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피식대학'의 유튜브에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위 채널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 '메이드 인 경상도'의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영상이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판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영상의 거의 모든 부분이 질타받아 마땅했다. "우리 온다고 여성분들이 화장을 곱게 하고 돌아다니시네", "할매 맛이야 할매 맛. 내가 할머니의 살을 뜯는 것 같다." "롯데리아가 없어서 대신 이거를 먹는 거다. 못 먹으니 그냥 이래 막 만들어 먹는 거다." 등. 가게 안에서, 상호를 다 공개한 채로 비하 발언을 하고 영양 시민들에 대한, 지역에 대한 비하 발언 또한 서슴지 않았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영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의 태도였다. 5월 11일 영상의 게시 이후 5월 17일까지 거의 일주일 가까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나 사과 한마디 없었다. 5월 14일 영양군이 공식 유튜브를 통해 속상한 심정을 표현하는가 하면 각종 언론 기사가 피식 대학을 정조준해 비판하는 등의 상황이었음에도 피식 대학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업로드 하고, 개인 SNS는 꾸준히 하면서 댓글, 기사를 통한 사과 요구와 비판에는 일절 무시로 일관했다.
영상이 업로드된 지 8일 만에 사과문이 게재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지나치게 늦은 사과문 게시의 시기와 논란이 되었던 부분 중 일부분만 언급했을 뿐 실제 내용이 전부 다 담기지 않는 등 사건 축소를 목적으로 하는 사과문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것도 아닌 수익 창출이 가능한 비공개 처리를 했다는 사실도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었다. 2024년 5월 21일 기준으로, 최대 구독자 수 318만 명에서 현재 303만 명으로 약 15만 명의 구독자가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피식대학 채널이 위 콘텐츠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코미디언으로서 그들의 개그는 실패이다. 낙후된 지역과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고 희화화하지 않고서는 시청자들을 웃기지 못하는 것인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다르지 않다. 무려 300백 만명의 구독자를 가졌던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로서도 철저히 실패했다. 지역을 홍보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지도 못했다.
이 개그는 TV를 벗어난 유튜브 식 개그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상처를 줄지라도 말이다. 영향력을 갖춘 이들로서 더욱 경계했어야 할 부분을 완전히 놓친 것이다. 사실 피식대학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동안 유튜브 코미디 중 일부에서 소수자나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 쉽게 이루어진 측면이 있었다.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개그와 무례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즉 타인의 입장 혹은 감정에 대한 배려 없이 좀 더 자극적인 재미를 위해 어떤 대상의 상처나 약점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 개그가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비인간적이고 무례한 언행에 지나지 않는다.
방송의 틀을 깨, 높은 평가를 받았던 피식대학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은 방송과 비교하여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도 많이 받았다. '방송이었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방송사의 과도한 자체 심의와 외부 심의, 그리고 지나치게 경직된 제작 구조가 코미디의 자율성을 제한한 면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방송 체제가 그렇게 자리를 잡게 된 것엔 이유가 없을 리 없다.
피식대학을 비롯한 큰 영향력을 가진 코미디언들은 똑똑하고 늘 공부해야 한다. 앞장서서 현재의 이슈와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더 나아가 그것으로부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끌어내는 방법을 부지런히 연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