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교육청이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최근 개최했던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에 대해 "다시는 개최돼서는 안 되는 막대한 예산 낭비 사업"이라는 혹평이 교사단체에서 제기됐다.
박람회장에서 판매된 1만 원짜리 도시락 등 다수 사진을 공개한 교사단체는 "학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남긴 돈은 어디로 갔느냐. 1회성 행사에 배정한 그 많은 돈은 다 누구에게로 갔느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13일 박람회 현지 조사 결과와 현장 사진, 참여자 설문조사, 논평을 담은 A4 용지 50쪽짜리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닷새 동안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열린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에 대한 전교조의 사후 분석 자료였다. 박람회 행사는 김대중 전남교육감 공약 사업으로 지난해 전라남도의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부터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 70일 행사 100억 사업비... 교육 박람회 5일에 165억
전교조는 이번 박람회가 휴일을 제외하면 단 사흘 치러지는 데 사업비는 165억 원이 투입된 전시성, 일회성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점을 우선 비판했다. 과도한 예산 투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광주비엔날레(70일 행사, 약 100억 원 사업비), 전남수묵비엔날레(60일 행사, 46억 원 사업비)와 비교하기도 했다.
전남교육청이 "잠정 관객 40만명" "K-에듀의 신호탄을 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관람객 대부분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사에 동원된 전남 학생과 교사들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제박람회를 표방했으나 미국과 영국, 중국, 인도, 케냐 등 22개 국가에서 온 대표단은 130명 수준이었고, 학생 국제교류로그램의 경우 7개 국가에서 400여 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고는 "사실상 동네잔치로 막을 내렸다"고 했다.
박람회장에서 운영된 실내낚시·사진 찍기·부채 만들기·직업체험 등 각종 체험부스를 두고도 전교조는 "교육적 고민이 담겨있지 않다" "미래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했다. 1억 원을 투입해 진행한 해군함 승선체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예산낭비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참가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판매한 '비싸고 부실한' 음식, 박람회장에서 1회용품을 마구잡이로 사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청 승인 아래 푸드트럭 등 상인들이 현장에서 도시락과 음식을 팔았는데 가격과 구성에 있어서 학생과 교사들 불만이 많았다"며 "학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남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번 박람회 참가자 수는 경찰 추산 12만 명이라고 전하면서 방문객 대부분은 학생과 교사였다고 덧붙였다.
박람회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도 비판 일색이었다. 전교조가 체험학습 인솔교사, 프로그램 운영교사, 개인 참여자 등 715명에게 온라인으로 물었는데, 박람회에 만족했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88%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주말을 제외하고 체험 기간이 단 사흘에 불과해 학생 관람객이 일시에 과도하게 몰린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하루짜리 체험학습으로 장거리를 오가야 해서 관람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운영자로 참가한 교사 등은 미래교육철학 부재, 보여주기 강요, 지원 없는 과도한 책임 부과 등을 이번 박람회의 문제로 지적했다.
참가 고교생 "누구를 위한 박람회였나. 음식도 너무 비쌌다"
교사들 "돈낭비, 인력낭비... 행사는 3일, 10분 체험하고 40분 기다려"
전교조는 박람회를 다녀온 전남 중고교생들의 후기를 담은 지역신문 <무안타임즈> 기사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았다.
해당 신문에서 고교 2학년 한 학생은 "이번 박람회가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잘 모르겠다. 기대감을 품고 오전 일찍 출발해 박람회장에 도착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돌아왔다. 특히 미래교실은 밖에서 구경도 못 하게 했고, 선생님들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말에 학생을 위한 행사가 맞는지 허탈했다. 워낙 많은 인파에 밥 먹는 과정조차 힘들었고, 푸드트럭에서 팔던 음식은 제값을 못했다"고 적었다.
전교조 전남지부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의 예산편성과 집행, 행사 기획과 운영에서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한 결과, 더 이상 이런 행사가 개최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행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저희가 파악한 문제점들을 22대 국회 교육위원회와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과 공유하고 책임을 묻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의 이런 평가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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