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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다섯 부부를 만났다.[편집자말]
 기후위기로 인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여성들. 왼쪽부터 김보연, 송도영, 김유리, 윤고은, 이혜인.
 기후위기로 인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여성들. 왼쪽부터 김보연, 송도영, 김유리, 윤고은, 이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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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생각은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미국 정계의 양 진영에서는 환경 때문에 자녀를 갖지 않는다는 생각을 부조리하고, 패배주의적이며, 위험하다고 무시해왔다. 2019년 인스타그램 동영상에서 뉴욕주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기후 과학이 예측하는 미래 때문에 젊은이들이 "아직도 아이를 가져도 되는 것인가 하는 적법한 질문을 갖게 된다"고 했을 때 폭스 뉴스의 진행자들은 그가 "무자녀 정책" 혹은 "문명 자살"을 옹호한다고 비난했다." - 페기 오도널 헤핑턴, <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한국에서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비판 중 하나는 "이기적이다"는 말이다. 저출생에 소멸을 걱정하는 국가를 생각하지 않고,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2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갖기 원하지 않거나 한 명만 갖기를 원하면서 개와 고양이는 두 마리씩 키우는데, 이는 이기주의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오마이뉴스>와 만나 기후위기를 우려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한 여성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한 실천을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의 영어유치원을 걱정할 게 아니라...."

유해 물질 관련 연구를 하는 김보연씨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이 유무에는 결정을 열어둔 상태로 지난 2015년 결혼했다. 그는 주변 환경에 관심이 많은 모친 덕분에 '환경 감수성'이 민감한 아이로 자랐다고 했다.

김씨는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실천도 오랜 시간 해왔다. 그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행동을 늘 염두에 두고 사는 편인데, 그중 하나가 수입 과일을 먹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제품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는데 그래도 일종의 기호식품인 과일만큼은 수입된 걸 먹지 않고, 가능한 채식을 하려고 한다. 유기농 식품은 물론 땅에도 좋지만 우리 몸에도 좋고 탄소배출량도 훨씬 적기에 직거래를 통해 농수산물을 주문한다. 여행 갈 때 수저나 브리타 정수기를 갖고 가는 일은 여러 번 하면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 

그는 기후위기가 이미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자신이 사는 서울에서는 '불볕' 더위 정도를 제외하고는 시민들이 체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에서도, 이를 테면 반지하에 거주하는 분들이 홍수 등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고 했다. 

"주로 장바구니 물가나 제철 음식을 구하면서 느낀다. 제철 농산물이 점점 더 구하기 힘들고 비싸진다. 원래 딸기가 봄 과일이었는데, 요즘은 겨울 과일이 됐다. 수박을 겨울에 먹을 수 있으니 좋은가? 오히려 제철에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없고, '스마트팜'이라는 가짜 조명 아래서 만들어진 과일을 먹게 된다는 걸 딸기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다."

그러면서 김씨는 "한국인들이 아이의 영어유치원에 대해 걱정할 게 아니라 앞으로 아이가 사회에 나가 마주할 환경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우려했다. 

"부산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10년 지나면 잠길 거라고...." 
 
 초복을 맞아 닭의 죽음을 반대하는 ‘2024복날추모행동’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앞에서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권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주최로 열렸다.
 초복을 맞아 닭의 죽음을 반대하는 ‘2024복날추모행동’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앞에서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권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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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기후위기' 등으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들은 대체로 '비건(완전 채식) 지향'인 경우가 많았다. 송도영씨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에 거주하는 송씨는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참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모두가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말을 하면 싫어하니 말하지 않는다. 개인의 실천보다는 물론 정부나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물건을 덜 사고, 덜 쓰려 한다. 환경 정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비전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투표한다."

부산에 살기 전에 경남 김해에 살았다는 그는 "진해가 가까워 매년 하는 큰 행사인 군항제를 가는데,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치르려고 해도 날짜가 매년 맞지 않는다"라며 "개나리, 벚꽃, 라일락이 동시에 피고 군항제 날짜가 계속 맞지 않는 것이 날 무섭게 만든다"라고 했다.

송씨처럼 부산에 사는 김유리씨 역시 "'완전 채식'으로 가진 못했지만 고기를 덜 먹고, 일회용품을 덜 쓰는 삶을 산다"라며 "집에서는 햄버거를 먹었다면 햄버거 값만큼 환경단체에 기부를 하는 식의 '벌금 제도'를 운영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의 집 냉장고에는 원래 치킨 너겟이 구비돼있었지만 이제는 두부 텐더로 바꾸었다고 했다.

그의 남편 필립씨는 아일랜드인으로 한국은 아일랜드보다 덥고 일조량이 강해 한국에서 살아가기 쉽지 않다. 그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햇볕에 잠깐 활동해도 벌겋게 익으면서 일광 화상을 입는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보다 더 더워진다면 그는 이곳에서 살아가기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제로웨이스트 상점 중 하나인 서울 망원동의 알맹상점에 놓은 화장품 리필 판매 모습
 제로웨이스트 상점 중 하나인 서울 망원동의 알맹상점에 놓은 화장품 리필 판매 모습
ⓒ 알맹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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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윤고은씨는 빈 용기를 갖고 가면 샴푸나 린스 등의 액체만 따로 구매할 수 있는 '알맹상점'을 자주 이용한다.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국산을 주로 이용하고 제주에 가면 제주산을 이용하려 노력한다. 최근에는 탄산수를 만드는 기계를 구입했는데 "페트병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 같은 가축의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나오는 메탄가스가 심각하다고 해 소고기를 특히 먹지 않으려고 한다. 우유도 예전에는 매일 집에 구비해두었다면 지금은 필요할 때만 찾아 먹곤 한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유제품 없이도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지만, 출산에 대해서나 기후위기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다. 소, 돼지, 닭을 먹지 않고 해산물을 먹는 채식주의자인 '페스코테리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혜인씨는 "오래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고민하니 사람들은 내게 곧 낳을 것 같다고 하더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번식에 대해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라며 "특히 이렇게 (기후위기 등으로) 환경이 좋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에 최적이 아닌 상황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주변을 보면 아무래도 육아 자체의 난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일회용품을 안 쓰기도 어렵고, 아이와 이것저것 해봐야 하는 경험도 많기 때문에 육아를 하면서 쓰레기도 많이 나오게 되더라"라면서 한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기후위기#탄소배출#출산파업#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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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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