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 선생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문장가로 평가받는다. 1792년부터 1796년까지 안의현감을 지낸 바 있는 만큼 함양에서는 매년 연암문화제를 열어 연암 박지원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실학으로 대표되는 북학(北學)의 대표적 학자이자 근대 이전 산문 역사에서 가장 큰 명성과 높은 위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일반 대중에게 덜 알려진 것이 현실이다. 함양군의 연암물레방아공원과 연암문화제의 규모 또한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업적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연암 박지원 선생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있어 기반이 갖춰진 함양군이 조금 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주간함양은 연암 박지원 선생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관광자원으로써 활용할 수 있을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기자말] |
지난 회차에서는 '테마공간으로 구현된 이야기들'이라는 주제로 지역을 대표하는 이야기를 테마공간으로 구현한 남원의 '춘향테마파크'와 포항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대해 살펴보았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의 줄거리 순서대로 코스를 구성한 부분에 있어 독특했고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VR, 미디어 등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해당 두 공간 모두 지역의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번 회차에는 조금은 다른 결의 테마공간인 '별주부전테마파크'와 '홍길동테마파크'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두 공간은 지역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기 보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캠핑장 등을 조성해 관광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관광·휴양지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별주부전의 고향 비토섬
바다와 갯벌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사천시 비토섬. 비토섬에는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있고 이는 토끼와 거북이 용왕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의 고전 소설인 별주부전 이야기에는 용왕에 대한 충성을 다하는 별주부와 이에 대립하는 문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토끼, 무능한 용왕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단순한 동물을 등장시킨 소설이 아니라, 집권층의 무능함과 권력계층의 상호 대립, 투쟁 그리고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적인 서민들의 의식이 반영된 우의적 작품이다.
별주부전은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잘 나타나 있으며, 이것이 주제의 양면성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별주부전을 테마로 한 별주부전테마파크는 비토섬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할 수 있다. 별주부전을 테마로 한 공원답게 토끼, 거북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산책로에 벚꽃 터널이 형성되며 산책로 입구에 거대한 토끼 석상과 살아 움직이는 토끼들을 볼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다.
오르막을 살짝 오르면 멋진 바다 뷰도 볼 수 있고 전망대는 물론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놀이터, 물놀이장, 캠핑장, 미로 숲 등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별주부전테마파크에는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캠핑장이 인상적인데 카라반과 글램핑, 일반 캠프 사이트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카라반의 경우 토끼, 거북이, 물고기 등의 모양으로 만들어져 마주하고 있는 바다와 조화를 이룬다. 카라반 내부에는 이층침대와 전자레인지, 밥솥, 커피포트, 냉장고, 인덕션 등이 갖추어져 있다.
캠핑장 위쪽을 걷다 보면 별주부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은 공원이 보인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아기자기한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별주부전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주변에 놀이터와 물놀이장도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테마파크 주변에는 해안을 따라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있어 남해 바다의 풍경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고 바닷가에서는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다양한 매력있는 홍길동테마파크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알려졌지만, 조선왕조 실록의 충분한 고증을 거쳐 실존 인물로 거듭난 홍길동. 홍길동은 15세기 중엽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첩의 자식이라는 신분 때문에 출세의 길이 막힌 인물이다. 이후 차별받던 민중을 규합해 활빈당을 결성,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실천적 삶을 살다가 관군에 체포되었지만, 무리를 이끌고 탈출하여 일본 오키나와로 진출하였다. 그곳에서도 민중의 소리를 대변하는 민권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장성군에 위치한 홍길동테마파크는 소설 속 허구적 인물에서 역사상 실존 인물로, 반역자 또는 도적에서 영웅으로 부활한 홍길동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특별한 테마파크다.
이 홍길동테마파크에는 홍길동 생가가 복원되어 있는데 안채, 아래채, 사랑채, 문간채 등을 포함한 전통 한옥 목구조로 건립되어 당시의 생활상들을 엿볼 수 있다.
인근에는 홍길동 전시관이 자리한다. 홍길동 생가 발굴 유물 및 실존성 자료 등의 전시를 통해 홍길동이 실존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고, 홍길동 영상물 상영으로 관람의 재미를 더 한다. 테마파크는 홍길동축제를 비롯한 홍길동 문화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장성군의 관광 명소로 꼽히면서 외부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처럼 홍길동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중요한 관광지로 꼽히지만 홍길동테마파크가 인기를 끄는 데에는 테마파크 안에 조성된 각종 놀이·체험장, 야영장, 오토캠핑장 등 기타 시설의 영향이 크다.
테마파크 중앙에는 바닥분수가 조성되어 있는데 여름 맛집이라 불릴 정도로 더운 날에는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이다. 꽤나 넓기 때문에 서로 치일일 없이 세차게 나오는 물줄기를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 바닥분수 양옆으로 정자가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의 물놀이 풍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인근 야영장 데크를 빌려 캠핑도 즐길 수 있고 오토캠핑장, 청백한옥 숙박시설을 통해 테마파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풋살경기장, 국궁장, 산체체험장, 굴비구이·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는 산촌자연밥상 등도 주변에 있어 하루 이상을 보내도 심심할 틈이 없다.
홍길동테마파크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모든 시설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집대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앞서 설명한 모든 시설들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밀집해 있어 편리하게 모든 시설들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홍길동테마파크는 홍길동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힐링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색다르고 특별한 여행지로 현재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