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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세종보 상류에 자리잡은 천막농성장이 18일 기준 50일이 됐다. 손톱 만하던 물고기가 손가락만한 크기로 자란 시간이다. 떼를 지어 생활하는 물고기의 개체수는 줄고 몸은 커졌다. 천적들에 의해 사냥당하며 개체수는 줄고 세월이 지나면서 몸은 커졌다. 천막 농성장의 작은 물웅덩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계절의 변화다. 이렇게 자란 물고기의 크기는 50일간 천막농성장의 세월을 담고 있다.
 
▲ 5월 10일에 확인한 치어떼 천막농성장에서 자라는 치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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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법 형채를 알애볼 정도로 큰 치어 천막농성장의 어린 물고기들이 커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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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물웅덩이는 참새들의 목욕탕으로 사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 목욕하는 참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모래 목욕을 즐기는 참새
모래 목욕을 즐기는 참새 ⓒ 이경호
 
천막농성장 앞에서 새끼를 키우던 박새가 번식을 마치고 야생의 삶을 찾아 떠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새는 다시 두 번째 번식을 시작하며, 먹이를 나르며 생명을 키워내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농성장이 없었다면 박새는 더 편하게 새끼들을 키워 냈을 것이다.
 
 농성장에서 번식하는 박새
농성장에서 번식하는 박새 ⓒ 이경호
 
흰목물떼새는 번식에 성공해 새끼가 자라났다. 자라난 새끼는 이제 어미새 만큼 컸다. 비행도 잘하고 사냥도 하면서 다시 금강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들도 박새처럼 두 번째 번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밤 시끄럽게 울어대는 흰목물떼새의 소리가 두 번째 번식을 재촉하는 듯 했다.
 
 올해 태어난 흰목물떼새 유조
올해 태어난 흰목물떼새 유조 ⓒ 이경호
   
 번식중인 흰목물떼새
번식중인 흰목물떼새 ⓒ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검은등할미새는 매일 같이 새끼들과 비행연습과 사냥연습을 하고 있다. 새끼 검은등할미새는 먹이를 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어미새는 아무런 군말 없이 먹이를 나른다. 농성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검은등할미새를 이렇게 쉽게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전국에서도 손에 꼽힐 것이다. 
  
 검은등할미새와 새기의 모습
검은등할미새와 새기의 모습 ⓒ 이경호
 
생명의 안녕과 담수중단을 위해 시민들이 만든 만든 공든탑 위에 번식을 마친 알락할미새가 찾아왔다. 높은 지역에서 주변을 조망하는 알락할미새의 위용이 예사롭지 않다.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탑이 새들의 또 다른 이용처로 역할을 하고 있다. 생명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대를 이어 살아간다.
  
 번식을 마친 알락할미새가 돌탑에 앉았다
번식을 마친 알락할미새가 돌탑에 앉았다 ⓒ 이경호
 
흰뺨검둥오리는 새끼들을 키워내 금강에 이동하며 수영 연습을 시키고 있다. 농상장 주면으로 약 4쌍이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좀 더 잘 키워 새끼를 많이 데리고 다니는 흰뺨검둥오리도 있고, 적은 개체를 데리고 다니는 흰뺨검둥오리도 있다. 흰뺨검둥오리 역시 시간이 허락한다면 2차 번식을 준비할 것이다.
  
 새끼오리들을 훈련시키는 흰뺨검둥오리
새끼오리들을 훈련시키는 흰뺨검둥오리 ⓒ 이경호
 
가끔 물총새가 새끼를 키워내기 위한 먹이를 날랐다. 제트기처럼 수면위를 비행하는 물총새의 코발트 빛이 아른거린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탓에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남는 종이다.

생명을 지키는 법
 
 아주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물총새
아주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물총새 ⓒ 이경호
 
천막농성장을 지키며 본 장면들이다. 아직도 농성장 주변에는 생명들을 키워내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새호리기가 사냥한 먹이를 어디론가 가지고 간다. 분명 세종보 근처에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새호리기는 여름이면 세종보를 찾는다. 내년에도 찾을 것이고 앞으로 쭉 찾을 것이다. 세종보로 금강을 틀어막지 않는다면 그렇다. 

뻐꾸기도 농성장 주변에서 매일 같이 울어 댄다. 탁란을 하는 뻐꾸기는 분명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고 어미의 소리를 계속 들려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미의 소리를 들려주면서 성장을 끝내면 함께 이동하자는 소리다. 담수가 된다면 사라질 생명의 소리이기도 하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튼 달뿌리풀이 수몰되면 탁란할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파랑새는 농성장 어딘가 주시하면서 경계하며 사냥한다. 강변에 많은 곤충들을 사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날개의 하늘색 점이 유난히 눈에 뜬다. 성격이 좀 안 좋지만 이름이 예뻐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파랑새는 천막농성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세종보 담수로 곤충들이 사라지면 파랑새가 새기를 키워내는 것은 더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농성장을 비행하는 파랑새
농성장을 비행하는 파랑새 ⓒ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낮은 물을 찾아와 먹이를 찾는 왜가리, 쇄백로, 중대백로와, 이따금 나타나는 검은댕기해오라기 역시 금강을 터전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걸으면서 먹이를 찾는 백로류이기 때문에 깊은 물에서는 살 수 없다. 금강물을 틀어막아 4m의 깊은 물을 만들면 사라질 수 있는 생명들이다.

우리는 농성장에서 50일간 무수히 많은 생명을 지켜냈다. 이것만으로도 천막농성장의 50일은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생명을 지키는 천막농성장으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킬 것이다. 

생명들을 지켜낼 방법을 가져오라고 요청하지만, 묵묵부답이다. 우리는 답을 얻을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은 흐트러짐이 없다. 여기에 생명들이 새끼를 키우고 터전으로 유지하고 있는 한 이를 포기할 수 없다. 생명을 키워내는 이야기는 정부가 세종보 다수를 철회 하는 순간까지 지켜 질 것이다. 금강의 생명들을 직접 만난다면 누구든 우리와 같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것이 생명의 힘이다.  
 

#천막농성장#생명#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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