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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동반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오후 동성 동반자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가운데 해당 소송의 당사자인 소성욱씨가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동성 동반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오후 동성 동반자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가운데 해당 소송의 당사자인 소성욱씨가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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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8일 오후 4시 57분]

"오늘 사랑이 또 이겼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18일 오후 동성 동반자를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해 직권 취소 처분된 김용민씨 사건과 관련해 건강보험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동성 동반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한 첫 사례다.

김용민씨의 동성 동반자인 소성욱씨는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사랑이 또 이겼다. 3년이 넘은 소송 기간 동안 저와 남편은 서로 가족이고 배우자라는 것을 두고 지난하고 끊임없이 증명을 해야 했다. 지금 저와 제 남편의 관계가 공적으로 인정된 결과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씨는 "한국 사회는 보다 더 평등해질 수 있고, 더 평등에 가까워질 수 있다"라면서 "오늘의 승리를 징검다리 삼아 혼인 평등으로 이어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이날 동성혼 법제화 위한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 활동가 등 수십 명이 대법원 선고를 지켜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 또한 눈물과 함께 소씨의 발언을 지켜보았다.
 
승소 후 손잡고 법원 떠나는 동성 커플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 승소 후 손잡고 법원 떠나는 동성 커플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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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동성 동반자는 경제적 생활공동체"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9대 4 다수의견으로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달리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취급은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성 동반자는 부부 공동 생활에 준할 정도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으로,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라면서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당초 이 사건 처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전 통지 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성 동반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한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대법원은 절차적 하자 여부에 대해서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단순한 절차적 하자 여부만이 아닌 실체적 하자 여부까지 폭넓게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의 제도적 인정이 향후 확장될 수 있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대리인단 장서연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한국을 살아가는 동성 부부, 성소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판결"이라면서 "그간 동성 부부는 제도적 차별로 인해 어떤 권리와 의무도 갖지 못했는데 한국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동성 동반자 관계에 있는 원고 부부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이는 향후 헌법상 평등을 추구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장 변호사는 "대법원은 원고 부부가 혼인의 의사 합치와 정서적, 경제적 생활 공동체로서 실체가 있다면 이성과 마찬가지로 성적 지향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을 명확히 밝혔고, 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건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판결했다"라고 짚었다.

김용민·소성욱 부부는 지난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등록했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지역 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 11만 원 상당을 청구했다. 이에 이들은 행정 소송을 시작했다.

지난 2021년 서울행정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으나 2023년 서울고등법원은 2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한 뒤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해 원고 승소를 판결한 바 있다.

#건강보험피부양자#동성배우자#대법원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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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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