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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된 지 벌써 900일이 넘었다. 정리해고의 근거로 사용되었던 코로나19의 위기도 사라지고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경영자는 복직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명동역 10번 출구에 농성장이 있고 연대자들이 온다. 왜 싸우고 연대하는지, 왜 복직을 해야 하는지 세종호텔 정리해고에 얽힌 문제들을 연재로 드러내고자 한다.[기자말]
세종호텔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10년, 20년을 일하던 일터에서 쫓겨난 지가 벌써 2년 7개월이 넘었다. 올해 연말이면 꼬박 3년이다.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여러 부당노동행위를 많이 겪지만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재난시기에, 그것도 코로나의 영향권이 떨어지던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과제를 안기는 사안이다.

7월 18일, 세종호텔 부당해고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려진다. 이 사건은 노동권, 공정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의에 관한 중대한 문제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경영상의 이유라 보기 어려운 네 가지 이유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오전, 오는 7월 18일 열릴 항소심 재판부에 시민사회의견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오전, 오는 7월 18일 열릴 항소심 재판부에 시민사회의견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 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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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은 2021년 12월, 코로나19를 핑계로 12명의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정리해고했다. 그러나 이 해고의 정당성에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사건을 면밀히 살펴볼수록 이 해고가 경영상의 이유라기보다는 노조 탄압의 일환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먼저, 세종호텔의 이번 정리해고는 '코로나19는 핑계고, 사실은 민주노조를 솎아내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노조탄압 백화점'이라는 악명이 자자했다. 특히 대양학원 전 이사장이었던 주명건이 세종호텔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노조 탄압이 본격화되었다.

지난 수년간 세종호텔 사측은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갖은 방법으로 탄압해왔다. 임금삭감, 강제전보는 일상이었고, 이를 견디지 못해 많은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탈퇴했는데, 이는 헌법과 노조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그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종호텔은 이러한 법적 의무를 무시한 채 노조 탄압을 지속해 왔다.

또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객실정비, 주차관리 등 필수 직종들을 외주화했고, 그 과정에서 280여 명에 달하던 정규직 노동자를 40명으로 줄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 가속화되어 현재 정규직 노동자는 불과 22명만 남았고, 그 빈자리는 자회사를 통해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결국 고용의 질은 낮아지고 노동자의 권리는 약화된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정리해고의 진정한 목적이 경영난 타개가 아니라 민주노조 약화에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노동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다.

둘째, 세종호텔의 경영 상황이 정리해고를 정당화할 만큼 위태로웠는지 의문이다. 세종호텔은 2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해고 시점으로부터 불과 1년 후인 2023년에는 영업이익 21억, 당기순이익 12억의 흑자를 기록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무색한 현실이다.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영 악화가 아니라,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긴박한 경영 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세종호텔의 경우,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단기간 내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과연 이러한 긴박한 경영 위기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셋째, 해고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되어 있다. 노동조합이 제안한 고용유지지원금 활용이나 비용 분담 방안은 무시되었고, 과반수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정리해고 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종호텔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넷째,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도 의심스럽다. 특히 육아휴직 중인 노동자 2명을 포함시킨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자에 대한 보호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해고 대상자가 모두 민주노조 조합원이라는 점은 해고 대상자 선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해고가 단행된 시기에 세종호텔의 모기업인 대양학원의 전 이사장 주명건씨가 자신의 자녀들을 관련 기업들의 이사로 앉히는 등 사익 추구에 몰두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리해고의 진정한 목적이 경영난 타개가 아니라 민주노조 약화와 재단의 사유화에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이며,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1심 판결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측면들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심에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와 정의로운 판단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2심 재판부가 주목할 것들
 
 2023년 9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는 세종호텔 정리해고자들과 연대자들 모습
 2023년 9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는 세종호텔 정리해고자들과 연대자들 모습
ⓒ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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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해고는 단순히 12명의 일자리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노동권 보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법치주의에 대한 시험대이다. 만약 이러한 부당한 해고가 용인된다면, 재난 시기에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내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시하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2심 재판부는 다음을 엄밀히 평가하고 선고를 내려야 한다. 12명의 삶과 연관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의 여러 노동자들에게도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첫째, 세종호텔의 경영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단순한 경영 악화가 아닌, 정리해고에 이를 만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는지를 엄격히 판단하기를 바란다.

둘째, 해고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특히 노동조합과의 협의 과정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형식적인 협의가 아닌, 실질적이고 성실한 협의가 이루어졌는지를 검토하기를 바란다.

셋째,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육아휴직자 해고와 같은 명백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엄중히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

넷째, 이번 해고가 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된 것은 아닌지 깊이 살펴야 할 것이다. 정리해고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 배경에 있는 세종호텔의 노사관계 역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네 가지를 집중해서 검토하고 판결한다면, 자연스럽게 세종호텔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그 자체로 정의로운 판결이 될 것이다. 부당한 정리해고라는 판결로 우리 사회 노동자인권 증진을 위해 기여하는 길이다. 왜냐하면, 앞서도 말했듯이 이번 사건은 단순히 세종호텔 12명의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재난 시기 노동권 보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난 시기 기업주가 노동자의 헌법 상 권리를 보호하기보다, 재난을 계기 삼아 노동권을 박탈하는 것에 더 초점을 기울이는 기업주들의 악습을 끊어낼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법부가 박탈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세우는데 함께 하는 판결을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신하나 님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세종호텔#정리해고#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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