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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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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로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함에 따라 자동폐기될 법안 1만6719건 중에서도 4.10 총선 후 나온 법안 숫자다. 대부분 다음 국회에서 얼굴을 볼 수 없는 인물들이, 해당 법안들이 소관위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임을 알면서도 만들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김웅]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법 인격' 부여하자"

22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마지막 법안을 내일 발의한다"며 '전자인법안' 발의 소식을 알렸다. 그는 "우리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지만 그 변화에 쉽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법률적으로 인공지능의 한계는 명확하다. 인공지능의 자율성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무과실 책임을 지울 수도 없고 보험으로 해결이 안 된다. 민법상 사자, 대리, 법인제도 등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 현재의 법과 인공지능은 큰 괴리를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 괴리가 바로 우리의 활로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인공지능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법 인격'을 부여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답"이라며 "우리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법 인격을 부여해야 하고, 인공지능의 주식을 거래하는 전자인거래소를 가장 먼저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전자인법안을 발의한다"고 소개했다.
 
"이 법안 발의가 마지막 입법활동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21대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없지만, 22대 국회에서 누군가가 대신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탄희] '판사는 재판만'... 사법농단 재발방지법

비슷한 이유로 세상에 나온 법안들은 더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23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냈다. 직접 겪은 '사법농단'의 원인, 판사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서다.

그는 제안이유에서 "법관을 법원행정처에 배치한 결과 조언이나 의견 제시, 충고 등의 형태로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생했다"며 "재판 독립을 위해 도입된 법관의 임기제, 연임제가 사법행정을 통해 위헌·위법행위를 한 법관에 대한 책임면탈 수단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존재해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최근 법원의 재판업무 증가로 재판지연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재판업무를 본업으로 하는 법관 인력을 사법행정 등 비재판업무로 배치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부족한 법관 인력을 재판업무에 집중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법안이 22대에서 새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차장, 실장, 국장, 심의관, 담당관 등을 임명할 수 있는 대상에서 '판사'는 아예 사라진다. 

[이자스민] 첫 이주민 의원, 이민사회기본법 남기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현판식에서 관계자가 제22대 국회의원들이 착용할 300개의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 22대 국회의원 배지 공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현판식에서 관계자가 제22대 국회의원들이 착용할 300개의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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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비례대표직 승계로 임기가 단 4개월에 불과했던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은 막판까지 이주민 정책의 틀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이주배경시민 및 이민사회 정책은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에 흩어져 있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 및 시행에 한계가 있다. 이 의원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주배경시민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전반적인 이민사회정책의 방향성을 다루는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양경규·소병철] 돌봄근로자, 가족돌봄... "안전망 시작점"

이자스민 의원과 함께 짧은 의정활동을 했지만, 그 기간 내내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고민했던 양경규 의원은 시대적 화두인 돌봄과 관련해 '돌봄근로자의 지위와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안'을 만들었다. "돌봄 관련 법령은 돌봄근로자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는 부족함이 있었고, 서비스의 동일·유사 여부를 불문하고 산재돼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실정"이라 돌봄근로자의 지위 등을 심의·결정할 기구와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규정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1일 대표발의한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자동폐기로 끝나기에는 아쉬운 돌봄 관련 법안이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학업·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케어러'를 복지 체계로 편입하려는 이 법안은 같은 당 서영석·강민정 의원도 2023년 3월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여전히 상임위 계류 중이다. 소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페이스북에 "그간 소외돼 온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윤미향] 동물쇼·공연 등에서 야생동물 학대 금지

21대 국회 마지막 접수 의안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28일 대표발의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동물권에 주력했던 그는 동물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동물쇼 또는 공연에서 야생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 ▲야생동물의 질병·부상·사고 방치 ▲생태설명을 제외한 공연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남겼다.

태그:#김웅, #이탄희, #이자스민, #양경규, #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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