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1. 기업 소상공인, 전용단지 이전 원하지만...
2. 이주민 대책의 허와 실
3. 2030년 1번 팹(Fab) 가동 로드맵... 과제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반도체 중심도시로 나아가려는 용인시는 과연 순항 중인가.
용산 처인구 이동‧남사읍 728만 ㎡(220만 평) 규모의 후보지를 전격 발표한 2023년 3월 15일 이후 용인시는 대한민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도시가 됐다. 무려 360조 원이 투자돼 2030년 1번 팹(Fab) 임시가동을 목표로 연일 묵직한 발표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전해야 하는 현지 기업뿐 아니라 이주가 불가피한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적지 않은 온도 차가 느껴진다. 현장 취재를 통해 현황과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 기자 말
A기업 사례 : "금속가공 분야로 알미늄 호일과 수지절연제품을 생산한다. 직원은 대략 100여 명에 달한다. 20여 년 전 화성에서 이동읍으로 이전했다. 다시 이전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가장 고민은 숙련공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곳에 사는 현지 주민들이자 연령층이 높다. 공장을 이전해 출퇴근이 불편한 상황이 되면 이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직원들이 많다."
B기업 사례 : "식품제조업으로 200명 넘는 직원들이 일한다. 숙련공 나이대가 많아 대부분 안 따라간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업종 특성상 이전 시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또 하나는 그룹차원의 연계공정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전하게 되면 연계성이 약해져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C기업 사례 : "특수 업종이다, 관련업종에선 대기업 몇 곳을 제외하곤 국내 굴지의 경쟁력을 가진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아예 이전이 불가능하다. 특수기계 값만 500억 원 정도다. 다시 사업하려면 500억 원을 재투자 해 유럽에서 특수기계를 들여와야 한다. 문제는 이전비용만 관련법에 의해 보상받지 기계값을 받을 수 없다. 어쩌란 말인가."
용인국가산단 기업 이전 수요조사 결과 보니…
이동‧남사 기업‧소상공인 상생협의회(위원장 박순형, 아래 상생협의회)와 사업장 관련자들을 통해 확인한 기업들의 처지는 밖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각각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LH(토지주택공사)와 용인시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등 두 번에 걸쳐 현지 기업 대상 수요조사를 한 바 있다(표 참조).
먼저 기업 수는 국가산단 예정 부지 내 등록회사 70곳, 비등록 회사 12곳 등 총 82곳으로 확인됐다. 조사방식은 조사서를 발송하고 이어 설명회, 개별면담 및 입주의향서를 접수 받는 순으로 진행됐다.
유효 응답 56개 기업 중 이전 선호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용산업단지 이전을 희망하는 곳은 응답기준 9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단지를 조성해 분양하는 방식이다.
2곳 기업은 개별 이전을 희망했으며 폐업을 선택하겠다는 기업도 1곳 있었다. 희망면적을 확인한 결과 53곳 모두 합해 30만9586㎡(9만3814평)으로 확인됐다.
이전 전용단지 입주조건 둘러싼 이견, 왜?
현재 LH와 상생협의회간 이견은 전용단지 입주조건을 제한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넓게 개방하느냐의 줄다리기다. 시행 주체인 LH는 법적 근거에 의해 제조업 중심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LH 관계자는 "공장 이주대책 대상기업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개인과 마찬가지로 이전 대책을 마련해 주도록 하고 있으며, 산지법에 따라 공장 및 제조장 시설도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으나 물류나 그 외 소상공인들에겐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전 전용단지 내 지원시설 용지가 반영되면 거기서 영업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적 근거에 따라 적용을 동일하게 할 수 없지만 전용산단 입주가 가능하도록 방법을 찾겠다는 방향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상생협의회가 당초 주장했던 '이전단지 30만평 확보' 요구도 거둬들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 8일 국토건설부 국가산단입지과장이 현장을 찾아 상생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상생협의회 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 보단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방향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H 관계자는 "7월 말까지 이견을 좁혀 전용부지 관련 협의를 마친다"고 전했다.
세금 문제 그리고 남은 과제는?
현재 이전을 결정한다고 해도 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세금이다. 세금문제는 범정부추진단 회의에서 이상일 용인시장도 공개적으로 요구한 부분이다.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 등으로 예상되는 세금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행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다른 14개 국가산단과의 형평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방세로 분류되는 취‧등록세 역시 경기도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다음으론 국토부·LH·용인시, 정보공유 칸막이 논란도 해소돼야 한다. 국가산단 결정과 발주처는 국토교통부다. LH가 사업시행을 맡고 있다. 용인시는 LH와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인허가 절차상 필요한 부분과 현장 조사와 민원사항 처리를 협력하고 있다.
애초 국토부·LH·용인특례시 사이에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주요정보에 대한 대해 공개는 시행주체의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모든 주체들의 뜻은 같지만 정보공유 측면에선 다소간 불협화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차원에선 용인시장이 참여하는 범정부추진단이 가동되고 있고 용인시장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하 단위에서까지 용인시의 입장을 온전히 반영하기엔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이후 계획은 이전단지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한 이전단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단계다. 인허가 지원사업은 용인시와 협의해 시행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