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의 정책 전환과 좌파 정체성 후퇴
지난 7월 4일,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며 다수당이 되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으로 영국 보수당에 190년 만의 대패를 안겨주었다. 5일(현지시각) 공식 개표 결과에서 650석 중 최소 412석으로 과반을 여유 있게 확보한 상태다.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는 패배가 확정된 후 사임을 발표했다.
보수당의 참패는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지난 14년 간의 혼란과 스캔들, 그리고 쇠퇴는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경제 불안과 사회 복지 시스템의 악화,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서의 실책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수당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점점 더 많은 지지를 잃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당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 노동당은 2019년 총선에서 패배했고, 새롭게 등장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그들은 공연의 정치를 끝내기 위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서비스로서의 정치로의 복귀이다. 변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영국 노동당, 여러 좌파 정책 철회
하지만 노동당이 현재 영국의 각종 위기를 돌파함과 아울러 보수당과 확고하게 변별되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노동당은 지난 2019년 총선에서 패배한 바 있다. 당시 제러미 코빈 대표는 좌파적 공약을 제시하며 총선에 임했다.
총선 패배 이후 키어 스타머 대표는 우파적 정책으로 대전환을 꾀했다. 이로써 내부에서 갈등이 커지고 당의 좌파적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우클릭'은 대학 등록금 폐지와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과 같은 핵심 정책을 철회하는 과감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친환경 규제 관련한 예산마저 삭감했다. 친환경 뉴딜 정책이자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할 정책마저도 약화한 셈이다. 임대차보호법 폐기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임에도 이를 폐기했으니, 오히려 친자본가적인 정책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려는 입장이다. 스타머는 브렉시트에 대한 논쟁이 유권자에 대한 국가적 분열을 초래한다며 거리를 두었다. 지난 3일 발표한 국방 정책은 '핵잠수함 4척 건조'였는데, 이는 완연한 우클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노동당의 총선 승리에 주목하면서도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키어 스타머 대표의 노동당은 일부 좌파적 공약을 철회하고 중도 및 우파적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는 노동당의 좌파 정체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으며, 향후 당의 통합과 유권자 지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수 중도층에게 표심을 호소하려는 전략이 향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영국 노동당의 전신은 1900년 노동자대표 위원회의 설립이었다. 당시 노동조합회의와 독립노동당이 연합했으며 1906년 지금의 당명이 되었다.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당의 쇄신 속에 여러 부침도 있었다. 전통적인 좌파 정당으로써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노동력 존중과 삶의 환경을 개혁하는 일에서부터 전체적으로 평등의 시너지를 제공하려는 책임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일은 당의 본분이라 하겠다. 격변하는 세계사적 갈등과 파다한 과제 속에서 노동당과 스타머의 행진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노동당 부대표 앤젤라 레이너의 "보수당은 지난 14년간의 혼란과 스캔들, 쇠퇴로 인해 유권자들에게 처벌을 받은 것"이라는 자체 평가의 일부이지만, 시선이 머문다.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과 유권자의 선택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곱씹도록 한다. 과연 노동당의 주요 정책과 공약이 긍정적인 평가로 작동했는지, 어쩌면 우리의 정치 영역에서도 익숙한 반사이익 구조의 혜택이자 전임 정부의 과다한 실책에 기반하지 않았는가를 곰곰이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