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들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3일 신암면 조곡리 조곡 산업단지(폐지물매립장) 건설 예정지 앞에서 '산단 불승인'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들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3일 신암면 조곡리 조곡 산업단지(폐지물매립장) 건설 예정지 앞에서 '산단 불승인'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마치 유럽에 있는 마을처럼 아름답다. 이런 곳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건립한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1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림교회에서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창립 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소는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 신암면으로 정해졌다. 이날 행사에는 예산군(군수 최재구)과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신암면 조곡산업단지 건설 반대 대책위 주민들도 함께 했다. 

조곡산업단지는 신암면 구릉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조곡산업단지 예정 부지를 둘러 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의 한 회원은 "예산에 이렇게 푸르고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너무나도 멋지다. 폐기물매립장으로 영구히 망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다"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오가면과 신암면에 걸쳐 있는 오가·신암(오신) 구릉지는 삽교천 방조제는 물론이고 바다(서해)와도 가깝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쌓인 비옥한 흙은 예당평야에 양분을 공급했다. 해발고도 30~40미터 남짓의 오가·신암 구릉지는 바로 그 예당평야의 옥토 위에 우뚝 서 있다. 북쪽을 기준으로 구릉지 좌측에는 삽교천, 우측에는 무한천이 서해로 흐른다. 평야에서는 벼와 수박 쪽파 등의 농작물이 자라고, 오가·신암 구릉지에는 사과 과수원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농작물은 대부분 서울과 경기 등의 수도권에 판매되어 소비된다.

"고향 내려온다던 아들도 귀향 포기, 누가 책임질 건가" 
 
 지난 13일 예산군 신암면 구릉지, 바로 앞 쪽이 산업단지 예정지이다.
 지난 13일 예산군 신암면 구릉지, 바로 앞 쪽이 산업단지 예정지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신암면 주민들은 구릉지 '옥토' 위에 대규모 산업단지와 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는 계획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주민은 "30대째 신암면 구릉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조곡산업단지에 독성물질이 가득한 폐기물을 묻는 산업 폐기물매립장이 건설된다고 한다. 도시로 나갔던 아들이 돌아온다고 했는데,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산폐장이 들어서면 고향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이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아래 환경연합) 창립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과 환경연합 회원들은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소속 변호사의 '산업폐기물 시설' 관련 강연을 들었다. 하 변호사의 강연 직후, 이들 주민들과 회원들은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설 예정인 오가·신암 구릉지를 둘러 봤다. 

신암면 뿐아니라 농촌 주민들이 산업단지와 폐기물처리장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님비현상이 아니다. 농촌으로 몰려오는 산업폐기물처리 시설과 그 설치 과정서는 '정의로움'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폐기물은 경제를 성장시키고 도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산업폐기물과 농촌 주민들의 삶은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다. 

게다가 산업폐기물은 생활폐기물과는 다르게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폐기물 처리 또한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 맡고 있다. 민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은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질 수 없다. 산업 폐기물은 발생부터 처리 과정, 사후관리 문제 등에서 모두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산업폐기물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상대적으로 '반대할 힘'이 부족한 농촌 지역으로 몰려오고 있다. 

"대도시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농촌으로... '산업단지'는 포장일 뿐"
 
 강연중인 하승수 변호사. 장소는 예산군 신암면 조림교회
 강연중인 하승수 변호사. 장소는 예산군 신암면 조림교회
ⓒ 하승수

관련사진보기


하승수 변호사는 이날 강연에서 "대한민국에 정의롭지 못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농촌의 산업폐기물 매립문제 또한 정의롭지 못하다"라며 "산업폐기물은 농촌이 아닌 대도시(유지)를 위해 발생(혹은 배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도시 사람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서울은 산업폐기물 시설은 고사하고 생활폐기물 처리 시설 조차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폐기물은 공공의 영역과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지켜진다. 하지만 독성이 높은 지정폐기물을 포함한 산업폐기물은 민간이 맡고 있다. 발생지 책임 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생활폐기물보다 산업폐기물이 훨씬 더 유해하다. 그럼에도 민간의 영역이란 이유로 감시조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산업단지보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더 돈이된다. 산업단지는 포장일 뿐이다. 경북에 있는 산업단지는 산단 조성으로 116억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 그러나 자회사를 통한 폐기물매립장에서는 4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이 났다. 산업단지는 명분이고 매립장으로 돈을 번 것이다. 요즘은 산업단지와 매립장을 한데 묶어서 지으려는 경우가 많다. 산업단지 면적이 50만㎡ 이상이고, 폐기물 발생량이 2만톤이 넘을 경우, 폐기물 매립장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물론 폐기물 매립장 인가가 쉽다. 그 점을 노리는 경우가 있다.

폐기물매립량은 '원 단위'를 쓰는데 원은 사람을 뜻한다. 사람 숫자인 것이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사람 숫자를 곱하는 방식으로 폐기물 발생량을 계산한다. 계산법이 이상하다. 가령 제지 공장이라고 치면, 기존 제지 공장들을 참고해서 (평균적인) 폐기물 발생량을 산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폐기물량을 산출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산단 종사자 숫자를 부풀릴 경우, 폐기물 발생량 또한 쉽게 부풀릴 수 있다."


하 변호사는 조곡산업단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하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조곡산업단지의 경우 종사자 규모를 6370명으로 잡고 있다. 현재 예산군에는 농공단지를 포함해 11개 산업단지가 있다. 이 11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를 모두 합해도 6700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곡산업단지가 예산군에 있는 기존 11개 산업단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종사자를) 고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이는 산단 조성 목적이 산업단지가 아닌 매립장이라는 뜻이다. 만약 산업단지가 목적이라면 산업단지만 건설하면 된다. 굳이 폐기물발생량을 부풀릴 이유가 없다. 요즘은 공장이 자동화가 되어 있어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도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측 "폐기물발생량 산출 환경부 기준 따른 것" 해명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측은 지난 6월 20일 신암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조곡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청회에서 "임의로 산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당시 "(폐기물 발생량을) 과도하게 상정한 게 아니다. 종업원수와 업종별(폐기물) 발생량 등 환경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지침에 따라 산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의 입장에 관계없이, 조곡산업단지(폐기물매립장 포함) 건설 문제는 마을 공동체를 넘어 지역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지역 주민들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회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산업단지 예정지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 1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지역 주민들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회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산업단지 예정지를 보기 위해서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심규용 성공회 성마르코(예산) 성당 신부는 "(하 변호사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환경이 훼손되고 악용되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내가 살고있는 땅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면 결국 그 문제가 언젠가는 내게로 돌아오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조곡리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예산군과 SK에코플랜트는 신암면 조곡리 일대에 147만㎡(약 44만평) 규모의 산업단지(산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단지 규모가 50만㎡ 이상이고, 연간 폐기물 발생량이 2만톤 이상일 경우 산업단지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 조곡산단에는 3만2000㎡ 규모의 폐기물 처리장(매립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SK에코플랜트는 예산 외에도 당진, 서산, 아산 등 충남 곳곳에 산업단지(산단)와 함께 폐기물 매립장을 동시에 건설하는 5개의 산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서산 대산읍, 아산 선장면의 경우 이미 승인이 난 상태이다.
 
 하승수 변호사와 주민이 조곡산업단지 예정지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와 주민이 조곡산업단지 예정지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조곡산업단지

관련사진보기


#산업폐기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