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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새뜰센터 입구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 출입금지 안내문 대봉새뜰센터 입구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 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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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부로 관계자외 출입을 금합니다. 출입시 무단 침입으로 간주합니다.'

경상남도 진주시에 위치한 '대봉새뜰센터' 입구에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출입 금지' 공지문을 확인한 김숙자(78)씨는 "국시(국수)도 삶아 묵고, 북도 치고 그랬는데... 없어지면 섭섭하지"라고 아쉬워했다. 

이곳은 '비봉새뜰사회사회적협동조합'(아래 '협동조합')의 주민 공동체 공간으로 총 2층(1층 대봉숲카페, 2층 주민 돌봄 공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2021년 5월 개관했다.
 
대봉새뜰센터는 봉래동 주민들에게 소중한 쉼터이다
▲ 대봉새뜰센터 전경 대봉새뜰센터는 봉래동 주민들에게 소중한 쉼터이다
ⓒ 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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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봉래동 일대가 '새뜰마을사업지구'로 선정되면서 주민 자치 활동이 시작되었고, 이후 자신감을 얻은 주민들이 나서 '사회적 협동조합'(2019년 11월 창립)을 결성했다. 

새뜰마을사업은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경제성장 및 도시화에서 소외된 도시 빈곤지역을 대상으로 생활 기반 시설, 집수리, 돌봄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새뜰마을사업은 관 주도의 물리적 시설 위주의 사업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경제, 사회, 물리적 사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여, 최종적으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의 변화'를 추구한다.
 
비봉산 자락 아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 도시개발로 인해 변두리로 밀려난 봉래동 비봉산 자락 아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 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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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듯 한 동네, 봉래동

커다란 느티나무가 반겨주는 봉래동은 아파트와 높은 건물이 없어 공기가 퍽 좋고, 사람들은 언제나 정겹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비봉산에도 오를 수 있다. 그런데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어쩐지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봉래동 삼삼슈퍼 앞 느티나무 그늘에서 마을 어르신들(80~90대)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동네 터줏대감 '삼삼슈퍼'는 종일 '말소리'로 가득하다. 슈퍼 앞 나무 그늘 아래로 주민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삼삼슈퍼 사장님 말에 따르면 "80~90대 어르신들이 제일 일찍 나오시는 편이고, 다른 주민들도 자주 이곳을 쉼터로 찾는다"고 했다. 

이곳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람이 시원한 까닭도 있으나 낙후된 동네의 주민들은 딱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봉래동에 2021년 '대봉새뜰센터'가 들어섰고, 동네 사람들은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뻤다. 더불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어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공동체'

사실 이곳 주민들에게 '공동체'란 단어는 낯설었다. 하지만 "나와 내 이웃과 더불어 살기 좋은 동네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활동을 이어나갔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조합원 50명과 이사 15명이 꾸려졌고, 관심에 따라 경영위원회, 마을돌봄위원회, 교육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민들의 아낌없는 헌신과 이웃에 대한 애정은 돌봄 공동체 활동의 큰 밑천이 되어 주었다.

마을에서 부족한 자원은 지역 사회에 도움을 청했다. 대다수 시민은 아무 대가 없이 선뜻 나서주었고, '협동조합'을 지지해 주었다. 늘 조용하기만 하던 동네에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마을이 들썩였고, 주민들은 활력이 넘쳤다.

발달 장애 청년들이 배우고 익힌 원예치료 수업을 선보이기도 했고, 집수리 봉사단이 찾아와 낡은 주택을 정성껏 수리해 주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생전 처음 '난타' 수업을 받으며 흥겹게 북을 치기도 했고, 어느 날엔 새색시처럼 곱게 차려입고 장수 사진을 찍으며 삶의 무료함을 잠시나마 잊기도 했다.

마을 돌봄 활동비 마련 위해 시작한 '대봉숲카페'

하지만 '협동조합' 활동과 '돌봄프로그램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비'가 필요했다. 주민들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대봉새뜰센터' 1층을 카페로 꾸며 간단한 차와 음료를 팔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며 카페는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전기요금과 공과금, 건물 상해 보험 등에 대한 지출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2023년 새로운 이사회가 꾸려졌고, 그동안의 경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교적 단가가 높은 '백숙'을 팔아보기로 했다. '비봉산을 찾아오는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재도전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내부 구성원들은 '장사'를 해본 적도 '경영'은 더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경영악화로 '대봉숲카페' 폐업 결정

결국 '협동조합'은 1층 가게를 접기로 했다. 불어나는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모든 것이 막막해졌다. 협동조합 이사장은 진주시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1층 대봉숲 카페 운영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 곧 폐업할 계획이다. 다만 2층 주민 돌봄 공간은 올해 연말까지 조합원들이 '노인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니, 그대로 유지했으면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한 진주시측은 '계약 변경'과 '직접 관리'를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했다.

담당 공무원은 "기존 계약 사항에서 변경사항이 생긴다면 '대봉새뜰센터'의 관리를 '비봉새뜰 사회적협동조합'에 맡길 수 없다"라며 "1층 카페를 폐업한다면 규정상 이 건물 전체를 진주시가 관리해야만 한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단디뉴스 취재 결과 진주시 담당자는 "건물을 드나드는 대다수가 고령의 노인들인데 안전상의 문제에 대비해 반드시 상해보험 가입이 유지되어야만 건물을 열어 둘 수가 있다"라며 "보험 가입 문제 등이 해결 되지 않아 급하게 공고문 붙이고 문을 닫은 상태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협동조합 운영 관련 지원'에 대해선 "대봉새뜰센터 건물 짓는 비용으로 이미 많은 예산이 들어가 더 이상 지원이 어렵고, 되도록 6월 안으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대봉커뮤니티 센터 건물의 새 관리자를 찾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 조합원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ㄴ(67)씨는 "그동안 우리가 활동하면서 동네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고, 나도 보람을 많이 느꼈다. 다만 이런 활동들이 '돈'으로 이어지지 않아 속상하다"라며 "애초 '대봉새뜰센터'를 지은 취지는 주민을 위해서 아닌가? 할머니들을 위해 연말까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2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새뜰마을 사업지구로 선정되는 지역은 도시 개발과정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채 낙후된 지역"이라며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홀몸 노인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의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휴먼 케어' 등 사회복지 영역 활동도 살피며 지역과 마을을 이으려고 시도하지만, 이 사업 기간이 보통 4년 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소 센터장은 "사업기간이 끝날 즈음 '주민거점시설'이 지어지고 이후 큰 과제가 남게 되는데, 지속성"라며 "시설운영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의 '운영'과 '경영역량'이 과연 4년 만에 길러질 수 있는가이다"라고 한계를 짚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진정한 민·관 협치는 주민들에게 무작정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관의 적절한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자체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인력이 함께할 수 있는 사업 실행의 방법과 구조를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덧붙이는 글 | 단디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대봉새뜰센터, #비봉새뜰사업, #민관협치, #노인돌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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