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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열병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4.7.9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열병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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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의 전문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전문을 공개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원희룡 후보 측이나, 메시지를 주고 받은 당사자인 한동훈 후보 측 모두 9일 오전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당 대표 후보자들 간 첫 TV토론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날 토론회에서 날 선 공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사과 의사 밝히긴 했지만 계속 부작용 우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7.8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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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TV조선은 8일 늦은 오후,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자신들이 입수한 메시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편집·재구성'해 문자 내용을 전한 것과 달리 해당 매체들은 "일부 오탈자를 수정한 것 외에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친윤계와 친한계 모두 양쪽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모두 등장한다. 예컨대, 원희룡 후보 측과 친윤계는 이를 근거로 김건희 여사의 사과 의사가 충분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김건희 여사는 "사과드리겠다" "죄송하다"와 같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다만, 이 사과 표현 중 다수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다가올 국회의원 총선거를 지휘해야 할 한동훈 후보 개인에게 향해 있었다.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힌 것은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다"(1월 19일)부터였다.

동시에 친한계 쪽에서 강조해 온 '조건부' 문장들도 눈에 띈다. 한동훈 후보는 지난 5일 KBS <사사건건>과의 인터뷰에서 "사과하기 어려운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는 취지를 강조하는 문자였던 걸로 기억한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뉘앙스의 표현들도 다수 있었던 것.

김건희 여사는 같은 1월 19일 문자에서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뿐"이라며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라고 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 빠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 본인의 사과가 국정 지지도와 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함께 언급한 것이다. 대신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다"라며 칼자루를 한동훈 후보 측에 돌렸다.

당시 거세게 불거졌던 소위 '윤한 갈등'이 약속대련이 아니라 실재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엿보인다. 김 여사는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언짢"은 기분을 언급하며 "너그럽게 이해부탁드린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한 번만 브이(V)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까"라며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 부탁드린다"라고도 덧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브이는 VIP, 즉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1월 25일에는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 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큰 마음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라고 말했다. 당시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후보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며 큰 파장이 있었을 때이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후보에게 직접 전화로 비속어까지 쓰며 비난했다는 말도 나왔었다. 최소한 윤 대통령이 한동훈 위원장에게 '격노'했다는 점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1월 최초 보도 이후 6개월 만에 재점화... 주요 캠프는 조용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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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문자와 관련해 보도한 것은 CBS가 처음이 아니다. TV조선은 이미 지난 1월 24일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하기 전, 김 여사가 명품백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당 쪽에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당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내용"이었다고 기사화했다.

당시 리포트는 "제 불찰로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하다" "사과를 해서 사안이 해결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사과를 하고 싶다"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등 주요 내용을 따옴표("") 처리해서 보도했다. 이번에 공개된 원문과 대동소이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내용이 재점화되며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날(8일)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문자를 두고 거친 공방을 주고 받았던 후보들은, 막상 문자 전문이 공개된 이후 조용하다. 한동훈 후보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니다"라며 "그 문자 내용에 대해서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캠프 내부적으로는 '전문이 공개될 경우 오히려 불리한 것은 원희룡 후보 쪽'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가장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원희룡 후보 쪽도 잠잠하다. 매일 오전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메시지를 냈던 원희룡 후보는 이날 아침 '주3일 출근제'와 '해병대 채상병 순직' 관련 게시물만 2건 올렸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한 후보를 겨냥한 내용이기는 했지만, 문자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이라도 한동훈 후보가 문자를 공개해서 진실을 밝히거나, 아니면 사과하고 이 논란을 마무리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침묵은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이날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간 첫 TV토론이 있는 날이다. 공교롭게도 TV조선이 주관 방송사를 맡은 만큼, 토론 현장에서 문자 관련 언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공방은 물론, '양비론'을 펼쳐왔던 나경원·윤상현 후보의 태도 역시 관심이 모인다.

아래는 언론에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문자 전문이다.

▲2024년 1월 15일
요새 너무도 고생 많으십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ㅠㅠㅠ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 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한번만 브이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 부탁드려요.

▲2024년 1월 15일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19일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프로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23일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가지로 사과드립니다.

▲2024년 1월 25일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큰 맘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김건희#한동훈#윤석열#전당대회#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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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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