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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는 우리 몸 안에 심장과 호흡 소리를 듣고 몸 상태를 진단하는 도구다. 이처럼 기획 연재 <청진기>는 청년의 시각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조명하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다. 이를 위해 당신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개개인의 삶마다 사회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곧, 당신이 필요하다.[기자말]

제주가 바다에 둘러싸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일 터, 그렇다면 제주가 두른 것은 무엇인가. 바로 밭담, 산담, 집담 등 돌담이다. 제주 사람에게 '담'은 땅을 구획하는 '경계'이자, 마을을 연결하는 '관계'였다. 썰물이 되면 해안가에도 돌담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육지와 바다를 잇는 길처럼 보이는 이것을 '원담'이라 한다.

 지난해 금능원담축제 전경이다
지난해 금능원담축제 전경이다 ⓒ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행사장에는 노래 경연, 오케스트라, 밴드 공연 등 축하공연이 있다.
행사장에는 노래 경연, 오케스트라, 밴드 공연 등 축하공연이 있다. ⓒ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원(垣)'은 담 또는 울타리를 뜻한다. 말 그대로 원담은 자연 지형을 이용하거나 인공 담을 쌓아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장치한 구조물이다. 조수 차를 활용한 '친환경 그물'인 셈인데, 돌 많고 해풍 거친 바다에 일반 어망을 쓸 수 없었던 옛 제주인의 지혜가 담겼다.

원담이 바깥쪽으로 비스듬한 이유에도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단순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바깥쪽을 낮게 쌓아야 고기가 쉽게 넘어오고, 파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반면 안쪽을 수직으로 쌓아 도로 넘지 못하게 한다. 원담에 들어온 고기는 그물에 시달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제주멜(멸치)이 최상품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양문화유산 '원담'이 최근 어로기술 발달로 방치돼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금능리 주민들은 원담문화를 지키고자 매년 '원담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8월 3~4일(토,일) 이틀 동안 금능해수욕장에서 진행한다. 송문철 금능리 이장은 "이번 축제에 '원담해설' 프로그램을 처음 시도할 것"이라며, "선조들 지혜가 살아 숨 쉬는 현재 진행형 교육 장소이자, 사회문화적 가치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행사 첫날에는 깅이잡이, 노래자랑 및 댄스경연, 선진그물체험, DJ공연이 열리고, 이튿날 4일에는 테왁수영대회, 맨손 고기잡이, 특설무대 등이 진행된다. 더불어 이틀 간 아동용 원담 고기잡이, 커피박키링 만들기, 천연모기퇴치 목걸이 만들기 등 상시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바가지 관광 막고자 주민들이 솔선수범

손님맞이 준비에 송 이장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정 여유가 없어 참가비 인상을 고민하는 한편 최근 '바가지 요금' 문제로 제주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 수는 595만 345명으로, 지난 같은 기간 643만 8390명에 비해 약 49만 명(7.6%)이 줄었다. 지난해 제주관광공사의 '내국인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서도 과반이 '비싼 물가(53.4%)'를 불만족 이유로 꼽았다. 그런 송 이장의 걱정을 덜어준 건 주민들이었다.

"우리 마을 부녀회에서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지 말자며 그 어떤 요금 인상도 반대했습니다. 아마 도내 해수욕장 중 우리가 가장 저렴할 겁니다."

축제 음식은 금능리부녀회가 설립한 '금능맛차롱협동조합' 부스에서 맡는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소라비빔밥(1만 원), 원담국수(8000원), 열무국수(8000원), 해물파전(1만 원)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그중 깅이(게)튀김(1만 원)은 원담축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또한 행사장에서 상품권을 구매하면 몸국, 톳장아찌, 열무김치, 뿔소라톳소시지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밖에 수영대회와 맨손 고기잡이 참가비는 예년과 동일하게 각각 1만 원, 2만 5천 원(어린이 2만 원)을 받는다.

 맨손 고기잡이에 참여한 아이가 고기를 잡았다. 고기잡이는 이튿날에 진행하며, 현장에서 신청해야 한다.
맨손 고기잡이에 참여한 아이가 고기를 잡았다. 고기잡이는 이튿날에 진행하며, 현장에서 신청해야 한다. ⓒ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바당밭서 자란 아이들이 원담 지키는 어른 돼

제주에서는 해산물을 얻는 바다를 가리켜 '바당밭'이라 한다. 금능 토박이들은 어린 시절 바당밭에 고기가 들면 함께 잡고, 겨울 파도에 무너진 담을 쌓은 추억이 있다.

"원담은 마을 경제에 굉장히 중요했어요. 예전에는 육지밭에 소득이 별로 없으니까 바당밭에 의지했어요. 그때는 멸치가 많아서 무릎까지 차오르곤 했어요."

"새벽에 멸치가 들어오니까 학교 가기 전까지 잡아야 했어요. 돌담 쌓아 구멍낚시하고, 친구끼리 수영하고, 고둥 속에 깅이도 잡았지요."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정은희 대표는 원담의 기능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바다생물 서식지, 해산물 채취지, 체험 놀이 공간, 어촌 마을별 경계 표시, 고기 가두는 그물, 파도로부터 방어, 바다와 육지를 잇는 길의 역할 등이다. 금능마을회는 이런 원담의 역사·문화·자연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지키고자 축제를 기반으로 참가자들에게 체험 학습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주콘서트> 저자 정광중도 현세대 사람들이 원담의 가치를 되새기길 바랐다.

소중한 원담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인 어로 기술 소멸과 공동체 정신 상실이라는 측면과도 맞물린다. 따라서 앞으로 제주 원담을 지켜나가는 일도 현세대인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단합 필요한 선진그물 낚시

조선시대 이형상 제주목사(1653~1733)는 <남환박물>에서 "제주도의 산은 험하고, 바다는 모질어 그물을 쓸 수 없다"고 기록했다. 사실 제주에는 그물이 없던 게 아니라, 지역 풍토에 맞게 자리그물, 상어그물, 멸치그물 등으로 개량해 사용된 것이다. 작은 고기 잡는 데 쓰던 원형그물 '사둘'을 보고 있노라면, 육지에서 온 이 목사에게는 제주식 그물이 생소할 법하다.

 과거 제주 어민들은 고기를 잡을 때 원형그물 ‘사둘’을 이용해 낚시했다.
과거 제주 어민들은 고기를 잡을 때 원형그물 ‘사둘’을 이용해 낚시했다. ⓒ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선진그물을 잡아당기고 있다.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선진그물을 잡아당기고 있다. ⓒ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원담축제의 숨은 묘미는 첫날 야간에 진행하는 '선진그물 체험'이다. 금능 바다의 넓은 모래밭을 '선진터'라 하는데, 과거 물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나와 대형 그물을 사용해 고기를 잡았다. 마을 전체가 참여해 기여에 따라 수익금을 나눠 가졌다고 전해진다.

선진그물 낚시의 핵심은 '단결력'이다. 어장 안에 멸치를 포위해 목적지까지 몰고 간 다음, 고기가 도망가기 직전에 그물을 드리워야 최대한 포획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그물 양쪽 간격이 너무 좁혀지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이는 공동체 결속 없이 불가한 작업이며, 지금도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치는 제주인들의 문화적 토대라 할 수 있다.

'어린이', '캠핑족', '교통약자' 모두 즐기는 금능리

국립생태원은 '제주도 생태자산 100곳의 생태계서비스 평가'에서 도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태자산을 '금능해수욕장'으로 꼽았다. 금능 바다는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 등 수영 초보자에게도 알맞다. 또 백사장 너머 보이는 비양도 풍경은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트로트 가수 양지은 씨는 아버지가 과거 한림공원 직원 시절 금능 해변에 야자수를 심었다고 밝혔다.
트로트 가수 양지은 씨는 아버지가 과거 한림공원 직원 시절 금능 해변에 야자수를 심었다고 밝혔다. ⓒ MBC 예능 <구해줘! 홈즈>
그러나 금능 바다만 보러 오는 건 '금능을 제대로 즐긴다' 할 수 없다. 금능리는 tvN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푸릉마을' 실제 촬영지로 알려졌고, 가수 양지은씨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능 해변 야자수를 아버지가 심었다"며 제주 출신임을 인증해 더욱 화제가 됐다.

양씨가 언급했듯 금능 해변은 야자나무와 더불어 소나무가 무성하다. 야자수의 이국적 분위기와 송림의 향토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이 펼쳐진다. 이에 '금능야영장'은 캠핑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명소 중 하나다. 특히 이곳은 숲과 바다가 해 질 무렵 노을을 만날 때 장관을 이룬다.

또한 금능리 지형 대부분이 해발 100m 이하 평지로 이뤄져 '무장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2011년부터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를 위해 올레길 일부 코스에 '휠체어 구간'을 만들었다. 그중 14코스(저지~한림)의 휠체어 구간은 일성콘도부터 금능해수욕장(2.1km)까지다. '교통약자 맞춤형 관광지'를 추천하는 서비스 '같이올레'는 근처 금능석물원을 소개했다. 이곳은 석공예 명장 장공익 선생의 3500여 점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석상을 통해 제주 생활사를 경험할 수 있다.

# 지금 시기 마을 주요 농산물에는 옥수수, 단호박 등이 있으며, 행사 부스에서 요리해 판매할 예정이다. 주차는 금능해수욕장과 금능리사무소, 한림공원 맞은편 주차장이 개방된다. 당일 행사 문의와 안전관리는 행사장 동쪽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본부석에서 담당한다.

 올해 금능원담축제 포스터다. 축제에는 고기잡이, 깅이잡이 수영대회 등 놀거리와 오케스트라, 특별공연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올해 금능원담축제 포스터다. 축제에는 고기잡이, 깅이잡이 수영대회 등 놀거리와 오케스트라, 특별공연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올해 금능원담축제 일정표다. 당일 조류시간에 따라 세부 일정이 변경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올해 금능원담축제 일정표다. 당일 조류시간에 따라 세부 일정이 변경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 금능원담축제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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