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유성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초동수사기록 재검토 작업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맡기기로 공표한 시점인 지난해 8월 9일 국정원 직원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누구와 어떤 내용의 통화를 했는지 묻는 말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입법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9일 국정원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내용을 추궁했다.
박 의원은 "8월 9일 12시 33분 09초에 이 번호로 끝나는 전화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3분 30초가량 받았다. 발신지는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이었다"며 "누구랑 통화했느냐"고 물었다.
이 전 정관은 "제가 하루에 많은 전화를 받는데..."라며 "기억을 잘 못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 관계자와 매일 통화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누구랑 통화한 것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전 장관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와 상의?" vs. "그럴 이유 없어"
박 의원이 "이 자리에서 기억을 해보라"고 했지만, 이 전 장관은 "제가 국정원에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실무선과 그 위 국장과 아는 사람이 여럿 있고 해서 누구와 통화한 건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박 의원이 "8월 9일 가장 중요한 국방부 사안은 채 해병 사망사건이었다"며 "이 건 관련해서 국정원 관계자와 서로 간 뭔가를 상의한 거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전 장관은 "제가 국정원 관계자와 이 문제를 상의할 이유가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사유에 대해 소명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 유성호
지난해 8월 9일은 이 전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불러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날이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석 변호사와 이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3일 통화한 이유도 물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그때 무슨 얘기 했는지 기억은 전혀 없지만 최소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것(채 상병 사망사건) 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잡아뗐다.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정훈 대령의 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과 국정원 직원 사이의 통화와 관련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또 윤 대통령의 최측근과 이 전 장관의 통화와 관련해서도 김 변호사는 " 고석 변호사는 육사출신으로 군 법무관을 재직했다. 현재 있는 김동혁 군 검찰단장의 사실상 정신적 지주처럼 매우 친한 관계라는 것이 법무관들 사이에선 알려진 내용"이라며 "입건, 구속영장 청구. 이것이 순리적 방법에 의해서 된 것이 아니고,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선에 의해서 결정된 것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