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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충남 청양군 인양뜰의 모습
 지난 14일 충남 청양군 인양뜰의 모습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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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4일 금강과 연결되는 충남 청양군 지천의 제방이 무너졌다. 제방 앞 인양뜰이 물에 잠기면서 인양뜰 안에 있던 수박과 메론 등의 비닐하우스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인양뜰과 그 주변에 있던 일부 민가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청양군의 피해가 커진 데는 대청댐 방류도 한몫했다. 지난해 7월 10일 대청댐 방류가 시작됐다. 대청댐 상류에서 내려온 물과 폭우가 겹치면서 지천 제방이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폭우 피해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당시 무너진 제방은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청남면 인양뜰 일대에 나가 봤다. 무너진 지천 제방에서는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잇따라 침수 피해를 입은 인양뜰과 그 주변 농민들은 "올해는 비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일부 농민들은 침수 피해에 대비한 나름의 매뉴얼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메론과 수박 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던 A씨는 "청양군에서는 장마 전에 제방 공사를 마무리한다고 하는데,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할 수 밖에 없다"라며 "곧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제방 공사가 끝나지 않고 있다. 불안해 하는 주민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경우에는 1억 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재해보험으로 시설하우스 15동을 다시 지었다. 보상도 완료되지 않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비 오면 농기구부터 대피시켜야, 매뉴얼도 고민"
 

농민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인양뜰에서 만난 B씨는 비닐하우스에서 막바지인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중이었다.

B씨는 "지난해 침수 당시에는 메론을 심었다. 올해는 (장마 전에 수확하는) 방울토마토로 바꾸었다. 하우스가 모두 다 잠겨서 파손됐다. 그래서 다시 지었다. 비용은 3억 원 이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 제방도 언제 어디서 또다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있는 제방은 모래 위에 쌓은 제방이다. 콘크리트로 지반 공사를 한 것이 아니다. 백사장 위에 흙을 쌓은 상태여서 강물이 범람하면 언제든 쉽게 터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올 여름 또다시 폭우가 올까 봐 걱정이다.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나름대로 대응 매뉴얼도 생긴 상태이다"라며 "비가 많이 오면 트랙터를 먼저 꺼내거나 중요한 농기계부터 대피시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새벽 1시에 둑이 터졌다. 너무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지금은 중요한 것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14일 제방 공사중인 청양군 인양뜰 앞 지천의 모습이다.
 지난 14일 제방 공사중인 청양군 인양뜰 앞 지천의 모습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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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 뜰 인근 고추밭에서 만난 C씨는 "지난해 피해가 컸다. 집이 창문 있는데 까지 잠겼다. 다시 복구를 해서 살고 있지만 장마가 오는 것이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근처 산 밑에 살다가 지난 1986년도에 산사태가 나서 여기로 이사를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물난리를 겪었다. 그때도 제방이 위험한 상황이었다"라며 "강보다 제방이 더 낮은 것으로 안다. 제방이 무너지면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제방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2년에는 배수펌프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침수가 됐고, 지난해에는 둑이 무너져서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매년 농작물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양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장마 전에는 제방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6월 말까지는 제축(제방을 쌓는 일) 공사를 완결지으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5일 침수 다음날의 인양뜰 모습.
 지난해 7월 15일 침수 다음날의 인양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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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양인양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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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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