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부터 서울 압구정 K현대미술관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파리의 휴일'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는 에두아르 마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주 쇠잔, 구스타브 카유보트,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융합하여 디지털 기술로 재현한다.
네 명의 화가 나름으로 형성한 독특한 스타일과 테크닉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하며, 관객들은 인상주의의 다채로운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19세기 파리의 일상과 풍경을 통해 그들이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을 현대적 감각으로 그려낸다. 관객들은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 전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화려함과 시각적인 매력을 경험토록 한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인다. 더하여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전시는 관람객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몰입형으로까지 나아간다.
디지털아트의 전시 형태가 국내에서 선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몇 년간 미술계는 원작 전시의 본질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가 개최될 때, 원작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작품 수마저 제한적으로 출품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현상은 관람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미술품 전시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들었다. 미디어아트는 미술계가 지닌 원작 감상의 한계를 틈타 새로운 형태의 전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할 수 있는 전시 형태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게 현실적인 진단이다.
미적 가치의 대중화는 여전히 무겁고
'파리의 휴일'에서 보여준 디지털은 빔 기술로 여러 사진을 대체한 효과이겠다. 그밖에 다른 전시물을 애초의 기획에 포괄하기에는 어색하다. 오히려 이번 전시는 디지털아트가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아니었는가 되돌아보게 한다.
네 명의 작가를 친밀하게 선보이기 위해 공들인 흔적은 있지만, 원작에서 마주할 수 있는 한 점의 붓 터치마저 흉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디지털 화면을 통한 감상은 물리적 공간에서 원작을 직접 감상하는 경험과 비교할 때, 감정적 깊이와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는 관람객이 작품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과 의미를 제한할 수 있다. 여러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작동으로 눈 호사를 제공한다지만, 몇 번을 보더라도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마주한다. 비단 관람자만의 허허로움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아트 전시는 새로운 기술과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의 대중화를 추구하며,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가 예술의 본질과 깊이, 감동의 '아우라'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의 원작 전시가 높아진 대중의 수요나 욕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이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오산이다. 반사이익이야 얻을 수 있다지만, 지속적인 해결책으로 삼기에는 근시안적이다. 그리하여 미술계는 직면한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험난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두 전시 형태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놓인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두가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한 변곡점에서 예술의 근원적인 미적 가치를 부단히 추구하는 길만이 유일하리라.
전시는 25년 3월 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