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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청탁금지법 질의응답에 올라온 문의 글에 권익위는 20일에 답변을 게재했다.
 6월 11일 청탁금지법 질의응답에 올라온 문의 글에 권익위는 20일에 답변을 게재했다.
ⓒ 권익위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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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종결 처리한 후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문의글이 급증했습니다. 그동안 답변을 하지 않았던 권익위가 20일부터 답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관련기사: 사회
300만원짜리 엿도 직무 관련없으면 괜찮다는 권익위
https://omn.kr/294uy). 

6월 11일 올라온 "대통령 영부인께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선물하려고 한다. 법에 저촉되는지 궁금하다"라는 문의 글에 권익위는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금품 등 수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권익위는 2022년 3월에 올라온 "배우자가 100만 원 초과하는 명품 가방을 받았다"라는 질의에는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등을 불문하고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벌금에 처해진다"라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었습니다. 답변에 사용된 문구와 처벌 규정, 단호함 등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답변과 너무 달랐습니다. 

인사청탁에도 직무관련성 없다?... 대통령은 공무원 임면권자 
 
김건희 여사와 촤재영 목사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김건희 여사와 촤재영 목사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 서울의소리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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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권익위가 지난해 발간한 "청탁금지법 주요 결정례집"을 보면 인사청탁에 관한 구체적인 처벌 사례가 나옵니다. 처벌 근거는 청탁금지법 제5조 1항 제3호 '모집·선발·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등의 인사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에 관한 규정입니다. 

2022년 6월 최재영 목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180만 원 상당의 샤넬화장품 세트를 선물한 다음 "지난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김창준 의원을 전혀 원로로 우대 안 한 것이 항상 가슴 아팠다고 합니다. 잘 상의하셔서 국가 원로로써 제대로 국정자문위원을 임명해 주면 좋을 듯합니다"라며 인사청탁을 합니다. 

헌법 제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중앙행정기관과 산하 기관의 인사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자리만 7000여 개입니다. 

과거 권익위의 답변과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를 종합해 보면 최 목사의 인사청탁은 대통령의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권익위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단정 짓거나 회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옷 로비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1999년 5월 27일 조선일보. 옷 로비 사건 관련 11건의 기사가 실렸다.
 1999년 5월 27일 조선일보. 옷 로비 사건 관련 11건의 기사가 실렸다.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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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 25일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의 옷값을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 총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다음날 벌어진 일명 '옷 로비사건'이었습니다. 

이틀 뒤인 5월 27일 <조선일보>는 1면부터 6면까지 모두 11건의 기사를 게재하는 등 마치 융단 폭격식으로 '옷 로비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김태정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급기야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습니다. 

청문회에 출석하고 재판까지 받은 배우자는 이형자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연정희 전 법무장관 부인, 배정숙 전 통일부 장관 부인과 정일순 라스포사(의상실) 사장 등이었습니다. 이들은 청문회에서 서로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국회 위증혐의에 대한 재판까지 받았습니다. 

'옷 로비 사건'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국민은 IMF로 힘든데 전직 장관·재벌 부인들이 호화 의상실에서 고가의 옷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2024년 권익위는 1999년 '옷 로비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장관 배우자들에게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지금처럼 직무관련성이 없고, 배우자는 처벌 조항이 없다고 답변할까요? 

청탁금지법이 오히려 부정부패 회피하는 수단?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카자흐·우즈베크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16일 새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카자흐·우즈베크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16일 새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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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청탁금지법'은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를 막아내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국민의 요구가 모아져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여의도에서는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원성이 봇물처럼 터졌습니다. 지금도 3만 원 식사, 5만 원 선물은 너무 낮다며 엄격한 청탁금지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국민은 권익위 홈페이지에서도 찾기 힘든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게시판에 가서 복잡한 실명인증을 거쳐 글을 썼습니다.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과 청렴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권익위는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과거와 다르게 오히려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는 듯한 문구로 포장된 답변을 복사해서 붙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으로 더욱 깨끗하고 공정해지는 대한민국, 국민권익위가 함께 합니다"라는 권익위의 말이 '공무원 배우자들의 명품백 수수, 청탁금지법으로 회피할 수 있습니다'처럼 들리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일까요?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권익위, #김건희, #청탁금지법, #옷로비사건, #명품백수수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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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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