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시장 홍준표)가 저출생 대책으로 정자분석기를 대구시 거주 남성에게 무료로 배포한 것을 놓고 비판이 거세다. 저출생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지난 3월 15일부터 구·군 보건소를 통해 '스마트 자가정자진단기' 4000대를 선착순으로 배포했고, 28일 어제자로 4000대가 모두 동났다. 신청자격에 연령대 등 제한 자격은 없었고 대구 거주 남성이면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 정자분석기는 대구 지역의 의료기업 인트인에서 개발한 것으로 집에서 손쉽게 정자의 운동성과 정자 수를 측정할 수 있지만 정자 기형 등은 잡아낼 수 없다. 이번 사업은 조달청의 '혁신제품 시범사용 사업'의 일환으로 해당 사업에는 국비 1억9천만원이 소요됐다. 사업 제품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7만9천원 정도 가격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 대구지역 커뮤니티에는 "세금이 술술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다고 저출생이 해결될지 모르겠다", "저출생에 진짜 정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등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대구시에 거주하는 남성이면 80대 할아버지도 받을 수 있는 건가, 저출산 해결책이 이거라니"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서울시는 묶은 거 푸는 데 세금 배정했던데, 왜 하나같이..."라고 적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29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병원에 오는 문턱이 높아 집에서라도 정자 활동성이랑 정자 수 정도를 확인해보라는 차원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저출생 문제를 이걸로 해결할 수 있다기 보다는 남성 난임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남자 가임력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분석기 기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해당 기기로는 정자 활동성과 정자수 정도만 확인이 가능하다. 남성난임의 경우 정자 기형이라든지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해당 기기 결과가 무조건 확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중에 파는 임신테스트기도 체외 진단용으로 스크리닝용으로만 사용하지 확정이 아니라고 안내 문구가 있지 않나? 그거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고 했다. 분석기 안내문구에는 의학적 판단에 활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고지돼 있다.
한편 정자분석기를 받은 남성들은 해당 기기와 연동된 앱을 설치해야 정자 활동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해 대구시 관계자는 "이용자의 개인 정보는 2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끔 이야기가 됐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 또한 <오마이뉴스>에 "고객정보는 동의없이 연구데이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저출생 위기 극복이 지나치게 생식 기능 지원 사업으로 수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또한 27일 '저출생 위기 극복' 대책으로 정·난관복원 시술비 지원사업안을 내놓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8일 오후 논평을 내고 "청년들을 전통적 가족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정책, 출산을 조건으로 한 현금성 지원정책, 정책 목표와 기대효과가 무엇인지도 파악하기도 어려운 생식기능 지원 사업 등이 난무한다"라고 지적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출생아 수는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합계출생율이 0.76명선으로 모든 시·도에서 감소했으며 처음으로 0.8명선이 붕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