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문화를 나눈다. [기자말] |
은퇴한 부부가 나라 밖의 각기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그 나라의 삶을 살아보는 10년 여정을 실행중이다.
아내는 2023년 3월 16일에, 나는 5월 10일에 한국을 떠나 영국에서 합류해 한 팀이 되었다. 그리고 영국을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일주하고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미국을 거쳐 현재 멕시코에 있다. 7월 6일 현재까지 각각 478일째, 423일째 그 삶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의 기억으로는 마치 찰나 같은 시간이다.
우리 부부는 은퇴와 함께 10년 정도를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을 사는 것으로 예정했다. 그러나 꼭 10년일 필요는 없다. 그보다 짧을 수도 그 보다 몇 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67세, 64세의 현재 조건은 물리적 건강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건강은 우리의 결심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신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멕시코 서부 이탈리아만 한 크기의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의 남단, 라파스에서 186일을 보내고 다시 배낭을 꾸린다. 일단은 코르테스 해를 건너 멕시코 본토로 갈 예정이다. 배낭을 꾸리는 것을 본 사람들이 묻는다 이제 어디로 갈 거냐고...
그러나 우리에게 그 대답이 가장 어렵다. 우리도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마음속 바람의 방향에 따라 행선지가 바뀌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지향할 목적지를 정하는 느슨한 기준은 있다.
첫째 삶을 함께 살면서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둘째 고유한 문화가 지켜지거나 남아있는 곳이다.
셋째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곳이다.
넷째 갈등과 분쟁이 있는 곳이다.
다섯째 소멸에 직면한 곳이다.
이동 방법은 현지의 대중교통수단을 활용한다. 자동차 렌트를 최소화하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때로 국한한다.
이런 방식으로 영국에서는 은퇴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시니어 커뮤니티 허브에서 그들과 함께 배움과 일상을 나누었고,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가족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아들이 유학했던 대학을 방문해 그의 분투를 유추해 보았다. 아일랜드에서 캐나다에서 온 부부와 은퇴의 다른 삶을 나누었으며 아이슬란드에서 성소수자들과 함께 여행했다. 미국에서는 우리와 15년 동안 동서양의 삶을 나누어온 가족의 결혼식에 참여했다.
멕시코에서 카르텔 멤버였던 이를 인터뷰했고 맹인으로 길 위에서 삶을 구하는 아주머니의 처지를 들었다. 바다생태세미나를 받고 맹그로브숲의 쓰레기를 수거했으며 멕시코 군인들과의 작전수영강습을 함께 받았고 MTB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우리가 길 위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는 오직 신의 몫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아침과 저녁으로 바뀌는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 부는 바람의 몫이다.
우리 부부의 이런 여정을 우리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우리는 '출가'라고 이름을 지었었다. 그러나 우리를 궁금해하는 길 위의 사람들에게 그것을 온전히 전하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순례'라고 하기도 하고 '수행'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관광의 일종이냐'라고 묻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는 그냥 '여행'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 지역의 독립서점과 대학을 방문하고 박물관을 방문해 도슨트를 인터뷰하고 미술관과 개인 컬렉션의 문화공간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 부부가 지금까지 유럽과 북미를 순례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직접 목도하고 대화를 하면서 확인한 것은 천명의 삶에는 천 개의 삶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삶을 성공과 실패로 규정할 기준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구태여 기준이 있어야 한다면 천명에게는 천 개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따르면 모두가 자기 삶의 승리자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