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수족구에 걸렸다. 수족구병은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질환으로 여름철 특히 발병률이 높다.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의 전국 109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수족구병 표본감시 결과, 지난 한 달 사이 영유아(0~6세)에서 수족구병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수족구병은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감염 질환이라 엄마나 아빠, 부모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질환이다. 그런데 내가 아들의 수족구병을 빠르게 눈치채지 못한 이유는 아이가 초등학생이라서였다. 대부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 사이에서 유행하는 질병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생은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 일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열이 나기 시작했다. 서울 할머니 댁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하고 해열제를 먹여 일찍 재우고 아침에 열을 재보니 38도까지 올랐다. 학교에 결석을 알리고 해열제를 먹이니 다행히 열이 내렸다.
아들이 밥도 잘 먹고 컨디션도 좋아 보여서 내일이면 학교에 갈 수 있겠구나 했다. 그런데 그날 밤 또다시 열이 확 치솟아 올랐다. 이번에는 39도까지 오르는 고열. 긴장된 마음으로 아침 일찍 소아과를 방문했다. 의사가 말한다.
"수족구병이네요. 감염성 질환이라 등교 금지고요, 다 나으려면 아마 일주일정도 걸릴 거예요."
발열과 수포성 발진 있으면 의심하세요
수족구병이라고? 그제야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 입 주변과 손과 발에 수포가 올라와 있었다. 원래도 피부가 건조하고 트러블이 자주 생기는 편이라 단순 아토피나 피부질환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입 속을 살펴보니 꽤 커다란 수포들이 촘촘히 생겨 있었다.
아이가 목이 아프다고 했지만 단순 감기 증상이라고 생각했고, 열이 나는 이유도 목이 부어서 일거라고 여겼는데 모두 수족구병 증상이었던 거다.
"음식을 삼킬 때 목이 아프고 힘들 거예요. 탈수가 오지 않도록, 조금씩이라도 먹이시고 연고도 자주 발라주세요."
지난 6일 아이는 친구와 함께 키즈카페에서 놀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의 형제가 수족구병에 걸려 있었단다. 아마도 이런 경로로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하필이면 지난 6일은 현충일 휴교, 7일은 재량휴업일, 그리고 주말 이후 월요일부터 발열이 시작되어 등교하지 못한 탓에 아이에게는 뜻하지 않게 긴 연휴가 이어졌다. 이틀 뒤 등교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다시 소아과에 방문했지만, 의사는 수족구병은 목에 생긴 수포가 완전히 사라져야 등교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주가 되어야만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는 열이 내렸고 목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음식은 잘 먹고 있어 처방받은 약과 연고를 바르며 빨리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나까지 전염이 되면 곤란하니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손을 씻고, 잠자리를 분리하는 등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학교는 물론 학원이나 불필요한 야외활동도 자제하고 있다. 그래도 코로나 때 전염병의 난리통을 겪고 나서인지, 이런 생활이 낯설고 불편하지만은 않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수족구병은 전염력이 높은 편이라, 면역력이 약해진 어른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다만 증상은 경미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이라도 아이와 컵이나 식기, 수건 등을 따로 사용하고, 생활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좋단다. 또 아이에게 연고를 발라주거나 돌본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부디 아이가 있는 모든 가정이 전염병 예방 수칙과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전염병 없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