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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온라인 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 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 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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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토의 고질적 문제점인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 경향 속에서도 충청권 지역은 꾸준한 성장을 해 왔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든 지금도 충청권은 수도권과 함께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입니다. 대전, 청주, 천안, 아산, 세종 등 충청권을 대표하는 주요 도시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중앙행정기관, 국책연구기관 등이 입지해 있어서 괜찮은 일자리 확보를 위해 고민하는 다른 지역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청권의 미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 들어 충청권의 젊은 인구, 그중에서도 고학력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재 유출(Brain Drain) 현상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분석에 따르면 젊은 인재들이 영호남 지역에서 충청권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충청권 젊은 인재들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은 전국의 청년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블랙홀과 같습니다. 청년 인재들이 수도권으로만 모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여러 원인이 복합적이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그런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체들이 서로 통하며 웅성웅성

충청권을 포함한 우리나라 다른 지역들이 수도권보다 부족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규모의 경제와 집적 경제, 교육·문화·의료를 포함한 삶의 질 수준에서 수도권은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수도권이 지닌 여러 비교 우위 중에서 다른 지역에서 따라잡기에 거의 불가능한 것들도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수도권을 추월할 수 있는 영역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독일 출신 경제지리학자 바텔트와 그의 동료들이 지역 발전의 핵심 요소로 강조한 '로컬 버즈(local buzz)'입니다.

버즈(Buzz)는 벌이 날갯짓하며 내는 윙윙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말인데, 사람들 여럿이 모여서 즐겁게 웅성거리거나 왁자지껄한 상황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됩니다. 바텔트 등이 말한 로컬 버즈는 지역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식과 정보의 교류를 의미합니다.

지역 경제 주체들의 일상적 만남과 네트워킹을 통해 지식과 정보, 아이디어가 활발히 교류하면,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 흐름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지역 전체의 사회적 자본과 협력적 분위기가 강화됩니다.

'가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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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버즈는 곧 지역 내부의 활발한 소통이므로, 로컬 버즈를 높이는 정책은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각종 모임과 행사, 이벤트, 네트워킹 등을 기획하고 이러한 모임들이 꾸준히 지속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의 폐쇄적 만남이 아니라, 서로 모르던 사람들,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즉, 조용하고 엄숙하고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가 아니라 다소 시끄럽지만 자유롭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혁신이 창출된다는 것이 로컬 버즈 이론의 핵심입니다.

로컬 버즈를 높이는 것은 지역 발전에 중요한 다른 요인들, 예컨대 도로나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 설치 등에 비해 투자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수도권을 따라잡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현재 대전과 세종에 우리나라 최고의 국책연구기관들이 함께 모여 있지만, 이 기관들 사이에서, 또 이 기관들과 다른 지역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왁자지껄한 교류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새로운 기관을 더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있는 기관들 사이의 교류와 관계 밀도를 높이는 것이 더 가성비 높은 지역 발전 전략입니다. 여기서 교류의 대상을 지역 내부로만 한정해서는 고립되고 폐쇄적으로 됩니다. 다른 지역과, 그리고 가능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지역 및 사람과 교류 역시 중요합니다. 그래서 바텔트 등은 로컬 버즈와 함께 세계적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글로벌 파이프라인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텔트 등은 로컬 버즈를 주로 지역 경제 주체들 사이의 교류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역 문화와 지역 시민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꽤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여가를 찾아서라고 합니다.

지역의 문화 주체들 사이에, 또 시민들의 일상생활 영역에서도 다양한 자발적 모임과 교류가 왁자지껄하게 벌어진다면 수도권 바깥의 지역에서도 재미있는 문화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이 즐거우면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온다는 공자님 말씀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각 지역의 로컬 버즈가 높아져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현수씨는 중부대학교 교수(전 국토연구원장)입니다.


#로컬버즈#지역경제#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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