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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우는 텃밭의 식물들은 약을 거의 치지 않는다. 처음 뭔가를 심을 때만 닭똥 거름을 섞어주고 살충제와 잡초제는 한 번만 뿌려줄 뿐이다. 그다음부터는 식물들이 자생의 힘으로 커가도록 돕는다.

그 때문인지 양파도 썪음병이 들고 마늘도 잎마름병에 걸린다. 수확량도 좋지 않다. 그래도 살충제를 안 친다. 20평 남짓한 지금의 텃밭을 8년 넘게 가꾸면서 깨달은 것이다. 대량의 살충제를 쳐도 그때뿐이라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식물의 근원적인 힘을 길러주는 것이 최고다.

"퇴비를 잘해 땅심을 키우면 해충이 다 죽지는 않더라도 맥을 못 추게 된다. 그러니 해충이 있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암세포가 있든 없든 면역력을 키우면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다." (61쪽)

김영길의 〈병에 걸려도 잘 사는 법〉에 나오는 이야기다. 벌레 없는 나무가 없듯이 우리 몸속의 대장균처럼 암세포도 모두 있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도 하루 4천 개씩 암세포가 생겼다 사라진다고 하는데 면역력만 강하면 암세포는 순한 양이 되어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표적치료제'라는 항암치료법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것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것 같지만 거기에도 새로운 세포가 생기듯 암세포는 계속 생겨날 수 있단다. 그러니 근본 해결책이 필요한데, 퇴비를 잘 줘서 땅심을 키우면 해충이 모두 죽지 않아도 맥을 못 추는 것과 같은 방법이란다. 우리 몸에 암세포가 있든 없든 1%의 면역력만 있으면 그것이 생명의 불씨가 되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책겉그림 김영길의 〈병에 걸려도 잘 사는 법〉
▲ 책겉그림 김영길의 〈병에 걸려도 잘 사는 법〉
ⓒ 서울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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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식물의 원리처럼 인간의 몸을 다스리는 김영길은 한의사다. 지금은 국립암센터 옆에 그의 한약방이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처음 한약방을 연 곳은 강원도 인제군의 방태산 자락이었다. 해발 460m의 손바닥만한 분지에 수십 호가 모여 사는 산골의 어느 화전민이 지은 흙집 방 두 칸을 빌려 한약방을 차렸다.

한약방을 처음 열던 그날 50대 농부가 밭에서 약용 식물인 천궁을 캐다가 눈이 아파 자신을 찾아왔단다. 그 농부는 눈이 빠질 것처럼 죽는다고 소리쳤고 임상경험이 전무한 그는 우황청심환을 먹였단다. 그래도 환자의 통증이 가시지 않자 양말을 벗기고 용천혈에 삼릉침으로 사혈했는데 그때 기적처럼 나았다고 한다.

그 환자를 기점으로 그는 각종 암환자를 비롯해 말기암 등 난치병 환자들을 숱하게 봤다고 한다. 자타가 인정할 만큼 그처럼 각종 암이나 간경화 등 불치병 환자를 치료한 이도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중국의 명의와 같은 '화타'라는 칭호를 붙여줬다는 것이다.

"석달이 지나자 아들의 체중이 100kg 이하로 내려가고 약수터까지의 왕복 시간은 처음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체중이 80kg을 줄면서, 이젠 약수터를 지나 해발 1,400km가 넘는 방태산의 주능선까지 올라갔다가 배다른석, 깃대봉을 거쳐 하늬둥 계곡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145쪽)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그의 처방을 통해 치료된 상태를 말한 것이다. 그 환자가 병을 고친 것은 약수물의 효험도 없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걸으면서 몸의 기운을 순환시킨 결과라고 말한다. 그 환자가 처음 그곳을 찾아왔을 때만 해도 체중이 110kg였는데 반년이 지나자 20kg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만성 신부전증도 호전되었단다.

"노인은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오전엔 만보, 오후에 만 보씩 걸었다. 추운 겨울에도 걸었다. 제천의 겨울 날씨는 남쪽으로 철원 다음으로 추운 곳이다. 주위에서는 암 환자가 추위 속에 걷는 것은 해롭다면서 말렸지만 게의치 않았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눈보라가 쳐도 오전, 오후에 만보씩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걷지 않으면 온 몸이 아팠다." (386쪽)

방광암 수술을 열 번이나 한 환자가 그를 찾아왔을 때 걷는 처방전을 내린 이야기다. 그는 그 노인에게 수술보다 하루 2만 보씩 걷도록 권장했단다. 전립선암 말기 환자였던 그 노인은 그로부터 15년간 매일 그렇게 걸었다고 한다. 일반병원 의사가 항암치료를 권장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노인은 암을 제거하기보다 친병(親病)으로 친구처럼 대하고, 언제나처럼 걸으면서 남은 인생을 살기로 작정했단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모든 질병의 치료법 두 가지를 소개한다. 그 하나는 많이 걷는 것으로 뉴턴의 제 1법칙인 관성의 법칙과 같다. 멈춰 있는 물체는 계속 멈추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는 속성처럼 우리 몸도 그렇다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서서히 굳고 죽어가지만 아파도 몸을 움직이면 살아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피를 맑게 하는 방법이다. 피를 맑게 하려면 운동과 함께 좋은 물을 마셔야 하는데 그가 추천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숭늉을 마시는 것이다. 그것도 커피 정도로 까맣게 태운 숭늉을 매일 마시면 피가 맑아진다고 한다. 이런 방법은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방법 같다.

"미세먼지에 대처하려면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신장을 통해 독소를 내보내는 예방법의 하나다. 그런데 물은 생각처럼 많이 마실 수가 없다. 필터인 신장이 걸려주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신장이 채 거르지 못하면 몸이 붓고 만다. 하지만 진한 숭늉은 해독 작용과 이뇨 작용이 뛰어나 물보다 많이 마실 수가 있다." (246쪽)

그 밖에도 이 책은 간경화·간염·간암을 비롯해 신장질환·비만·혈압·당뇨, 위·식도·대장질환, 뇌질환, 갱년기 장애와 성기능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서 좋아진 사례를 소개한다. 물론 불치병이라도 면역력을 키우면 그 병들을 잘 다루면서 살 수 있는 길도 제시한다. 식물도 퇴비를 잘 줘서 땅심을 키우면 해충이 죽지 않더라도 녀석들이 맥을 못 추게 만들듯이 말이다.

병에 걸려도 잘 사는 법

김영길 (지은이), 서울셀렉션(2023)


#걷는것과숭늉의놀라운비법을알려주는#화타김영길#불치병이라도면역력을키우면그병들을잘#진한숭늉은해독작용과이뇨작용이뛰어#만성신부전증환자가그의처방을통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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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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