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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계엄군은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통해 광주를 유혈진압했다. 진압작전이 끝난 뒤 개선장군처럼 등장한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오른쪽)에게 장형태 전남지사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전두환계엄군은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통해 광주를 유혈진압했다. 진압작전이 끝난 뒤 개선장군처럼 등장한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오른쪽)에게 장형태 전남지사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5.18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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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등 12명의 5·18 유혈진압 군인을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양민학살·내란목적살인 사건 책임을 물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19년 12월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조사 기간 새롭게 확인한 범죄사실을 토대로 이들 계엄군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최종 의결하면서다.

정 전 사령관의 경우 5·18 유혈진압과 관련해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한 차례 처벌 받았으나, 이번에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나 27년 만에 추가 고발이 추진된다.

특전사 예하 3·7·11공수여단 여단장 3명을 포함한 11명의 계엄군은 5·18 발생 후 44년 동안 처벌받은 전력이 없어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최종 처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아래 조사위)는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를 열고 5·18 당시 양민학살 등에 관여한 계엄군 12명을 집단살인 또는 내란목적살해 등 혐의를 적용해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44조 1항은 '위원회는 조사 결과 조사한 내용이 사실임이 확인되고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찰총장에게 고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해 조사위가 이날 검찰 고발을 결정한 이들은 모두 12명이다. 모두 5·18 당시 광주 시민에게 악명을 떨친 공수특전사령부(공수부대) 소속이다.

정호용 전 사령관을 비롯해 최세창 제3공수여단장(준장), 신우식 제7공수여단장(〃), 최웅 제11공수여단장(〃) 등 장성급 장교 4명이 피고발인 명단에 올랐다.
   
1980년 5월 전남도청 옆 상무관에 안치된 수많은 시신들
 1980년 5월 전남도청 옆 상무관에 안치된 수많은 시신들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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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이 곤봉으로 시민을 내리치는 모습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이 곤봉으로 시민을 내리치는 모습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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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군인... 양민학살 또는 내란목적 살인 관련 추가 범죄 새롭게 확인

고발건은 모두 3가지로 나뉘어 이날 의결 처리됐다. 양민학살(광주 송암동, 주남마을 학살 사건)과 내란목적살인 사건(도청 진압작전)이다.

양민학살 계엄군 고발건은 1980년 5월 23일 광주 주남마을에서 발생한 양민학살사건과 다음 날인 24일 송암동에서 발생한 학살사건을 자행한 계엄군 9명에 대하여 집단살해죄를 적용, 처벌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계엄군이 연행한 시민들을 임의로 처형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로,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규정된 집단살해에 해당한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아울러 이 범죄는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아 처벌이 가능하다고 조사위는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송암동 양민학살 사건과 관련해선 11공수여단 소속 계엄군 5명을 고발하기로 했다. 최웅 여단장과 유·안 아무개 소령, 강·박 아무개 상사다. 이들에게는 집단살해죄, 형법상의 살인죄 또는 살인방조죄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 5명의 계엄군은 1980년 5월 24일 오후 3시께 송암동 마을에서 비무장 상태이던 김아무개씨 등 4명을 대검으로 찌르거나 총으로 쏘아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강 상사와 박 상사는 양민 1명과 3명을 각각 직접 살해한 혐의를 받고, 유·안 소령과 최 여단장은 부하가 양민 살해를 하는 것을 알고도 무기를 분배하거나 최소 묵인한 것으로 확인돼 살인 또는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키로 했다.
 
1980년 5월 광주 유혈진압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이 총에 대검을 달고 누군가를 맹렬히 쫓고 있는 모습.
▲ 총에 대검 착검하고 맹렬히... 1980년 5월 광주 유혈진압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이 총에 대검을 달고 누군가를 맹렬히 쫓고 있는 모습.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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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당시 전두환계엄군에게 가족을 잃고 넋이 나간 표정의 젊은 아낙
 1980년 5월 당시 전두환계엄군에게 가족을 잃고 넋이 나간 표정의 젊은 아낙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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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마을 학살 사건과 관련해서도 모두 5명을 집단살해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고발 대상은 모두 11공수여단 소속 5명의 계엄군이다. 최웅 여단장과 김·박 아무개 소령, 한 아무개 하사, 한 아무개 일병이다.

한 하사에게는 집단살해,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고, 최 여단장과 박소령에게는 집단살해, 살인방조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김 소령과 한 일병에게는 집단살해와 살인 혐의를 적용키로 했다.

이들은 1980년 5월 23일 오전 9시 30분께 광주 지원동(광주-화순간 15번 국도) 주변에서 발생한 제11공수여단의 마이크로버스에 대한 사격이 끝난 후, 버스 안에서 저항 능력을 상실한 10여명의 부상자 등에게 소총을 쏴 확인 사살한 혐의 등을 받는다.

내란목적살인죄 추가 고발건은 1980년 5월 27일 광주재진입작전(일명 도청진압작전) 중 사망한 시민 피해자 18명 이외에, 조사위가 추가로 발견한 당시 사망 피해자 7명에 대한 범죄 혐의로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과 3명의 공수여단장 등 모두 4명을 처벌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조사위는 내란목적살인죄의 경우, 피해자별로 성립하는 실체적 경합범(개별 범죄 성립)이므로 추가 고발 및 기소가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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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을 비롯한 5·18 유혈진압 군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절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대법원은 12·12 및 5·18 내란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일당 16명 가운데 15명을 유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상고 기각 결정에 따라 전두환에 대해선 내란목적 살인, 반란수괴, 초병살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2205억 원의 추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고, 노태우에 대해선 징역 17년과 2628억 원의 추징이 확정됐다.

5·18 유혈진압과 관련해선 전두환(당시 보안사령관), 노태우(수도경비사령관)를 비롯해 유학성(3군사령관), 황영시(육군참모차장), 차규헌(수도군단장), 허화평(보안사령관 비서실장), 허삼수(보안사 인사처장), 이학봉(보안사 대공처장), 이희성(계엄사령관), 주영복(국방장관), 정호용(특전사령관) 등 11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때 사법 처리는 전두환·노태우 반란군 핵심 처벌에 무게를 두고 추진됐던 터라, 최세창과 최웅, 신우식 등 공수부대 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 처벌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최세창 제3공수여단장의 경우 당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5·18이 아니라 12·12군사반란 혐의 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사위 "고발장 보완 거쳐 조만간 검찰에 제출" 

한편 이날 조사위 회의에는 9명의 위원 중 1명을 제외한 8명이 참여했다. 고발건 의결에는 보수성향 위원 3명이 표결을 거부하면서 나머지 5명의 위원 전원 찬성으로 안건이 처리됐다.

의결 과정에서 위원들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고발인 명단에 당시 광주에 투입된 20사단 일부 계엄군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한 뒤 고발장에 반영하기로 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논의를 거쳐 고발장 일부를 소폭 보완한 뒤 조만간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518, #공수부대, #정호용, #518조사위, #최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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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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