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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오면) 풀 건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최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검토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 이한주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치적 유불리와 상관 없이 언젠가는 한번 당내에 화두를 던져보고 싶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실상의 성역으로 통했던 종부세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38년 전 첫 이재명 후보와 인연을 맺은 이한주 원장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 후보의 멘토로 불린다. 그만큼 이 후보의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로 꼽힌다. 

이 원장은 "(이 후보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거나 민주당 정체성을 흔들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사회적인 약자들과 동행하려는 의지는 확실히 있지만 (소득 수준이 향상돼) 서민이 더 이상 집이 없는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닌 만큼, 민주당이 국민정당이 되기 위해선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라고 설명했다.

민감한 종부세·금투세 질문 피하지 않은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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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지난 10일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할 때가 됐다"고 밝히고 금투세 유예를 시사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이 후보가 출마선언문을 통해 주도적으로 던진 의제는 아니었고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발언이 나왔다. 연임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답하기엔 껄끄러운 사안이었지만 이 후보는 피하지 않고 답변을 내놨다. 

그만큼 이 두 정책 사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고 정책적 판단을 끝냈다는 의미다. 

민주당의 한 측근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가 상당히 실용주의자다. 이 대표의 생각이 (최근에) 바뀐 게 아니고 평소 종부세와 금투세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라며 "이한주 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테러 당한 이후에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초 종부세는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려 투기수요를 억제하자는 취지에서 참여정부 시절 도입됐다. 국세인 종부세를 전액 지방 교부금으로 돌리도록 하는 등 '국토 균형 발전'의 뜻도 담았다.

금투세 역시 '조세형평'을 맞추기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제정됐다. 금융투자소득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어설 때 수익의 22%를 세금으로 거둔다. 2023년 1월 도입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한 차례 유예됐고 오는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두 세금제도 모두 민주당표 핵심정책이다. 

불가피했던 당내 파열음

때문에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기존 입장과는 다른 이 후보의 종부세·금투세 관련 언급을 두고 당내 파열음은 필연적이었다. 

당장 "종부세 폐지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주당 정체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김두관 당대표 후보), "그렇게(금투세 유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진성준 정책위의장)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대로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은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후보의 언급을 계기로 종부세를 성역으로 두지 말고 그 실효성에 대해서 제대로 토론을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한주 원장은 "중산층으로 건실하게 일해 집 한 채를 샀는데 집값이 많이 올라 종부세를 내게 된 분들의 불편은 해소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당 내에서도 '무조건 종부세 폐지는 안 돼'라는 입장에서 '신중하고 진지하게 검토해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 2022년 종부세 후퇴가 이뤄지면서 과세 대상자가 대폭 줄어든 점도 종부세 재검토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국세청이 지난 6월 10일 내놓은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부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개인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부자는 41만 2000명으로 2022년 119만 5000명 대비 78만 3000명(66%)이 줄어들었다. 2023년 종부세액 또한 1조 5000억 원으로 2022년 3조 3000억 원 대비 1조 8000억 원(55%) 감소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의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종부세는 부과 대상자가 많이 줄어든 만큼 (재검토 주장이) 큰 쟁점이 안 될 것"이라며 "이젠 종부세라는 '상징'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비판에 물러서지 않은 이재명... 뜨거운 논쟁 예고
 
공명선거실천 서약한 김두관-김지수-이재명 김두관(왼쪽부터), 김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공명선거실천 서약한 김두관-김지수-이재명 김두관(왼쪽부터), 김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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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도 '경제정책 우클릭' 논란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 정체성 파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을 받고 "입장들이야 다양할 수 있다. 다양한 입장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정치"라며 "국민들 뜻을 존중해서 합리적으로 결론 내는 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중도층 공략이 필요한 만큼 당내 반대 여론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재명 후보과 가까운 의원들도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토론의 문을 열어놔야 한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 의원은 "이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자다. (이번 발언 역시)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저는 해석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김두관 후보의 '민주당답지 않다'는 의견은 과하다. 이 후보가 논의해 보자고 한 것이지 당장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투세에 대해서도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 1%도 안 되지만, 이들이 금투세로 인해 시장에서 이탈하게 되면 오히려 개미들이 손해보지 않느냐는 우려 때문에 여론이 좋지 않다"면서 "이런 개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열린 자세로 논의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뿐만 아니라 진보 시민사회에서도 종부세 및 금투세 후퇴는  중도 확장과는 무관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아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독주가 예상돼 밋밋할 것으로 점쳐졌던 민주당의 당 대표 경선 레이스에 뜨거운 쟁점이 등장한 셈이다. 

#이재명#종부세#금투세#더불어민주당#이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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