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건된 지 1500여년 된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본사 불국사가 창건 이후 처음으로 주지스님을 투표로 선출할지 주목된다.
경북 경주에 있는 불국사는 21일 차기 주지 선거에 지정·각천·정오 스님 등이 후보등록 서류를 정상적으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불국사는 지난 11일 낸 산중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20일부터 22일까지 지주 후보자 등록을 받고 다음달 2일 총회를 열어 주지 후보자를 선출한다고 공고했다.
후보는 법계 종덕 이상으로 만 70세 미만의 비구 중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이상 종무원으로 2년 이상 재직 경력을 갖고 있거나 말사 주지로 8년 이상 재직, 중앙종회의원으로 4년 이상 재직 등의 조건을 달았다.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20일 오전 정오 스님과 각천 스님 등이 후보 등록을 위해 불국사 종무소를 찾았지만 종무소 측은 후보 등록을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추대한 전통이 있기 때문에 전통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였다.
정오 스님은 후보 등록을 거부당하자 입장문을 통해 "서류 접수를 거부하라고 미리 모의해 놓고 산중총회공고는 왜 냈느냐"며 "분명 누군가를 희롱하기 위해서인지 궁금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 종단에 선거법이 생긴 지가 30여년이 되었는데 불국사는 왜 선거를 안 하고 이리 못난 짓을 골라서 하느냐"며 "종단측의 적법한 행정실행과 불국사의 책임감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각천 스님도 "조실스님께서 살아계실 때부터 선거를 하지 않았다는 전통을 따르겠다는데 납득할 수 없다"며 "공고 따로 선출 따로 한다는 것은 종헌·종법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후보 등록을 거부당한 스님들은 특정 단일 후보로 주지 선출을 강행할 경우 선출무효 가처분 등 법적 대응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불국사 선관위가 후보 등록을 거부하자 지정 스님과 정오 스님은 종무소에 서류를 두고 나왔고 각천 스님은 이날 오후 내용증명을 통해 불국사에 서류를 발송했다.
불국사가 주지 후보 선출을 위한 공고를 하고도 후보 등록을 받지 않은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8월 27일, 지난달 23일 등 모두 세 차례나 된다.
그동안 단일 후보를 고수하면서 2년 넘게 주지를 뽑지 못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교구본사를 운영해왔다.
그러자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태성 스님)는 불국사 교구선거리위원회를 호법부에 제소키로 했다. 민주적 선거를 보장하는 종헌종법을 유린한다는 이유이다.
불국사 선관위는 비판이 일자 결국 21일 오후 이들 스님들에게 서류가 정상적으로 접수됐음을 알렸다.
이날까지 주지 후보로 접수한 스님은 모두 4명이다. 선관위는 교구발전위원회가 추대한 종천 스님을 기호 1번으로 하고 기호 2번 지정 스님, 기호 3번 정오 스님, 기호 4번 각천 스님으로 순서를 정했다. 무유 스님도 등록을 할 것으로 알려져 5명의 스님이 경선을 치를 전망이다.
선관위는 각 후보들의 자격을 심사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달 2일 투표를 통해 주지스님을 선출할 예정이다.
뒤늦게 후보 등록을 알리자 선거에 나선 스님들은 모두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