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갑'이 아닌 '을'의 횡포를 예방하겠다며 조례안 제정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편상범 충남도의원이 지난 5월 24일 대표 발의한 '충청남도교육청 갑질, 을질 및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조례안'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충남도의회 등에 따르면 이른바 '을질 조례'는 지차체에는 대구 달성군, 전북 남원시, 전남 곡성군 등에 제정돼 있다. 관련 조례가 제정될 경우, 교육청 차원에서는 전국 최초다.
하지만 조례안이 제시한 '개념 정의'에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조례안은 을질에 대해 '정당한 업무지시나 요구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정당한 지시를 하는 교직원의 행위를 갑질 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 부당하게 주장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이미 학교장 권한 충분" - "상호 존중 조직문화 목적"
조례안의 내용이 알려지자, 전교조와 소수정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을질 조례가 오히려 갑질을 강화하고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지난 10일부터 충남교육청 앞에서 조례안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피켓을 통해 '을질? 비판 목소리 잠재우기'라고 비판했다.
박영환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선 학교에서는 사실상 학교장이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을질 조례안'에서 밝힌 성실의무나 복종의무, 적당한 업무지시 거부 등에 대해서는 이미 공무원 징계령으로 학교장이 주의나 경고를 줄 수 있는 사항이다. 이미 학교장의 권한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을질이라는 표현을 쓰고 그런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교사들의 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문제 제기 등을 '을질'로 규정해 비판을 막으려는 의도로 밖에 볼수 없다. 을질 조례는 오히려 갑질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의당 충남도당도 11일 논평을 통해 "해당 조례안은 갑과 을을 동등한 위치에 두고 을질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학교장의 주의·경고, 도교육청의 징계위원회 개최 등 법령 위반에 대해 관리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을질 조례는 교직원들을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조례안에서 을질 관련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편상범 충남도의원은 13일 <오마이뉴스>에 "을질이란 용어가 생소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충남교직원 조직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갑질 문제가 9.2%, 을질이 8.9%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교원단체에서 관리자를 교장과 교감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영양사나 조리 종사자 등 다양한 근무자가 일하고 있다. 갑을 교장과 교감으로만 한정해서는 안된다. (학교 조직 내) 모든 근로자들을 포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조례의 목적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조례는) 갑에 대해 권한을 더 주는 조례가 아니다. 물론 조례가 제정되고 시행착오가 발생할 경우, 개정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