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송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창원‧진주지역 진보‧통일운동 활동가 4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등)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은 뜨거웠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김인택‧강웅‧원보람 판사)는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첫 공판을 열었다. 앞으로 공판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공판이었는데, 피고인 4명이 출석했다. 재판은 진보‧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됐다.
그동안 사건을 맡아온 서울중앙지검과 창원지검 검사 4명, 피고인측 신윤경‧장철순‧장경욱‧김형일‧안한진 변호사가 법정에 나와 서로 공방을 벌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다시 보낼 것인지 여부와 공소사실에 어떤 증거가 해당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자료(목록)을 제출할 것인지 여부, 증인 심문을 누구부터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창원지법으로 이송되면서 다시 지연되고 있다", "피고인들은 보석으로 인해 방호권이 충분이 보장되었다", "변호사 가운데 2명은 서울에 소재해 서울에서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에서 재판을 진행하면 과도한 비용이 든다고 주장했지만 비용 산출 근거가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대부분인 증인(66명)에 대한 비공개로 보호가 필요하다", "창원에서 하게 되면 여론이 호도될 수 있다"라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들은 반박했다. 김형일 변호사는 "재판 관할 재이송 요구에 반박하는 의견서를 냈고, 창원에서 준비기일이 열린 시점에서 다시 이송하자는 것은 신속한 재판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서울은 증인 보호가 되나 창원은 안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창원은 여론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록이 방대한데 서울에서 하게 되면 대조를 하고 피고인과 논의를 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이에 검사는 "4명 가운데 창원에 주소를 둔 피고인은 1명 뿐이다", "재판부에 여론에 휘둘린다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신윤경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관할에 해당하는 피고인은 한 명도 없고, 서울에 사는 한 명은 주소가 강북이다"라고 말했다.
김인택 판사는 "여러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하겠다"라며 "재판이 진행이 된다면 2~3주에 한번씩, 하루 정도 예상하고 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 끝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 고려해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판이 창원에서 진행된다는 전제 속에, 증거자료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변호인들은 검사가 제출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검찰 측 증인에 대해 반대심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에 어떤 증거가 해당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검사가 입증을 해야 한다", "회합이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누구와 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공소장에 보면 김XX으로 되어 있어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안한진 변호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변호인들도 확인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검사 측은 "공소사실을 보면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은 누군지 알 수 있지 않느냐", "공소사실에 증거목록을 다 제시할 수 없고 일부 할 수 있다", "증거에 대해서는 추가 입증하겠다"라고 했다.
김인택 판사는 검사측에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 자료를 알 수 있는 목록을 정리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판을 하기에 앞서 김 판사가 피고인 4명을 일어서라고 한 뒤, 주소와 직업을 묻자 이들은 모두 "진술 거부한다"라고 했다. 그러자 김 판사는 "연락처가 바뀌면 알려주어야 한다"라고 했다.
또 변호인들은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 여부를 물었고, 이에 김 판사는 "법원에서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했으며, 검찰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경욱 변호사는 "추가 기소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공소권 남용이다"라고 했다.
공판 마지막에 안한진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이 피고인들을 미행하고, 변호사 사무실까지 출입하고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다"라며 막아 달라고 했다. 이에 검찰측은 "국정원 사정은 모른다. 국정원에 의견서를 정식으로 내면 되지 않느냐"라고 했다.
다음 공판은 7월 22일 오후 2시 30분 같은 법정에서 열기로 했다.
국가정보원‧검찰은 피고인들이 2016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 900여만원을 받고 지령에 따라 국내 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 등으로 2023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은 2023년 12월 보석으로 풀러났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4월 재판을 창원지법으로 관할 이송했다.
피고인 4명 의견서, 재판부에 제출
한편 피고인 4명은 각각 자신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이날 서면으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ㄱ씨는 "창원에서 진행될 수 있는 재판을 서울로 재이송하여 오가게 하는 건 검찰의 편의와 종북몰이 여론을 조장할 언론의 접근성을 쉽게할 뿐이다. 사건의 진행에 어떤 명분도 없다"라며 "보석 이후 재판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환경의 변화만으로도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가족 모두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었다.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ㄴ씨는 "예단을 철저히 배제하고 적법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증거능력이 입증된 증거에 의하여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ㄷ씨는 "검찰은 첫 재판부터 지금까지 줄곧 피고인들이 방어권을 악용해서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고 강변해 오고 있다"라며 "피고인들은 공명정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방어권을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ㄹ씨는 "국정원과 검찰은 마치 우리가 국가안보를 해치는 암적인 존재인 것처럼 선전하고 우리가 사회에 있으면 대한민국이 망할 것처럼 떠들었다"라며 "하지만 저희가 보석으로 나온 지 반년이 지나도록 우리로 인해 대한민국은 어떤 위험도 없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