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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탁자 위에 놓인 서울시 개발계획총괄도를 보여주며 서울의 상징물이 될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비롯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서울 동북권신경제 활성화 사업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탁자 위에 놓인 서울시 개발계획총괄도를 보여주며 서울의 상징물이 될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비롯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서울 동북권신경제 활성화 사업 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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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지도였다. 사실 그 이상이었다. 사무실 한복판 커다란 원탁모양의 탁자 위에 올려진 지도다. '2040년 서울특별시 개발계획총괄'이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지금부터 16년 후 서울의 모습이었다. 물론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과천을 비롯해 하남, 고양, 김포 등 서울 인근 도시들도 포함돼 있었다. 거대한 도시였다. 미래 서울의 모습을 설계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다. 

지난 2021년 11월에 취임한 후 30개월, 2년 6개월여 시간이 흘렀다. 그에게서 30개월은 특별하다. "40년만에 이력서를 써봤다"는 그는 시의회의 반대에도 서울의 도시주택건설을 맡는 수장으로 올라섰다. 취임 전 기자와 만났을때, 그는 "SH사장되면, 서울 강남에 후분양으로 30평 아파트를 (건물만) 3억에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었다(관련기사 : "SH사장되면, 강남 30평아파트 3억에 공급하려했다" https://omn.kr/1v1k3)

그뿐 아니다. 그동안 일부만 공개됐던 아파트 건설분양원가도 전면공개하고, 100년동안 끄덕없는 튼튼하고 멋진 집을 후분양으로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SH공사에서 그와 다시 마주앉았다. 시민운동을 해왔던 때부터 20여년 가까이 김 사장을 지켜봤던 기자입장에선, 그의 거침없는 '30개월 SH공사 일대기'를 제대로 듣고 싶었다.

- 취임 전 약속은 다 지키셨나.

"물론이다. 더 초과해서 했고... 그때 인터뷰하고 나서 (SH 사장된 후) '3억짜리 아파트가능하냐, 로또 아파트 아니냐'고 비판이 많았었다(웃음).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보니까, 25평 아파트 짓는데 건축비가 2억 정도 된다. 이렇게 지으면 40년 정도 쓴다. 우리는 40년짜리 집이 아니라 100년, 200년 오래동안 살 수 있는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3억5000만 원에 분양을 하니까, 평균 예약경쟁률이 40대1, 청년들은 150대1까지 간다."

17년 시민운동가 김헌동의 30개월 SH 사장 일대기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부동산 시장 전망과 22대 국회에서 다뤄야할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부동산 시장 전망과 22대 국회에서 다뤄야할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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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동 SH 사장 “윤 대통령 만나 부동산 대책 건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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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를 공개해서 (건설사에) 이익을 적게주려고 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목소리를 높이며)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까지 문제가 뭐였나. 대형재벌 건설사들 부실시공에, 건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그대로 입고 있지 않나. 우리는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 분양한다. 혹시 아파트를 짓다가 문제가 생겨도, 분양 받은 사람이 없으니까 직접 피해자는 없고, SH가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감리 등을 더 꼼꼼히 하게 된다. 시민들도 내집 품질을 확인하고, 주변시세와 비교해서 '내가 이집을 살 것인지'를 결정한다."

민간건설사들의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를위해 건축비도 따로 설정했다. 국토부에서 정해 놓은 기본형 건축비보다 40% 더 올린 'SH형 건축비(서울형 건축비)'를 책정해 아파트를 짓고 있다. 김 사장은 "기본형 건축비로 40년 정도 사용할 아파트를 우리는 돈을 좀 더 주고 100년 동안 사용하는 주택을 짓자는 것"이라고 했다. 토지를 빼고 튼튼하고 멋진 100년 주택을 서울 고덕 강일지구를 비롯해 마곡지구 등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정부 때 반값아파트라고 해서 LH 통해 건물분양아파트를 700채를 공급했다"면서 "내가 취임 후 작년까지 1956채를 진행했으니, (MB정부보다) 훨씬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의 '서울 강남일대 3억~5억 원대 아파트 공급'은 부동산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 2022년 이후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아파트값 안정세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SH가 추진중인 서울 송파의 창의혁신 공공주택 조감도 등을 직접 내비쳤다. 국제공모전 등을 통해 주택 모습뿐 아니라 도시 디자인면에서도 독창적이고, 뛰어난 설계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김 사장의 목소리 톤이 어느새 올라가 있었다.
 
"100년주택이라는 것은 SH가 짓는 임대주택도 타워팰리스 못지않게 짓자는 거예요. 많이 짓는 것보다 좋은 주택을 공급 하는 게 더 중요해요. 지금이 대한민국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시기예요. 우리가 분양원가를 모두 공개하고, 모든 시민들에게 방3개, 화장실2개 딸린 25평형 아파트를 3억대에 내놓기 시작하면, 서울과 경기도 10억에 분양하는 아파트값이 어떻게 되겠어요?"


서울 강남 25평 3억대에 내놓고, 30억짜리 아파트 도면 통째로 공개한 까닭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SH 혁신 과제로 추진 중인 백년주택, 적정임금제, 설계도면 공개,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SH 혁신 과제로 추진 중인 백년주택, 적정임금제, 설계도면 공개,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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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되물었지만, 답은 뻔했다. 그가 웃으면서 "떨어지겠죠"라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사실 지난 2년 6개월여 동안 SH에서 부동산 시장에 던진 메시지들은 묵직하다. 건설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꼽혀온 다단계 하도급공사에서 직접시공제를 적극 도입했고, 적정임금제 의무적용과 건설현장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게다가 아파트 설계도면 전체를 통째로 SH공사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설계도면의 경우 지난해 LH 부실공사 의혹을 두고,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가야 했을 정도로 회사입장에선 기밀 문서이기도하다. 김 사장은 "일부 단지의 건설 설계도면의 경우에 금액만 30억 원 정도에 이른다"며 "도면 공개를 두고 SH 내부반발도 있었지만,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도면인만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부동산 문제를 이야기하다보면, 반복되는 단어가 바로 '투명성'이다. 이권을 둘러싼 부정과 부패, 부실의 근원적인 뿌리가 바로 '불투명'에서 바라본다. 17년 동안 정부와 재벌대기업 건설사, 학계 등을 상대로 싸웠던 것도 바로 '투명성'이었고, 30개월 SH 공사 사장은 몸소 실천으로 옮겼다. SH 발주의 모든 아파트 건설 도면 뿐아니라 분양원가는 기본이었고, SH가 갖고 있는 임대주택과 토지, 상가 등 재산도 모두 공개했다. 56조 원에 달하는 SH공사 재산이 드러난 것도 처음이었다. 과거 진보정권의 개혁적 성향의 SH 공사 사장들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장부상으로, 공시지가로 (SH 공사 자산이) 50조예요. 실제 가치로 환산해보니까 70조정도… 그런데 우리가 공공주택사업을 하는데, 종합부동산세로 1년에 400억씩 내고 있었어요. (공기업이)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임대료도 시세의 30%선에서 받고 있는데, 종부세는 똑같이 매긴다는 거예요. 공적인 측면이 전혀 감안되지 않은 것이었고, 제도적인 문제를 계속 지적했죠. 다행히 지금은 조정이 돼서 180억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 듯했다. 김 사장은 "이제 국회도 새롭게 열리고, 여야가 정말 민생에 관심있다면 가장 먼저 개선되고 혁신되어야 대상이 바로 주택과 부동산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30개월 동안 해놓은 것들만이라도 법과 제도로 만들어서 빠르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김 사장 스스로 직접 발로 뛰면서, 국회와 정부, 용산 대통령실까지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3년 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서 건넨 말  

- 22대 국회는 민주당을 포함해 야권의 힘이 더 커졌는데.

"이번에 국회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지만, 40%정도만 새 얼굴이지, 나머지 60%는 재선이상 의원들이다. 그 가운데 50여 명은 내가 20여 년 동안 봐 왔던 분들이다. 나를 만날 때마다 '집값안정' 이야기했다.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나와 함께 공개토론을 했고, 지금도 당시 영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제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되셨으니, 그때 약속을 지키시면 된다."

-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에 직접 만나, 부동산 대책을 건의하셨다고.

"3년 전 즈음에 윤 대통령이 정치참여를 선언하고, 열흘 정도 지나 "주택이나 부동산정책 배우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일요일 오전에 광화문 사무실에 만나 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처음 봤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노무현정부 시절 주택토지공사 직원들이 2기 신도시 부동산정보를 빼돌려 투기한 사건을 수사했었다고 하더라. 부동산 카르텔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분야에 걸쳐 '카르텔 척결'을 외치고 계시니, 사장께서 그동안 SH에서 했던 것들만 정리해서 대통령에게 건의를 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말한대로 여야 대표뿐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도 찾아갈 생각이다. 부동산, 건설 기득권 카르텔을 부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제 사례집을 만들어서 드릴까 한다. 여야와 대통령께서 정말 집값 안정을 바란다면, 충분히 집 걱정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공무원들이 SH처럼 투명하고 열린 경영을 하면 권한을 남용할수 없고, 부패가 생기지 않고 당연히 카르텔은 깨지게 돼 있다. 적어도 지금 준비중인 3기신도시부터 SH에서 했던 것을 적용시켜보자. 3기신도시의 절반정도 물량에 대해 건물만 분양하기로 특별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과거 정동영의원이 토지임대건물분양 특별법을 발의했었는데, 제대로 안됐다. 그것부터 다시하면 된다."

그는 허투루 이야기하지 않는다. 김 사장은 "3기 신도시나 새로 조성되는 택지개발지구의 절반정도를 건물 분양방식으로 의무화한다면, 1년에 반값아파트가 10만개씩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가 부동산 카르텔을 꺼낸 지도 20년이 넘는다. 지난 2005년 <오마이뉴스>에 집값안정을 막는 세력을 대놓고 부동산 '개발오적'이라고도 했다. 재벌소유 건설업체와 경제관료,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학계인사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부동산 '개발오적' 척결, 지금이 기회다 https://omn.kr/9w6t)

"지금 대한민국 집값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 계획 중인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 계획 중인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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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치솟는 집값에 대한 국민 불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 30개월 동안 국민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김헌동식 주거혁명'을 직접 실천해 본 정도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작년 LH사태 터졌을 때 어땠어요? LH는 5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만 짓던 회사예요. 그렇죠? 그런데 철근을 빼먹고, 한두 군데도 아니고... 아파트를 짓다가 주차장이 무너졌으니까 망정이지,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이 그랬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50년 동안 잘못된 정책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하다 보니 오히려 퇴보한 거예요.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정부가 해법을 찾는다고 하는데, SH가 해법을 다 보여주고 있어요. 내가 이것을 작년에 다 보여줬는데도, 한 가지도 LH에 도입이 안 되고 있어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기자에게 집값안정을 위한 특별법과 함께, 저출생대책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구상까지 공개했다. 서울시와 SH공사 그리고 강원도가 서로 협약을 체결해 이른바 '골드시티' 계획도 추진중이다. 서울과 지방이 서로 돕고 살아남는 상생형 순환주택 사업이다. 

그는 "서울 대개조를 넘어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며, 전국을 서울과 같은 모델로 만드는 것"이라며 "SH같은 공기업이 직접 나서 은퇴 이후 삶을 즐길 수 있는 '골드시티'를 조성하고, 시와 교육청 협의를 통해 양육친화적인 주택도 지어 서울주택과 인구소멸을 대비하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2시간은 훌쩍이다. 이날 그가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계속됐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를 옆에서 지켜본 기자의 생각이다. 난생처음 만난 검사출신 대통령 후보와도 3시간 넘게 자신의 이야기를 설파한 그다. 국민의힘 출신 서울시장의 권고를 받아 40년만에 이력서를 들고 SH공사를 찾았고, 서울시의회에 나서서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고, 회사 내외부의 주택건설 개혁안에 대한 반발에도 그대로 나아갔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탁자 위 거대도시 서울의 밑그림을 놓고, 그곳에 세워질 서울의 상징물이 될만한 건축물을 하나하나 꺼내 보였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비롯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서울 동북권신경제 활성화 사업 등... 여기에 강원도 추진중인 '골드시티' 사업까지.

부동산 개혁의 선봉장이었던 김헌동 사장의 지난 30개월 SH에서의 실험과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6개월은 '서울 대개조를 넘어선 국가 대개조'를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시간이 될 듯하다. 그의 행보가 자못 궁금해진다.

태그:#김헌동사장, #서울주택도시공사, #반값아파트, #부동산개혁, #후분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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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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