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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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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팔 때도 가장 비쌀 때 팔아야 하는데 어쨌든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는 큰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지금이 어쩌면 정치적 평가로 (제 가치가) 가장 높은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의 상종가(상한가) 상황이죠."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이 말을 끝으로 활짝 웃어보였다. 10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면서다. 

사실 이 후보는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이 한창 '공천 파동'으로 어지러웠던 당시, 당 대표 연임 가능성에 대해 "억지로 시켜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무엇이 그의 마음을 바꿨을까.

그는 현재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주식 시장 용어인 '상한가'로 평가하면서 "(가치가) 더 좋아지는 거 어렵다는 걸 잘 알지만 지금 제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추구할 수 없다"라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더 좋아지기 어렵다는 거, 개인적으로 저도 잘 압니다. 더 많은 걸 정치적으로 이뤄내기 쉽지 않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러나 정치라는 게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추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책임이 따르는 것이고 책임의 핵심은 지금 이 혼란스럽고 엄중하고 심각한 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정부'·'국민의힘' 없이 '민생'에 초점 맞춘 출마선언문

민주당 계열 정당 역사상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당권 연임에 도전하는 이 후보가 이날 내놓은 출마선언의 방점은 '민생 경제'에 찍혔다. 특히 이 후보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에 '에너지 고속도로'를 놓아, 전 국민이 어디서나 햇빛과 바람 등으로 만든 에너지를 사고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민주당이 민생의 어려움을 지적할 때마다 소재로 썼던 윤석열 대통령,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은 출마선언문에서 모두 사라졌다. '비판' 없이 '민생'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합니다."

이 후보는 국가 성장과 민생 회복을 위한 비전으로  AI 투자를 꼽았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향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 역사는 생산성 향상의 역사,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라며 "과학기술의 역할이 극적으로 커질 미래의 초과학기술 시대를 대비해 과학 기술을 중시하고, 과학기술자를 존중하며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인간의 노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필요한 소득을 얻을 일자리가 원하는 만큼 존재하는, 이른바 완전고용 사회는 옛말이 될 것"이라며 "일자리는 인공지능 로봇을 통제하는 소수의 고급노동과 로봇비용보다 저렴한 노동을 감당하는 대다수 소외노동으로 양극화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이 후보가 주창해왔던 '주4일제'와 맞물리는 부분이다.

그는 "소득에 기초한 소비가 없으면 기술 생산력이 높아도 경제의 정상적인 순환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구성원의 기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해 지역균형발전 문제 해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김민석, 강선우, 전현희, 김지호 최고위원 후보들이 이 전 대표의 회견에 동석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김민석, 강선우, 전현희, 김지호 최고위원 후보들이 이 전 대표의 회견에 동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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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에너지 전환'과 이를 실현시킬 '에너지 고속도로'에서 찾았다. 이 후보는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재생에너지 생산과 공급시스템을 제대로 갖춰가야 한다"며 "국가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에너지 고속도로', 즉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전력망을 전국에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에너지고속도로를 이용해 전국 어디서나, 국민 누구나 햇빛, 바람, 지열, 수력 등 자연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는 일자리 확보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사회에서 산업경제 활동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햇빛 같은 무한자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판매하는 새로운 소득기반이 생겨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여유로운 삶이 가능하면 '떠나는 지방'은 저절로 '돌아오는 지방'으로 변할 것입니다.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 소득의 일부로 주민에게 소액의 햇빛연금을 지급하며 향후 지급액을 늘려갈 계획인데, 소액 햇빛연금만으로도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군이 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도래할 재생에너지 중심사회에서 기본소득의 주축이 될 햇빛연금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이 언급되는 데 유독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근 국민의힘을 둘러싼 한동훈·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며 "문자 논쟁을 보니까 제가 다 민망했다는 정도"라고 짧게 언급했다.

최근 당 내 '탄핵'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도 "그런 질문을 할 게 아니라 국민이 왜 탄핵을 원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집권 여당이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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