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최고 행정기관 '의정부'는 그 위상에 맞게 경복궁 광화문 앞 동편 첫 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그 '의정부'터(議政府址)가 역사유적광장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약 8년 동안 발굴·정비 노력을 거쳐 국가유산 사적 '의정부지'를 연면적 1만1300㎡ 규모의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조성하고, 오는 18일부터 시범 개방한다.
'의정부지'는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수백 년에 걸친 서울 역사의 층위를 간직한 장소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지난 100여 년 땅속에 묻혀 문헌자료를 통해서만 추정할 수 있었던 의정부의 실제 건물지들이 확인됐다.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국가지정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중앙관청들이 있던 자리는 오늘날 대부분 고층 건물이나 도로 등으로 바뀌어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의정부지 발굴조사를 통해 건물 배치와 규모 등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성과를 거뒀다.
조사를 통해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근무처였던 정본당을 중심으로, 협선당(찬성(종1품)·참찬(정2품) 근무처)과 석획당(여러 재상들의 사무공간)이 양옆에 나란히 배치된 '3당 병립' 형태로 발굴됐다. 정본당 뒤 후원에는 연지(연못)와 정자가 있었던 흔적도 확인됐다.
또한 일제가 1910년 의정부 자리에 건립했던 옛 경기도청사의 건물지도 발견됐다. 의정부지가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를 품고 있음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시는 의정부지를 발굴 상태 그대로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유적을 보존처리 후 복토하고, 방문객들이 의정부에서 발굴된 건물들의 본래 위치와 형태를 체감할 수 있도록 초석 재현 및 흔적 표시를 통해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조성했다.
서울시는 설계 단계부터 문화유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자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또한 발굴 유적을 원형대로 보존·정비하고, 유적 보호와 최적의 관람환경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논의를 거쳐왔다.
역사유적광장을 찾는 방문객은 정본당, 협선당, 석획당, 내행랑, 정자 등 건물지 5동과 연지, 우물 등 기타 주요시설의 흔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의정부의 후원(後園) 영역인 연지와 정자 인근에 조성된 정원과 산책로 등 녹지 쉼터에서는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24시간 활짝 열려 시민들을 맞이한다. 한 달 동안 시범 운영을 거쳐 시민들의 불편 사항 등을 접수하고 보완해 오는 7월 중순에 정식으로 개장할 계획이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상징적인 공간이자 서울시가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광화문 일대 역사문화경관 회복의 주요 성과"라며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이 시민 모두가 일상 속 가까이 자연과 역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