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풀뿌리 지역언론 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회장 최종길 당진시대 발행인, 아래 충언련)이 지역 언론의 비전을 찾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풀뿌리 지역언론의 육성을 위해 지역마다 독립적인 언론지원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언련은 5일과 6일 대전 베네키아호텔대림 강당에서 '풀뿌리 지역언론 발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풀뿌리 지역언론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찾는 일에 집중했다.
윤유경 미디어오늘 기자 "지역언론은 삶이 있는 보도를 하는 사람들"
입사 3년 차인 윤유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청년 기자가 본 풀뿌리 지역언론 그리고 미래' 주제 강의를 통해 그동안 미디어오늘에서 지역 언론사를 돌며 연재한 '전국 언론 자랑' 기사를 소개하고, 지역언론의 매력과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윤 기자가 장시간 지역 언론사를 취재하며 정의한 지역언론인은 "삶이 있는 보도를 하는 사람들"이다. '내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쓰거나',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사안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이다.
하지만 풀뿌리 지역언론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처해 있다. 지역 소멸이다. 갈수록 인구는 줄고, 이에 따라 신문사 경영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의 눈에는 풀뿌리 지역언론에서 일하는 청년들도 지역 소멸로 인한 고민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윤 기자는 '끊임없이 내 존재를 설명해야 한다'는 한 지역언론인의 말을 전하며 "이런 점에서 젊은 사람 없는 지역 청년들은 소수자"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 기자들이 '20, 30대가 나 하나뿐인 직장에서의 외로움', '허리 라인 선배의 부족',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 외에 해야 하는 사업에 힘들어하거나', '선배들마저 그만두는 모습을 보고 신문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내린 처방은 정부에 대한 것과 풀뿌리 언론사에 대한 주문으로 나뉜다. 윤 기자는 정부를 향해 "현재 지역신문발전위 등을 통한 지역신문 지원 20년 정책은 여전히 숨만 붙어 있게 하는 일시적 처방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별 언론재단에서 지역별로 별도 기금을 지원하고 지역언론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언론재단 지역언론팀이 아닌 독립적 지역신문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심의 의결 기구로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풀뿌리 언론사에 대해서는 "청년 언론인들이 일하고 싶어 하고 선망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젊은 기자들의 결정권과 발언권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교수 "디지털 전환, 영상뉴스 제공으로 독자층 접점 마련해야"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해외신문 기업을 통해 본 풀뿌리 지역언론 현황' 주제 강의에서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문 취재 편집 부문에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고 영상 뉴스를 제공해 폭넓은 독자층과의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플랫폼 독점화, 뉴스 정보를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으로 얻는 시대로 전환하면서 지역언론 등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언론노동 조건 또한 영상 콘텐츠 소비 행태로 인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1인 미디어, 성과급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위기에 대응하는 다른 나라의 제작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슈트라가르트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은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독자도 인터넷에서 정보 이용이 가능하게 하고 인터넷판에 매일 기후변화를 시각화해 제공하고 있다. 독일 쾰른에서 발행되는 한 지역신문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독자 이용을 실시간 추적해 개별화된 최적의 기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기사 소비와 열독율을 모두 높였다. 또 기존 월간구독 방식에서 디지털 기사 구독 등 디지털 구독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독일의 하멜른 시에서 발행되는 지역언론 < DEWEZET >는 유치원에서 일할 전문 인력과 가정방문 보육 인력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제작해 매년 약 300명 가까운 사람을 취업과 연결해 올해 독일신문협회 마케팅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심 교수는 지역언론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신문 취재 편집 부문에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독자를 발굴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음성 뉴스뿐만 아니라 영상 뉴스를 제공해 폭넓은 독자층과의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 "지역마다 독립적인 언론지원재단 만들어야"
28년째 평택시민신문을 이끄는 지역언론 1세대 기자이자 운영자인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은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중심으로 '풀뿌리 지역언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특별강연했다.
김 발행인은 풀뿌리 지역언론이 처한 부정적 환경으로 뉴스플랫폼의 독점화에 따른 지면 구독자 감소, 상업광고 축소, 영세한 자본 등을 꼽았다. 반면 그는 "지방자치의 성숙과 민주주의 발전 등은 지역언론의 확장 가능성이자 희망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언련은 한국 지역언론의 최전선"이라며 "권력 감시, 지역 밀착, 신뢰할 만한 독창적 콘텐츠 창출, 지역사회와 협업 및 네트워킹 등 기본으로 돌아가 충남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역언론의 일상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장호순 전 순천향대 교수가 제안한 것처럼 지역마다 독립적인 언론지원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법은 언론 분산밖에 없다는 장 교수님의 진단에 동의한다"며 "각 지역에서 건강한 지역언론 구조를 스스로 만들고 성공모델을 나누는 방식으로 지역 언론의 희망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최종길 충남지역언론연합 회장은 "지역민들과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으로 더 나은 미디어환경을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지난 2007년 창립한 충언련에는 현재 공주신문, 논산포커스, 뉴스서천, 당진시대, 무한정보, 보령신문, 서산시대, 아산투데이, 청양신문, 충남시사, 태안신문, 홍성신문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