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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인근 금강에 원앙 한 쌍이 다정하게 거닐고 있다
▲ 금강을 거니는 원앙 한 쌍 세종보 인근 금강에 원앙 한 쌍이 다정하게 거닐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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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오리배를 타는 것보다 강을 찾아오는 오리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세종시민 A씨의 바람이다. 세종시가 추진하고 있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세종보에 물을 채워서 금강에 사는 수많은 오리들을 내쫓은 뒤 오리배를 띄우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말이다. 시설물이 가득한 강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A씨는 세종 장남들에 찾아온 큰고니들을 보게 되면서 매일 강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광경에 마음을 뺏기면서 비오리, 댕기흰죽지, 흰꼬리수리, 쇠오리, 원앙 등 세종을 찾는 다양한 새들을 탐조했다. 그러다가 세종보 수력발전소 등을 발견했고, 강을 죽이는 4대강사업의 폐해에 대해서도 저절로 알게 됐다고 했다.
 
수달발자국이 강변에 무수히 남아있다
▲ 천막농성장 근처 수달발자국 수달발자국이 강변에 무수히 남아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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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래톱에 찍힌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보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함께 존재하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세종보에 물을 채우면 여울과 자갈밭이 다 잠기게 될 것이고, 그곳에 깃들어 살던 야생동물은 어디로 가게 될까 싶어 안타깝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천막농성장에도 몇 번 다녀갔던 그의 모습이 아래 영상물로 만들어져서 전파되고 있다(참고 영상 : 세종시민이 금강에서 보물을 찾는 법).

금강 뱃길 복원사업… 보로 망가진 강을 죽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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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제 진행을 이유로 공주보 담수 후 드러난 고마나루 모래는 뻘로 변해있었다
▲ 공주보 담수 후 펄로 변한 모래 백제문화제 진행을 이유로 공주보 담수 후 드러난 고마나루 모래는 뻘로 변해있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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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전혀 다른 강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보여줬던 '4대강 르네상스'의 장밋빛 청사진을 동경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강은 죽었고, 녹조가 창궐하고 시궁창 펄이 켜켜이 쌓여가는 죽은 강에선 경제가 살아날 리도 없다는 게 증명됐지만, 이들은 지치지 않고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 

지난 27일, 공주의 관변단체들이 금강 옛 뱃길 복원사업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시의회를 찾아가 금강 뱃길 복원사업 추진을 촉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금강 뱃길 복원사업은 금강 공주보에서 세종보 구간에 선착장을 만들고 수륙양용버스 등을 운영해 지역경제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하겠다는 공주시의 계획이다. 공주시의회는 2024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심의에서 금강 옛 뱃길 복원사업 용역비 6억 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2023년 백제문화제를 위해 설치한 돛배들이 폭우에 부서지고 떠내려갔다.
▲ 폭우에 부서진 돛배들 2023년 백제문화제를 위해 설치한 돛배들이 폭우에 부서지고 떠내려갔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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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뱃길 복원사업은 담수를 전제로 한 사업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공주보 담수로 망가진 금강을 다시 한번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백제문화제 때 돛배를 띄운다고 공주보를 담수했던 공주시가 내세운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돛배를 띄워 관광활성화를 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이유로 강의 생태계를 파괴해왔다. 환경단체들은 매년 백제문화제로 인한 공주보 담수를 반대하며 "그래서 지역경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 물었지만 공주시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심지어 기후위기로 게릴라성 폭우가 내리치던 2023년에는 황토돛배가 모조리 떠내려가 부서지기도 했다. 무리하게 보를 막아 손실마저 입었던 '배 띄우기' 사업은 지역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구시대적 상상력으로 죽은 강에 띄우는 배를 '백제의 용사'들이 보면 혀를 찰 일이다.

담수로 인한 수환경 나빠질 수 밖에… 보 재가동 중단해야
 
공주보 개방 후 돌아온 모래사장에 물떼새들이 알을 낳고 아기 물떼새들이 태어났다
▲ 공주보 개방 후 돌아온 물떼새들 공주보 개방 후 돌아온 모래사장에 물떼새들이 알을 낳고 아기 물떼새들이 태어났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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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살리자고 주장을 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명박 정권 때에는 4대강사업에 반대하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민간인 불법 사찰을 하고, 환경단체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수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이 됐다.

가령 2021년, 백제문화제 개최를 위해 공주시가 공주보 담수를 요청했고 2021년 9월 17일부터 10월 7일까지 공주보 수문을 닫았다. 이후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은 백제문화제 기간 공주보 담수로 인한 공주보 구간 수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공주보 완전 개방 시와 수위 상승 시, 1차·2차 수위 저하 시 공주보 대표 지점에 대한 어류, 저서동물 생물상, 군집 및 건강성 지표 등과 금강·정안천 합류부의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 어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보 개방 이후 금강에 돌아온 흰수마자
▲ 흰수마자 보 개방 이후 금강에 돌아온 흰수마자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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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흰수마자의 경우 "과거 금강 본류·정안천 합류부에서 서식이 확인(2020년 5월~)됐으나, 수위 상승 후 정수 환경이 조성되며 미출현 했다가, 다시 수위 저하에 따른 서식환경 회복으로 수위 5.9m에서 1개체, 4.9m에서 28개체 채집됐다"고 발표됐다. 또 조사평가단은 "급격한 수위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악영향은 뚜렷이 나타나며 수위 저하 이후에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수위 상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당시 환경부가 운영하던 금강수계 보 민관협의체는 백제문화제로 인한 공주보 담수를 반대했다. 환경부 스스로 담수가 강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조사했음에도 지금 환경부는 '보 정상운영'을 운운하며 담수로 인해 벌어질 생태계 악영향, 멸종위기종의 죽음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세종보, 공주보 재가동 계획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돌탑은 다시 쌓일 것이다
 
강을 흐르게 하라는 소망을 담아 하나 둘 쌓아올린 돌탑
▲ 세종보를 바라보는 돌탑들 강을 흐르게 하라는 소망을 담아 하나 둘 쌓아올린 돌탑
ⓒ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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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0일이야, 30일."

천막생활 30일 되던 날, <김병기의 환경새뜸>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슬기로운 천막생활'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출연진들이 박수를 치며 자축을 했다. 농성장 바로 앞쪽에 있던 흰목물떼새 둥지가 무사했다면 새생명이 알을 깨고 하늘로 비상할 수 있는 기간이다.

고전에도 '똑똑한 놈은 질긴 놈을 이기지 못하고, 질긴 놈은 즐기는 놈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세종보 농성천막에서 '떠들어재끼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겨서 좋다. 우리는 맨날 구호만 외치는 게 아니다. 이렇듯 흐르는 강물처럼,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즐겁게 흘러 바다와 만나고 싶다. 

강가에 놓인 수많은 돌처럼 우리의 시간도 쌓여가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천막농성장을 찾는 많은 이들의 시간들도 같이 쌓이니 외롭지 않다. 많은 이들이 쌓았던 돌탑이 비 한 번에 다 쓸려 내려가 보이지 않지만 괜찮다. 돌탑은 다시 쌓일 것이다. 내가 쌓으면 내 뒤에 누군가가 또 강변에 서서 흐르는 금강을 기원하는 탑을 쌓을 것이다. 지금 농성장 앞에 오리배가 아니라 진짜 오리들이 있는 게 기쁘다.

태그:#금강, #세종보, #공주보, #낙동강,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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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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