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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3시, 부산 남구의 국제금융센터 앞에 노동자와 시민 500여 명이 모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가 전국 최초로 '정의로운 전환'을 외치며 파업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전환이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지난 2015년 세계 195개국 채택한 '파리기후협정'의 전문에도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차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지난 2022년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또한 정의로운 전환을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를 실현할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28기가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인 만큼 국제적 개념이자 탄소중립기본법에도 규정돼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온 이유? "너무 정당한 파업이니깐"
  
5월 막바지의 오후 햇살은 뜨거웠다. 하지만 발전노동자들과 그들에 연대하는 이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원하는 열기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국제금융센터 30층에 위치한 한국남부발전 본사를 향해 참가자들의 함성과 박수로 결의 대회가 시작됐다.
 5월 막바지의 오후 햇살은 뜨거웠다. 하지만 발전노동자들과 그들에 연대하는 이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원하는 열기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국제금융센터 30층에 위치한 한국남부발전 본사를 향해 참가자들의 함성과 박수로 결의 대회가 시작됐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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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하동, 영월 등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국플랜트서비스(HPS)는 경상정비 등의 업무를 남부발전으로부터 위탁받은 하청업체다. 당장 2026년에 폐쇄를 앞둔 하동발전소를 비롯해 8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장을 요구했으나 HPS는 원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원청인 한국남부발전이 있는 부산 국제금융센터 앞에 발전노동자들이 모였다. 비단 발전노동자들뿐만 아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공공의 삶이 위협받아 산업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공을 위한 전환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진행될 수는 없다는 의지로 전국에서 이들과 연대하는 이들이 모였다. 기자도 그중 한 사람으로 충북 음성에서 부산으로 향했다.

"기후정의와 노동자의 삶은 함께 있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전환을" 등의 문구가 담긴 여러 현수막이 집회 무대 옆에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발전HPS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연대 차원에서 현수막을 건 것이다.

발전노동자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이들 또한 속속들이 결의 대회 장소에 모였다. 오전 8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6시간 만에 부산에 도착했다는 김지혜 플랫폼C 활동가는 "발전노동자들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이번 파업은 너무나 정당하며 모두를 위한 공공성 투쟁이어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5월 막바지의 오후 햇살은 뜨거웠다. 하지만 발전노동자들과 그들에 연대하는 이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원하는 열기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국제금융센터 30층에 위치한 한국남부발전 본사를 향해 참가자들의 함성과 박수로 결의 대회가 시작됐다.

권영국 "파업 시작날이 제 임기 시작날... 외롭게 싸우도록 방치하지 않겠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도 결의 대회에 함께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여러분들 파업이 제 임기 시작과 똑같다. 이것이야말로 발전노동자와 저와 정의당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정의당, 그리고 여기 있는 진보정당은 노동자 여러분이 외롭게 싸우도록 그냥 방치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도 결의 대회에 함께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여러분들 파업이 제 임기 시작과 똑같다. 이것이야말로 발전노동자와 저와 정의당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정의당, 그리고 여기 있는 진보정당은 노동자 여러분이 외롭게 싸우도록 그냥 방치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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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하동발전소에서 근무한 박석훈씨는 "15년 동안 매일, 주말에도 석탄연료와 석탄재를 처리하는 그런 고달픈 인생이었다. 그런 제게 요근래 주변에서 들려온 이야기는 '발전소가 폐쇄된다', '경쟁 입찰이 시작된다' 등이었고 큰 근심거리가 생겼다"며 "저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제 가족의 불행도 당연해졌다. 생계유지를 생각하니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고 절절하게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금 이 순간, 저는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낀다. 혼자가 아니라 연대를 함께 하는 동지들이 함께하니 떨리지만 힘이 난다"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도 결의 대회에 함께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여러분들 파업이 제 임기 시작과 똑같다. 이것이야말로 발전노동자와 저와 정의당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정의당, 그리고 여기 있는 진보정당은 노동자 여러분이 외롭게 싸우도록 그냥 방치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 또한 "산업전환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해고가 반드시 불가피한 일은 아니다. 정부와 원청의 노력으로 충분히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정부 정책변화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 정부가 책임져야 마땅하다"며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이행을 촉구했다.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강요되는 희생, 우리의 연대로 막아야 한다
  
결의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남부발전은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하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해 총고용 보장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파업의 이유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설명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행진을 마치고 다시 국제금융센터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한국남부발전 직원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본사 건물 앞과 지하철역 입구 등지에서 선전전 또한 진행했다.
 결의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남부발전은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하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해 총고용 보장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파업의 이유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설명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행진을 마치고 다시 국제금융센터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한국남부발전 직원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본사 건물 앞과 지하철역 입구 등지에서 선전전 또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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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활동가들 또한 연대의 발언을 이어갔다. 남어진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은 "석탄화력발전소를 기후위기의 주범이라고 말하면서 폐쇄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발전소에서 이 세상을 지탱해 왔던 노동자들의 수고로움을 그 어떤 정치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석탄 발전이 멈춰도 우리의 노동은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이 아주 당연한 일을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기후위기라는 아주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이 시대에 정부의 대응을 보라.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면서 1만 명의 발전노동자들을 절벽으로 밀어놓고서 민간 자본이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완공까지 내버려 뒀다"면서 "공공재생에너지로 산업을 전환하고 발전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며 계속 일할 수 있는 아주 멋진 대안이 우리들 손에 있다"며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서도 발전노동자들의 고용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의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남부발전은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하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해 총고용 보장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파업의 이유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설명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행진을 마치고 다시 국제금융센터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한국남부발전 직원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본사 건물 앞과 지하철역 입구 등지에서 선전전 또한 진행했다.

파업 행동을 모두 마치고 전국의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음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다시금 연대의 중요성을 곱씹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정부와 자본은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오히려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삶에 직결되는 기후위기인 만큼,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들에 맞서는 연대야말로 시민들이 함께 나서야 할 일이다.

태그:#정의로운전환, #한국남부발전, #발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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