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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인 이영자의 세컨드하우스가 공개돼 '3도 4촌'이 새로운 주거식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3일은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4일은 시골에서 힐링을 하며 지친 삶을 위로받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골에 자리한 이영자의 세컨드하우스는 이유미(이영자의 본명)라는 사람의 취향을 저격해 주인장 그가 살고 싶은 시골라이프를 제대로 반영했다. 

모기장 텐트에서 잠을 자고 곤히 자고 있는 이유미를 따뜻한 햇살이 흔들어 깨워준다. 양철 지붕의 빗소리를 음악 삼아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골 감성이 묻어 있는 집. 마트 대신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텃밭에서 장을 보고 직접 키운 야채 등으로 요리해 제철 최고의 건강 식단을 자신에게 선물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밟으면 몸에 좋다는 황토를 시골집에 가져와 '황토러닝머신'을 개발해 이용하며 건강한 시골라이프의 삶을 이어나가는 이영자의 모습은 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고 방송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도 주거 형태의 또 다른 영감을 전해주었을 것이다. 

집이란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주거와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개념으로서의 공간의 모습을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던 '이유미의 드림 하우스'였지 않나 싶다. 

요즘 새롭게 불고 있는 공간 트렌드로 꼭 주거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자연이 더해진 삶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중파 TV프로그램뿐 아니라 개인 유튜브 영상 속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는 탓이다.

5일은 도시에서 일하고 이틀은 시골에서 지내는 5도 2촌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 땅을 소유해 농막을 활용해 주말 농장을 가꾸기도 하고 개인 소유로 자신만의 캠핑장을 취향 저격해 만들고 꾸미고 가꾸고 그 안에서 가족과 혹은 혼자서 혹은 커플이 함께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 가며 신바람 나는 삶을 이어나간다. 

시골 감성 폴폴 나는 곳에서... 우리도 그랬다 
     
미니 텃밭 만들기 시골 전원생활, 어린이집 다녀온 아이가 텃밭에서 오이를 따고 있다.
미니 텃밭 만들기시골 전원생활, 어린이집 다녀온 아이가 텃밭에서 오이를 따고 있다. ⓒ 이효진
 
사실 우리 부부도 그랬다. 약 10년 전인 2014년 경, 우리만의 땅을 사고 셀프드림하우스를 짓고 그 안에서 행복라이프를 꿈꿨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의 삶은 너무나도 달랐다.

매일 반복되는 시골 안에서의 '7촌 생활', 일주일 내내 사는 건 우리 가족 모두를 지쳐가게 만들었다. 행복을 꿈꾸던 시골 안에서의 삶도 그게 일상이 되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더라는 얘기다. 우리가 시골생활을 선택했듯이 불편한 점들이야 다 감내하더라도, 경제력 앞에서만큼은 산산이 부서져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카페 혹은 펜션, 민박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삶. 이런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많을 거라 여겨진다. 당시 우리는 
카페와 작게 글램핑 숙박 업을 했는데, 큰 욕심내지 않고 그저 먹고 살아갈 수 있을 여유 정도면 충분할 거라 여겼건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손님이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손님이 많으면 많은 대로 큰 고민과 걱정을 한 짐 가득이고 살아가야 했던 삶. 일에 치이지 않고 살아가며 돈도 벌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늘 그 또한 우리 부부의 오만이며 착각이었다. 

당시, 주말은 절대 가족을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손님이 주말에 많이 찾으니 주말은 거의 매번 손님들에게 반납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날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외로움을 선물하는 날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특별한 날에 오히려 방에 처박혀 지내며 엄마 아빠가 일이 언제 끝날 지를 목놓아 기다려야만 했다. 하루는 어린이집을 가는 아들이 "내일 선생님께서 분명 주말에 어디 다녀왔냐고 물으실 텐데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거짓말해야 하나?"하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질 뿐이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한 학기 보낸 그때, 우린 6여 년 동안의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지역 도심 시내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휴일과 공휴일은 무조건 쉴 수 있는 일을 선택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변덕스러운 게, 7촌 생활을 할 때는 편안한 아파트 생활이 좋아 보이고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니 또 어느새 시골생활이 그리워지더라는 거다. 다시 또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한 시골 안에서의 삶. 아이들도 말했다.

"아빠가 만들어 준 야외 미니 극장에서 도라에몽 영화 볼 때 정말 좋았는데..."
"맞아, 별이 쏟아져 내리는 천장에서 영화 보기. 오랜만에 추억 돋네"
"난 여름만 되면 생각나. 옆집 밭에서 수박 사서 바로 베어 먹으면 얼마나 꿀맛이었는데..."

  
다시 꿈을 꾼다 
 
미니야외극장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을 초대해 불멍도 하고 영화도 보고 색다른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건 분명 매력 넘치는 삶일 수밖에 없다.
미니야외극장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을 초대해 불멍도 하고 영화도 보고 색다른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건 분명 매력 넘치는 삶일 수밖에 없다. ⓒ 이효진
      
시골 로망은 그저 로망일 뿐인 것일까? 우리는 다시금 5도 2촌을 계획하고 꿈꾸게 됐다. 다만 그러려면 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살던 제주에서는 땅값이 너무 올라 우리의 꿈 실현은 어림도 없었다.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결국 육지로 눈을 돌리게 됐고, 때마침 전라도 시골 땅에서 비교적 싼 땅을 발견했다. 지난해 말, 우리 가족은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5일은 도심지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이틀은 우리만의 꿈의 공간에서 열심히 놀고 행복라이프를 즐기는 거야." 

방송인 이영자도 말했듯이 이틀이든 사흘이든 시골에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삶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기로에 놓여있던 우리 부부는 5도 2촌에서 그 답을 찾았다.

경제적인 문제해결과 아이들 교육문제는 5도에서 채워 나가고, 이틀 동안은 꿈의 공간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기로 한 것이다. 

"예전처럼 탁구장도 만들고 농구장도 만들면 참 좋은데." 
"난 화살 쏘기 공간 만들까 생각 중이야." 
"여보. 난 글쓰기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예쁜 온실 있잖아. 그거 만들어 줄 수 있어?" 


혼자서 셀프로 집까지 지었던 남편이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우리 가족 모두들 아빠에게 남편에게 툭툭 뭔가를 만들어 달라고 야단이다. 

"여보. 우리 5일 동안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
 
꿈의 공간 만들기 자동차를 소유하듯 자신만의 땅, 자신만의 공간을 소유해 원하는 삶대로 자신의 라이프를 디자인한다. 생존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자신의 삶을 위로하는 공간, 자신의 취향을 담은 힐링 공간을 다자인해 나가는 것이다.
꿈의 공간 만들기자동차를 소유하듯 자신만의 땅, 자신만의 공간을 소유해 원하는 삶대로 자신의 라이프를 디자인한다. 생존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자신의 삶을 위로하는 공간, 자신의 취향을 담은 힐링 공간을 다자인해 나가는 것이다. ⓒ 이효진
   
물론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아직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없어서, 공간을 마음껏 즐기기엔 아직 과정이 더디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만들어 나가는 과정 안에서도 우린 설레고 행복해하며 이미 많은 것들을 얻고 있다.

5도 2촌의 삶의 방식은 최근 나오는 지역소멸위기에도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시골 지역에 활력을 가져다주고 더불어 개인의 삶에도 저마다의 취향을 담아 더욱 다채롭게 빛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 sns에도 게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유튜브 <프레디아빠의 버킷리스트>에서 관련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5도2촌#3도4촌#꿈의공간만들기#아지트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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