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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스러워하는 남성.
 고통스러워하는 남성.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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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잘먹고 잘자고 잘싸면 무병장수한다고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발효식품, 식이섬유, 미네랄, 불포화 지방산 등을 포함한 건강한 식사를 하고 꾸준한 운동 그리고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건강한 뇌와 위장상태를 만들면 '황금대변'은 자연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자연 생태계가 있듯이 우리 몸에는 장내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도 존재하죠.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식습관, 생활습관, 스트레스 관리를 하더라도 당장 응급적으로 대변을 보지 못할 때 일시적인 증상완화 차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변비약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독일 고고학자 에버스가 1873년께에 기원전 1500년 정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이집트 의학문서를 하나를 발견했죠. 그의 이름을 따서 '에버스 파피루스'라고 불리는데요.

이 의학문서를 보면 다양한 질병과 그에 따른 치료약물이 적혀있습니다. 거기에 변비치료를 위해 피마자유, 알로에 등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밖에도 그리스와 로마, 중국 고대의학 서적에도 변비에 관한 무수한 자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변비는 인간이란 종이 생긴 때부터 인간이 고민했던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변비약은 아래로 내려 보내는 약제라는 의미로 하제라고도 합니다. 그럼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하제(下劑, 설사가 나게 하는 약)를 이용하는게 나은지 볼까요?

대장에 물기를, 변을 말랑하게

첫째, '삼투성 하제'가 있습니다. 삼투성이란 물이 스며든다는 말이죠. 쉽게 말하면 대장으로 물기가 스며들게 해 변을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변비약입니다. 

이 변비약을 먹으면 대장 밖에서 대장 안으로 물을 끌어당겨 물이 대장으로 스며듭니다. 그러면 변이 물기를 머금고 촉촉해져서 변이 부드럽게 되고 배변을 쉽게 하도록 돕습니다. 즉, 촉촉하게 된 대변이 대장을 미끄러지듯이 쉽게 나갈 수 있게 도와주죠. 일반적으로 어떤 경우 삼투성 하제를 사용하는게 좋을까요?

음식물을 충분히 먹었으나 대변에 수분이 부족해져 대변이 단단한 변비가 있는 경우에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삼투성 하제 중 가장 유명한 약으로 수산화마그네슘 성분의 마그밀과 락툴로스 성분의 듀파락이 있습니다. 수산화마그네슘(마그밀) 성분은 용량을 높여 먹을 때는 체내 흡수가 거의 안 돼 삼투성 하제로 이용하는데요. 장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원리라 그로 인해 체내 수분이 감소될 수 있으니 드실 때는 물을 충분히 먹어서 체내 수분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마그밀은 약알카리성을 띠고 있어 지나치게 오래 많이 복용하시면 위산을 중화시켜 저산증이 올 수도 있고, 혈액 내 마그네슘 농도가 올라가는 고마그네슘혈증이 생길 수 있으니 남용은 주의해야 합니다. 

이제 락툴로스 성분의 듀파락을 좀 볼까요? 락툴로스는 갈락토오스와 과당이란 당이 2개 붙여 만든 이당류인데요. 이당류는 몸에 흡수는 안되고 장으로 직행하죠.

이 락툴로스란 이당류도 마그밀처럼 물을 끌어당기고 변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또한 락툴로오스는 장속 유산균과 비피더스균 등 같은 유익균들의 먹이 역할을 해 유익균들이 유기산을 생성하여 장내환경을 산성화시키도록 돕고 그로 인해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유해균이 만드는 암모니아를 유기산으로 중화시켜 암모늄 형태로 내보내게 만드는 역할까지도 합니다. 

즉, 락툴로오스 성분은 대장 내로 수분을 끌어당겨 변도 부드럽게하고 유기산을 통해 유해균 성장도 막아주고 유해가스까지 제거해 주는 1석 3조 역할을 합니다. 배도 덜아프고 그만큼 안전해 소아나 임신부도 드실 수 있습니다. 다만 락툴로오스 성분(듀파락)도 대장속 균들의 먹이로 이용되는 만큼 대장 속 균들이 유기산뿐만 아니라 가스도 생성하면서 복부팽만감, 복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변의 부피를 크게 만드는 약

둘째, '팽창성 하제'가 있습니다. 삼투성 하제가 대장 밖에서 대장 안으로 물을 끌어 당겨 대장 안의 수분양을 늘려 변을 부드럽게 했다면 팽창성 하제는 소장 및 대장에서 자신 자체가 수분을 흡수해 팽창하면서 변의 부피를 크게 만들어 대변양을 증가시키는 약입니다. 대변 부피가 커져 대변이 장벽을 자극하면 연동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죠. 예를 들면 질경이씨의 껍질을 차전자 피라고 하는데요.

이 차전자피가 대표적인 팽창성 하제이고 무타실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차전자피는 천연 식이섬유질인데 자신의 무게보다 40배나 많은 물을 흡수해 변비예방뿐만 아니라 대변의 배출시간을 앞당기죠. 과거에 섬유질은 열량이나 영양성분도 없고 소화도 되지 않아서 천덕꾸러기 취급받기 일쑤였죠. 

그러나 지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제 6대 영양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럼 일반적으로 언제 팽창성 하제를 쓰는게 좋을까요? 다이어트를 하거나 먹는 양이 워낙 적어서 변의 양이 적은 변비에 이용하면 좋습니다. 

다만 드실 때 충분한 물을 섭취해야 차전자피가 장내에서 충분히 팽창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변의 양만 늘려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의존성이 생기지 않고 장기복용해도 안전하나 차전자피도 식이섬유라 유익균의 먹이가 되면서 장내에서 발효과정을 통해 가스형성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더부룩함을 느낄 수 있으나 초기 용량을 적게 하고 점차 용량을 늘리면서 적응기간을 가지면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해결됩니다.

장을 자극해 운동 촉진... 밀어내기

셋째, '자극성 하제'가 있습니다. 장점막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시키면서 대변을 강제로 항문으로 밀어내는 작용을 합니다. 대표적인 자극성 하제로 센나엽이나 센나열매가 있는데 센나라는 식물에서 유래한 천연 하제이고 합성된 자극성 하제로 비사코딜 성분이 있습니다. 비사코딜성분이 함유된 유명 의약품은 둘코락스에스가 있죠. 

자극성 하제는 장기적으로 이용할 경우 장내 신경을 마비시켜 장의 수축기능을 마비시키거나 대장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장기간 사용하지 말고 삼투성 하제와 팽창성하제를 이용하고도 변비가 해소가 안될 때 단기간으로 이용하시면 좋겠습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 변비약의 종류를 잘 이해하여 남용하지 말고 꼭 필요할 시 배설을 잘 하는데 이용하여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건강한 사람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원국씨는 현직 약사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완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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