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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사전, 상생협의권
참여연대사전, 상생협의권 ⓒ 참여연대
 
상생협의권
가맹점주들이 점주 단체를 구성해 본사에게 거래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본사가 이 협의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가맹사업법 제14조의2에 명시되어 있으나 현재는 의무가 아니다.
 
필수물품
필수물품이란 '가맹사업에 필수적이면서 동시에 상표권 보호나 가맹점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의 영업과 관련하여 자신 또는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물품'을 말한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예로 들면 파리바게뜨를 상징하는 파란색 간판이나 로고, 매장의 인테리어, 로고가 박힌 포장지, 그릇, 빵에 들어가는 핵심재료 등이다. 2018년 파리바게뜨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상생협약으로 3100여 개였던 필수물품이 2700여 개로 줄었다.

2017년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협의회에서 활동했던 A씨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본사가 필수물품으로 지정해 구입하도록 강제한 치즈가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치즈보다 훨씬 비싸다는 문제제기를 한 후, 본사의 집요한 탄압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본사는 A씨가 가맹점을 탈퇴한 후 다른 피자가게를 열자 그 인근에 직영점을 열어 치킨을 5천 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A씨가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를 알아내 공급을 중단하도록 압박했다.

실제로 해당 프랜차이즈 회사의 회장인 B씨는 가맹점들이 낸 광고비로 자신의 자서전을 제작해 점주들에게 강매하는가 하면, 친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의 치즈를 더욱 비싼 가격에 구입하도록 점주들에게 강요해 57억 원을 빼돌렸다.

결국 A씨 사망 이후 회장 B씨는 '치즈통행세'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2022년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지난해인 2023년에야 점주 단체 활동 방해 혐의가 인정되어 공정위로부터 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2013년 남양유업 사태 이후에도 피자, 치킨, 빵, 분식 등 내로라하는 유명 프랜차이즈들은 다들 한 번씩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비를 떠넘기고 물품 가격을 부풀렸으며, 상생협의를 요구하는 점주들에게 불시 위생점검과 계약 해지를 일삼았다. 본사 편을 드는 점주 단체를 구성해 문제제기를 하는 점주 단체를 공격하고,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괴롭히기도 했다. 기업들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

본사와 창업주는 이득을 보지만 고객들은 점차 질이 낮아지는 상품을 비싸게 구입해야 했고, 점주들은 매출 하락과 비용 부담에 시달렸지만 영업시간조차 자유롭게 조정하지 못했다. 알바비를 지급하지 못해 본인과 가족까지 매달려 영업시간을 맞춰봤지만 위약금으로 인해 계약 해지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퇴직금까지 투자한 가게를 날리고 빚더미에 앉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점주 단체가 상생협의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사가 이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그러나 본사들의 연합체인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국민의힘은 점주 단체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켜 가맹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생협의권은 본사와 점주들을 테이블에 앉도록 하는 것이지, 결과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말 그대로 '인생을 건' 점주들이 본인에게 손해가 될 불필요한 문제제기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다. 단체협상에, 파업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이 노동조합에 부여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5% 수준이다. 노조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회사? 본 적이 없다. 상생협의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갈등은 결국 만나야 해결된다.

덧붙이는 글 | 글 김주호 민생희망본부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4년 6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상생협의권#필수물품#가맹점#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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