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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가 주최한 2024 경남작가 신인상 공모전 시 부문에서 이현숙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이 시인은 '객석' 외 4편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가 주최한 2024 경남작가 신인상 공모전 시 부문에서 이현숙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이 시인은 '객석' 외 4편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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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가 주최한 2024 경남작가 신인상 공모전 시 부문에서 이현숙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이 시인은 '객석' 외 4편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퇴직교사인 이현숙 시인은 2021년 개천예술제 개천문학상 시부문 장원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꾸준히 시 공부를 이어오고 있다. 

심사를 맡은 김한규 시인은 "이현숙 시인의 작품은 '입장 바꾸기'를 통해 이면을 드러내는 독특한 장치가 특징"이라며 "안과 밖을 오가는 균형 잡힌 시선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김한규 시인은 "신인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감보다는 패기와 에너지"라며 이현숙 시인의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제목의 중의성과 의미 집약성을 더욱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현숙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컴컴한 터널을 벗어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특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아 "마음의 소리를 찾아가는 긴 여정에서 시를 만났다"고 밝혔다.

당선작 '객석'은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시선으로 주목받았다. 심사위원단은 현실과 예술, 주체와 객체의 모호한 경계를 탐구하는 이 시인의 시를 높게 평가했다.

함께 시 공부를 하고 있는 지인들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이현숙 시인의 문학적 여정이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경남작가회의 45호에는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 회원들의 작품, 특집, 경남작가상 수상작, 경남작가 신인상 수상작 등이 실려 있다.

다음은 '객석' 시 전문이다.  

객석 / 이현숙

그때, 나는 무료했어

여자의 발아래서 시작되는 실금을 보기 전이라고 말할게

달려가는 여자

영원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몸의 흔들림

그림자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어

여자에게서 집, 유령, 거미를 보았던 걸까

어둠이 슬그머니 길어지자

집유령거미가 무대 위에 거미줄을 쳤지

나는 깜짝 놀랐어

허공에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는 나를 보았거든

거미줄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아도 끊어지지 않아

가끔은 어디가 무대이고 객석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

내가 있는 곳이 진짜 무대일까

의자가 뒤집혀 울고 싶은데 구경꾼들은 그저 재밌다고 생각하지

날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어여쁜 거미

오동통한 엉덩이로 거미가 알을 낳아 여자를 꼭 닮은 새끼 거미들이

태어나고 생일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객석으로 기어가고 있어

어둡고 습한

우리들의 거미 왕국은 영원한 미로지

삐걱,

문이 열리고

여자가 긴 다리로 나를 쫓아오면

나는 아무도 모르게 증발할 거야

처음의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입이 찢어지게 하품하는 거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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