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오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할 뜻을 밝혔다. 나경원 국회의원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당내 유력 당권주자로 점쳐졌던 이들 중 처음으로 손을 든 것이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출마 선언은 아니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원희룡이다"라며 "저는,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에 대해 숙고한 결과,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라고 알렸다. "다시 연락드리겠다"라며 조만간 공식 출마 기자회견이 별도로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재섭은 불출마, 나경원은 출마 임박... 나머지는?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이 가까워 오면서 교통정리가 시작되는 모양새이다. 같은 날 개혁 성향의 김재섭 국회의원은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라며 "제 무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이번 전당대회가 새로운 시대의 전야이길 바랐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대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진다"라며 전당대회를 앞둔 당의 상황을 비판했다. "정치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동력도 중요하다"라며 "당에서 동력을 모으는 일이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친윤계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대항마로 김재섭 의원을 선택해 밀 것이라는 설이 나왔으나, 당사자인 김 의원은 오히려 친윤계를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하며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이후 김 의원이 당 대표가 아니라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었으나, 일단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나경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9일 "한동훈 대항마는 나경원… 친윤계 3배수서 압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 전 위원장과 친윤계 후보 간 '1대 1' 구도를 위한 포석"이라며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최근 나 의원을 포함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상현 의원 등 3명을 지원 사격이 가능한 후보군으로 설정해 논의에 착수했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중 나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 본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은 스스로 친윤, 비윤, 반윤 또는 친한과 반한, 이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했으면 한다. 완전히 잊고, 묻어버렸으면 한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한 데 발맞춰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포스팅하는 등 부쩍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앞서 안철수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관련 기사:
"국힘 태평하다" 꼬집은 안철수, 전대 불출마 선언 https://omn.kr/292zw), 아직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당권주자는 이제 유승민 전 의원 정도만 남았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아직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이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던 윤상현 의원은 21일 오전 지역구에서 출마선언을 할 계획이다.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준석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한편,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이날 본인의 1호 법안 발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희룡 전 장관 출마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준석 의원은 "사실 원희룡 전 장관은, 저도 친하게 교류하지만, 굉장히 능력 있는 분이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 여러 중책을 역임하셨기 때문에 당연히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실 만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만 좀 이런 결심하는 배경에는 아무래도 원 장관과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생각해 봤을 때 '대통령과의 상의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며 "그래서 아마 나머지 다른 후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성격도 있지 않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때 국민의힘에서 일어났던, 소위 말하는 '대통령과 교감이 적었던 후보들'에 대해 가지고 대통령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표현이 있었던 것"을 상기시켰다. 김기현 전 대표가 당선됐던 전당대회 때 용산에 의해 자행되어 온 일들을 꼬집은 것.
이 의원은 "지금 원 장관이 출마하게 된 배경에는, 나머지 후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실상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직격했다. 이어 "저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이제 다른 당 전당대회니까, 지켜보는 입장에서 말씀드린 거지만,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평가할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