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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 유조가 강변을 거닐고 있다
▲ 흰목물떼새 유조 흰목물떼새 유조가 강변을 거닐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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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 유조다."

천막농성장 앞 금강에는 올해 태어난 흰목물떼새 유조(새끼 새)들이 종종 걸어 다닌다. 금강변 자갈밭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아있으면 갓 태어난 잠자리도 아무런 경계심 없이 날아와서 옷깃에 매달려 날개를 말린다. 눈에 띄게 자란 아기오리들도 엄마 오리 곁에서 물장구를 친다. 갓 태어난 생명들의 기운이 금강을 더욱 살아있게 한다.

아버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금강을 찾아왔던 아이들이 6월 10일 밤 열린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상영회에 엄마와 함께 왔다. 그 아이는 영화를 보지도 않고 물가로 달려가 돌을 던지며 놀더니 집에 가면서 쑥스러운 표정으로 "제가 지켜드릴께요"라고 말했다. 왜였을까? "천막이 없어지면 금강에 돌맹이들도 사라질까봐 너무 걱정된다"며 강을 지키고 싶단다. 
 
강변은 아이들의 놀이터
▲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 강변은 아이들의 놀이터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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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강 자체가 반드시 지켜야할 놀이터이고, 거대한 영화관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런 강의 가치를 알면서 모르쇠하고 있다. 세종보 수문을 닫아야만 하는 논리와 과학적 근거도 대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를 갖다 붙이면서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 등을 들먹이고 있지만, 박근혜 정권 때의 감사원와 국무총리실조차도 이런 보의 기능을 전면 부정한 바 있다. 결국 '진보 정부가 한 일이 싫어서'라는 식의 정략적 판단이 윤석열 정부의 눈을 가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피해는 누가 봐야 할까?  

멸종위기종 수몰한 환경부… 환경부 장관 고발한다
 
지난 12일 오후, 천막농성장에서 15여명이 참여했다.
▲ 멸종위기종 학살한 환경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 지난 12일 오후, 천막농성장에서 15여명이 참여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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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보 수문 운용으로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훼손한 환경부를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5여명의 활동가와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공주시가 백제문화제를 핑계로 수문을 닫아 정안천 합수부 수문 110일 닫았다 열었더니 펄로 뒤덮이고 여울과 모래톱이 사라져 유수성 어류인 멸종위기종 흰수마자가 사라졌다"면서 "환경부가 공주보 상류에서 절멸시켰다"고 지적했다. 
 
금강 곳곳에 수달 발자국이 즐비하다
▲ 금강에 즐비한 수달의 흔적 금강 곳곳에 수달 발자국이 즐비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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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처장은 또 "수문 개방 후 세종보 하류에 수달이 돌아와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면서 "수문 개방으로 돌아온 모래톱과 하중도가 주 서식지 인데 만약 담수하게 되면 절반 이상이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멸종위기종 '멸절'시킨 환경부장관의 책임을 물었다.

최재홍 변호사(법무법인 자연)는 "한화진 장관은 야생생물법 14조 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라고 규정하고, "금강유역에 미호종개와 꾸구리를 방류했는데 그 서식환경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탄식했다. 그는 "보의 담수로 이들이 살 수 있는 모래 여울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라면서 "문화재 보호법은 천연기념물 454호인 미호종개를 보호하지 못하고 야생생물법과 문화재법을 위반한 혐의가 크다"며 고발사유를 밝혔다.
 

수달이 노는 금강… 살아있는 강이 진짜 강이다

새벽에 천막 앞을 지나는 수달을 발견했다. 무심한 듯 덜렁대며 걸어가더니 물속으로 스르르 들어가서 유유히 물가를 거슬러 올랐다. 올라가며 사람이 보이자 이쪽을 살피듯 돌아보기도 했다. 10초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그 순간은 경탄스러웠다. 살아있는 수달과 살아있는 인간이 마주하는 아주 짧은 순간, 잊지 못할 것 같다.

수많은 사진 속의 수달을 감상하는 것보다 수달이 살아가는 흔적,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달과 실제로 교감을 하며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꽃 이름을 아는 것보다 꽃의 빛과 향기에 감탄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강과 같은 금강, 강을 그저 이용의 대상으로 취급하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이면에는 생명의 신비, 살아있는 것과의 교감을 하지 못한 이들의 빈약한 감수성이 숨어있다. 자연을 그저 이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인간의 욕심과 자만 때문이다. 강에 오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고, 강을 지키겠다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강물처럼 모이면 지금의 삐뚤어진 이 세상을 바르게 할 것으로 믿고 있다.
 
금강 주변에 수달의 흔적이 즐비하다
▲ 수달이 노는 금강 금강 주변에 수달의 흔적이 즐비하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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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강에 와서 물을 마신다.
▲ 금강 변에서 만난 고라니 고라니는 강에 와서 물을 마신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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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메말라 고라니 뛰노는 게 정상이냐"... 세종보 재가동 막혔다, 왜>

얼마 전에 농성장에 와서 취재를 한 <중앙일보>가 내놓은 기사의 제목부터 문제적이다. 기사를 보니 한 시민이 한 말을 제목으로 끌어올려 놨다. 그 시민은 <중앙일보>에 "강이 들판처럼 변해 고라니나 철새 놀이터가 되는 게 정상이냐. 행정수도 세종도 한강이 흐르는 수도 서울처럼 하루빨리 강물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단다.

 신문은 2020년 6월에도 <물안 고이니 고라니 출몰..금강 세종보 대책 7월에 나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번 기사는 2020년 기사의 판박이다. 그중 '출몰'이란 단어가 쓰였는데, 이는 고속도로 등 고라니가 나오면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을 때에 쓰는 게 적합한, 부정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살아있는 자연 속에 고라니가 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기자는 세종보 재가동에 대한 열망 때문에 살아있는 금강을 고속도로로 착각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도로에 자주 출몰하는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서는 천대받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멸종위기종이다. 사실 그 천대는 고라니의 잘못이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이동통로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기도 하다.      
 
4대강사업 완공 후 강은 녹조에 뒤덮였다. 본 사진은 부여 부소산성 앞 녹조가 창궐했던 2015년 8월의 모습이다.
▲ 금강의 녹조 4대강사업 완공 후 강은 녹조에 뒤덮였다. 본 사진은 부여 부소산성 앞 녹조가 창궐했던 2015년 8월의 모습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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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언론인의 비정상적 태도는 강을 비정상적으로 운용하려는 환경부의 오판으로부터 전이된 측면도 있을 듯하다. '살아있는 강이 비정상' '천막농성장도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이들이야 말로 국어사전을 한 번 찾아보라. 차가 다니는 도로가 아니라 "흐르는 물의 길"이 강이다.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면 막히고 정체가 되듯 강에 보를 막으면 썩어서 녹조가 창궐할뿐이다.

기어코 세종보를 세워 보를 정상가동하겠다는 윤석열 정부는 지금 비정상을 정상으로 강변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 어린 새와 물속에서 물장구를 배우는 아기 수달과 아기 오리, 그리고 지금 막 물수제비를 배우려는 아이들에 맞서서 막강한 공권력을 사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진짜 막가는 정부다.

태그:#금강, #세종보, #낙동강,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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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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