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가 'VIP 격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하기 직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과도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현재 조 실장은 국가정보원장, 주 비서관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대통령경호처 전화번호 '02-800-7070'의 지난해 7월 31일 통신기록에 따르면, 당일 오전 11시 9분 조태용(31초 통화), 11시 43분 주진우(44초 통화), 11시 54분 이종섭(2분 48초 통화)에게 차례로 전화했다.
이 통화 후 이종섭 국방장관은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전화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자료 이첩 보류와 언론 브리핑 및 국회 보고 취소를 지시했다.
KT가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02-800-7070'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즈음인 2022년 5월 10일 '대통령실' 명의로 개통됐다가 2023년 5월 23일 '대통령경호처'로 명의가 바뀌었다. KT는 해당 전화번호의 주소를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3가 1 대통령실"이라고 밝혔으며 "현재 사용 중"이라고 했다.
주진우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통해 "순직 해병 사건과 관련해 그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고 어떠한 관여도 한 바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전방위적인 통화 내역 조회에서도 관련 통화 내역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방을 특정할 수 없는 일반번호로 1년 전 44초 통화를 수신한 것만으로 억측성 허위 보도한 것에 대해선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호처 "구명 로비설? 허위 날조"
대통령경호처는 최근 공개된 '해병대 골프모임' 녹음파일에도 등장한다. 해당 모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씨를 중심으로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 [단독] 경호처 출신 '해병대 골프모임' 멤버 "V1=윤석열, V2=김건희"
https://omn.kr/29ftn).
또 다른 모임 멤버인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아무개씨는 6월 30일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그 모든 배경에는 현 경호실장(경호처장)으로 있는 김용현이 있다. 군 인사, 군 문제, 군 관련은 거기가 다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또 송씨는 "해병대를 쑥(대)밭 만들어 놓고,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메인으로 한 게 거기(김용현 처장)다. (그런데) 거긴 전혀 (언론 등에) 안 나온다"라며 "군 인사를 부탁하려면 전부 다 김용현이 쪽으로 (줄을) 선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경호처는 입장문을 내고 "통화 내용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설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 날조"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