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완도군 사이 해상을 놓고 양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남해상 무인도인 사수도에 이어서 이곳 해역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수도는 추자도에서 23.3㎞, 완도군 소안면 당사도에서 18.5㎞가량 떨어진 21만4000㎡ 면적의 무인도. 완도군은 지난 1979년 이 섬을 장수도로 명명했다. 수십년간 사수도 관할권을 놓고 양 지자체가 대립한 데 이어, 지금은 해상경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가열된 상황이다.
이곳 해역을 둘러싼 자치단체의 법적 다툼은 지난 2008년 헌재 판결 이후 15년이 지난 지난해 4월에 재점화됐다.
완도군이 민간업자에게 사수도 해상풍력발전 타당성을 조사하는 풍황계측기 2기의 점용·사용 허가를 내준 것이 발단이었다. 풍황계측기는 대략 2년 동안 설치 지점의 풍향과 풍량 등 측정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장비이다.
완도군은 바다는 육지와 달리 해상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사수도 인근 해상의 어업허가권을 완도군이 가진 점을 고려해 풍황계측기 허가를 민간업자에게 내준 것. 해당 지역이 제주해경이 아닌, 완도해경 관할 구역이라는 점도 완도군이 허가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제주도는 완도군이 허가를 내준 해상은 추자도 관할이라며 지난해 6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사수도가 추자도에 속해 있으므로 관할권이 제주에 있는 만큼 인근 해상도 제주 관할이라는 것도 제주도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보길면 예송리에 사는 김종률(88세) 전 노인회장은 "사수도 분쟁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사수도 해역은 우리(완도군)의 역사성이 가장 중요하다. 추자도는 원래부터 전남에 속했고, 1896년 완도 설군 때 이미 완도군에 포함됐으며 그들을 형제지간으로 여겨 공동어업구역을 인정해 줬었다. 추자도는 본래부터 제주도의 영토가 아니었는데, 제주도는 어부지리로 사수도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와 완도군의 첫 번째 권한쟁의 심판 소송은 완도군이 지난 1979년 미등록 무인도에 장수도(障水島)라는 지명을 붙이고, '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로 지적(地籍) 부여하자 제주도가 소송을 제기했었다.
헌재는 지난 2008년 12월 사수도 관할권이 제주도에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토지조사령에 의해 북제주군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로 토지대장에 등록된 게 근거였다.
그러나 소안면 당사도 주민들의 주장은 이와 상반됐다. 당사리 김미화 이장은 "지난 1990년 작성된 장수도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최근까지도 당사리 주민들은 장수도를 우리 땅으로 여겼고, 법적 공증을 하면서까지 15년 간 어장을 임대해 온 사실이 있다. 제주도의 주장은 실효성이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5일 '완도와 제주 공유수면 관할구역 권한쟁의 민간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번 헌재 소송 대응을 위해 전남도의회와 완도군 인사 등 38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앞서 전남도의회는 지난해 8월 전남도와 완도군, 법조계, 어업인 대표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공유수면 사수를 주장해왔다. 민추위 위원장인 신의준 전남도의원은 "전남도 해역을 지키는 일은 어업인 생존권이 달린 문제며, 이번 달 추진위 공식 출범 후 완도군민 등 3만 여명이 작성한 서명부를 가지고 제주도 항의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지자체 간의 권한 행사를 놓고 분쟁이 있을 때 헌재가 판결하는 제도이다. 완도군 행정과 전남도가 사수도 분쟁을 어떻게 대처해 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