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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토론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토론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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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을 받은 사람은 사과하는데, 청탁을 한 사람은 당당하다. 폭로를 한 사람은 고개를 숙이는데, 정작 폭로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지난 18일 늦은 오후부터 19일 새벽까지 진행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 역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건을 두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이미 사과 의사를 밝혔던 한동훈 후보는 재차 본인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한 후보는 당시 나 후보의 부탁 자체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거절하는 게 맞다고 항변했다. 실제 권한도 없을뿐더러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재차 상기시킨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2위인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사실상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한 후보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나 후보가 자신을 포함한 당 소속 의원들의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현직 법무부 장관에게 부탁한 것은 자연스럽고 온당한 일인 것처럼 전제했다.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이 계속 펼쳐지는 형국이다.

나경원 "그 기소가 맞느냐?"... 한동훈 "기소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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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들 간 다섯 번째 방송토론회가 KBS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께서 '공소 취소 부탁을 했다' 해서 마치 제가 사적인 청탁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상당히 놀랐다"라며 "패스트트랙 사건은 아시다시피 우리 당 의원과 보좌진이 27명이나 기소돼서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이고 그 사건은 사실은 문재인 정권의 무도한 연동형 비례제나 공수처법을 통과하려는 것을 저항하는 사건이었다"라고 '동물 국회'를 재현했던 당시 자신들의 실정법 위반 혐의를 정당화했다.

이어 "그 기소 맞았다고 생각하느냐? 우리가 처벌받는 것이 맞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따져 묻자, 한 후보는 "그 기소를 한 검찰총장이 (현재 윤석열) 대통령인 건 알고 계시죠?"라고 반문했다. 그는 "법에 따라 기소된 것"이라며 "그 내용에 대해서는 상세한 건 알지 못하지만, 다만 그때 당을 위해서 희생한 분들 그런 분들에 대해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나 후보는 "'법에 따라'라고 하지만 그 기소가 얼마나 자의적이었는지 한번 그 내용을 살펴보시지도 않았잖느냐. 우리 당의 역사를 알아보시지도 않았다"라며 "하루 종일 의원 카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난리가 났다. '어떻게 우리의 투쟁을 이렇게 폄훼할 수 있냐'고 난리가 났고 결국 한동훈 후보는 사과를 했다"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법무부 장관께 공소 취소 요청을 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자' 이런 유사한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윤상현 후보와 원희룡 후보에게 찬성 여부를 물었다. 두 후보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한동훈 후보는 "공소 취소는 법무부 장관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법을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나 후보는 "여전히 생각이 바뀌지 않으셨군요. 아직도 검사이신 것 같다"라며 "검찰청법에는 구체적 사건의 수사지휘권이 있다.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인 사건의 수사지휘권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당의 법무부 장관인 만큼, 여당 의원들의 법적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민주당에 잘못 이용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법무부 장관이 어떤 특정 사건에 대해서 어떤 방향성을 (지휘하는 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겨서 할 수 있다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동지들의 절절한 호소" vs. 한동훈 "장관이 '동지'로서 업무 못해"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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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후보 역시 바통을 이어받아 한 후보를 집중 추궁했다. 원 후보는 나 후보의 청탁을 두고 "사건 관계자의 부탁으로 들었느냐? 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동지로서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이 희생을 당한 많은 우리 동지 당원들과 당직자들과 보좌관들과 의원들 30명이 넘는 그 의원들의 고통을 절절히 호소하는 그런 이야기로 들었느냐?"라고 물었다.

한 후보는 "저는 당시에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무부 장관이 당의 동지로서 어떤 그 업무를 담당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께서 그 말씀 들으시면 좀 우려하실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지만, 내각의 관료가 여당의 '동지'로서 기본적인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길 수는 없다는 맥락이다.

그는 "당시 패스트트랙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당원 동지들의 마음을 제가 조금 더 배려했었어야 했다. 제가 신중하지 못했다"라면서도 "다만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거절해야 맞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원 후보는 "장관은 단순히 공무원일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의 어떤 정무적인 내용들까지도 함께 분담해서 이 부분을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집권 여당이 되었으면 당연히 이 잘못된 기소에 대해서는 바로잡는 조치가 있어야 될 것이고, 그래야 이것을 믿고 앞으로 우리 많은 당원과 보좌진들과 당직자들 또 의원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이재명 무도한 야당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거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일이 생기면 또다시 현행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이다. 원 후보가 "법무부 장관은 그냥 사건을 다루는 관료일 뿐이다? 이게 과연 동지 맞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의 임무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라고 거리를 뒀다. 대신 "오히려 그 패스트트랙 사건으로서 고통받는 보좌진이라든가 전·현직 의원님들에 대해서 당의 지원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이 제대로 법률적인 지원을 안 해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아직 여야 모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저는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우선순위를 둬서 먼저 해결하게 되면 사법적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원 후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법무부 장관, 법 집행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당과 동지로서, 동지적 관계로서 법무부 장관의 임무를 수행했어야 된다?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고 많은 국민들께서도 그 말씀에는 동의하지 않으실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당사자의 비공식 요청 잘못... 국민 용납 안 할 것"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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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후보로부터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원희룡 후보는 나경원 후보에게 질문을 돌렸다. 두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과 이후 사과 태도가 적절하지 않다며 서로 맞장구를 쳤다.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누가 지금 의회 민주주의 폭거에 나가서 싸우겠느냐?"라며 "당연히 잘못된 그 야당 탄압용 보복 기소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주는 게 맞다. 공소 취소? 그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 질서를 바로잡아달라는 저의 요청을 개인적 청탁이나 된 것처럼 정말 온 천하에 알리는 그런 자세"라며 "우리가 그런 자세를 갖고 있는 분 당대표는커녕 당원으로서의 자격이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지금 우리 당원 게시판과 우리 의원들 단체 대화방이 들끓고 있고, 지금 민심이 들끓고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아직도 인식을 잘 못하고 '자기는 옳다'라는 이것만 고집하는 것 같다"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우리 당의 수많은 정치인들과 우리 당원들과 수많은 대화를 했을 텐데 나중에 불리해지면 그 캐비넷 파일에서 꺼내서 또 약점 공격의 재료로 쓸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저하고 통화한 거를 줄줄줄줄 읊으셨지? 원 후보"라며 "저하고 식사하고 통화한 내용들을 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줄줄줄줄 언론에 읊으시지 않았느냐?"라고 반격했다. 원희룡 후보가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나 기타 언론과 접촉하며 한동훈 후보와의 식사 자리나 통화했던 내용들을 언급한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원 후보는 본인의 주도권을 활용해 한동훈 후보가 더 이상 답하지 못하도록 끊어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에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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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후반부 주도권 토론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반복됐다. 한동훈 후보는 마지막까지 "사건의 당사자가 그렇게 비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은 공소 취소를 할 권한이 없다"라며 "우리 당은, 우리 대통령은, 우리 공약 자체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걸 명확하게 했고 실제로 그래 왔다"라고도 해명했다.

그는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활동하면서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도 다 그 논리로 방어했다"라며 "그런데 여기서, 당에서, 그것도 당사자가 얘기한다고 그거를 그런 방식으로 공소 취소를 지시한다? 저는 그건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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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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