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국민적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조국), "온 몸을 밀어 바다에 다다르는 달팽이처럼 우리 함께"(이연주), "검사, 정의롭되 '공무원'이어야 합니다."(이광철), "民水検舟국민이 주인입니다."(이성윤), "검찰개혁은 상식입니다"(조성식),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개혁의 본질입니다"(황운하), "함께 여는 길"(최강욱), "당신 한 사람이 희망입니다."(이탄희)
선출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조직, 자신을 통제하는 상위 기관이 있지만 스스로 독립된 기관으로 여기는 조직, 그 어떤 조직보다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그런 조직, 조직을 위협하는 이라면 그가 대통령일지라도 위협을 서슴지않는 조직, 우리는 그 조직을 대한민국 검찰이라고 부른다.
검찰청, 우리는 검찰청을 지휘하는 자를 검찰청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검찰총장이라고 부른다. 경찰청을 지휘하는 자는 경찰청장인데 검찰청을 지휘하는 자는 검찰총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동안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다. 검찰청이 법무부 산하 외청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이제는 적지 않지만 실제로는 검찰청을 독립된 조직으로 여기는 경우 역시 많다.
검찰은 '공소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하지만 수사와 기소라는 권한을 동시에 갖고 사실상의 권력을 휘두르곤 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검찰이 자신의 자리를 망각하고 얼마나 자신들을 권력의 자리에 두고 유지하려고 해왔는지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검찰의 지위와 권한은 반드시 재설정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가면서.
선출되지 않았지만 권력을 누리는 집단, 대한민국 검찰
최강욱은 지난 2023년 10월부터 올해(2024년) 2월까지 총 7인과 대한민국 검찰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 검찰총장이었고 지금은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알다시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관직을 극렬히 반대했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그의 가족을 시작으로 조국의 치부를 어떻게든 찾아 들춰내고 죄인으로 만들겠다는 듯이 검찰은 전방위적 수사를 고삐 풀린 말처럼 쏟아냈다. 조국의 아내와 딸이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통해 결국 실형을 받기도 하고 그간 쌓아온 경력을 잃기도 했다. 조국 역시 지금까지도 검찰의 수사와 그로 인한 재판을 받고 있다.
누구보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라는 양검에 베이고 찔려온 조국은 이 책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대한민국 검찰을 고발하다>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국민적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고 그의 소신을 한 문장으로 분명히 담아냈다. 그가 말했듯이, 또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아가고 있듯이, 대한민국 검찰은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을 누리는 이들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 조국이 겪은 일들 속에서 이 나라 국민은 누구나 '검찰이 통제 받지 않는 상태로, 허락받지도 않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전 검사 출신 변호사 이연주, 기자 출신 작가 조성식, 민변 출신 변호사이자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이광철, 21대 국회의원이자 판사 출신인 이탄희, 전 울산경찰청장이었고 21대를 거쳐 22대 국회의원인 황운하, 서울지검장 출신으로 22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이성윤. 이들은 대한민국 검찰을 '권력에 도취된 조직'이며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권력을 이용하는 집단'이며 '정의를 가장한 불의를 부끄럼없이 실행하는 이들'로 여긴다.
조국은 검찰이 공포와 특혜를 이용하여 시민들을 '지배'하려 했고 실제로 그래왔다고 말한다. 검찰의 그런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연주는 검사는 권력에 중독된 것이나 다름 없어 일반 시민들과 다른 뇌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경찰 출신으로 검찰에 대해 나름 할 말이 많은 황운하는 수사와 기소라는 권한을 모두 가진 기관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성윤은 올바른 인사와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도적 조치를 통해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실현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탄희는 판사 출신으로서 '서류 재판'으로 상징되는 반(反)시민적 재판 문화를 공개재판 형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조광식, 이광철을 통해서도 우리는 검찰이 자신들의 '권력 아닌 권력'을 얼마나 움켜쥐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써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강욱과 인터뷰를 진행한 7인은 대한민국 검찰에 대해 한 마디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쥐고 놓지 않으려 하는 이들이라고 평가한다.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전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껏 보여온 행동들은 대한민국이 더이상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권한을 그냥 둘 수 없으며 심지어 검찰의 해체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이 책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는 대한민국 검찰의 내밀한 성질을 새삼 되짚어주고 검찰의 미래를 이 나라가 어떻게 재설정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 <도취된 권력, 타락한 정의-대한민국 검찰을 고발하다> 최강욱 엮음. 경기 파주: 창비, 2024.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