하겠다"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재추진을 예고한 데 대한 반박 논리가 무엇인지도 물었으나, 여전히 그는 "어제도 우리가 설명을 드렸고, 상세 자료를 가지고도 우리 국민들께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저희들의 입장은 일관되게 같다"라며 "똑같은 얘기를 제가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다"라고만 말했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표결을 전후로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그거는 나중에 보자"라며 "당내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여러 질문들이 나왔지만, 그는 "채 상병 특검법 등과 관련해서는 저희들이 늘 말씀드렸다시피 공수처 등의 수사가 지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수사기관에서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서 그 결과를 국민들께 내놓기를 기대한다"라며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그다음 대응에 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태그:#국민의힘, #거부권, #재의요구권, #해병대특검법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