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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상설공연
 국악상설공연
ⓒ 루트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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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의 북쪽 끝자락, 광산(光山)구와 장성군 남면 경계 국도 1호선이 지나는 길목에 비아동이 자리하고 있다. 비아동은 근대화가 일찍 시작된 곳이어서 오래 묵은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구한말 개장한 비아오일장을 비롯 일제강점기 개교한 비아초등학교, 무양서원, 지금은 사라진 비아극장, 비아막걸리 등 오랜 전통의 명물이 수두룩하다.

아울러 도시개발이 늦어진 탓에 예스러움이 고즈넉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동네다. '바람의 딸'로 불리는 여행작가 한비야씨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 비아에 매료돼 자신의 책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2002)에 각별한 비아의 느낌을 적어놓은 바 있다.

이처럼 '우리 것, 우리 문화'가 꿈틀대는 비아동에 민들레 홀씨처럼 찾아와 마을을 환하게 밝히는 문화예술 단체가 있다. 2019년 비아동 첨단교회 맞은편 옛 호남문화재연구원 건물에 새롭게 둥지를 튼 '루트머지'다. 루트머지는 'Root(루트, 뿌리)와 Merge(머지, 흡수)'의 합성어로 국악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고양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즉,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한다.

"가난한 예술가도 4대 보험에 가입해보자는 취지"
 
 공연 프로그램 '시인의 사계'
 공연 프로그램 '시인의 사계'
ⓒ 루트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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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명의 국악인이 모여 결성한 루트머지는 탄생 과정이 눈물겹다. 루트머지 홍윤진 대표는 "가난한 예술가들도 4대 보험에 가입해 보자는 취지에서 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만들고 보니 경험을 해보지 않은 일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이 무렵은 경제적으로 몸집을 불린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K-컬처'를 위협했다. "2012년 중국이 우리나라 고유의 아리랑뿐만 아니라 한복과 가야금까지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것부터 지키고 알리자는 취지에서 사회적기업을 만들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2013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고 2015년 정식 인증을 받았다. '음악으로 소통하는 사회적기업'을 표방하는 루트머지는 이러한 미션에 걸맞게 'K-컬처' 전파의 선봉에 섰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해외 무대에까지 활동폭을 넓혔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2019년 주식회사로 전환, 북구 운암동에서 보다 넓은 공간이 있는 현재의 비아동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그리고 넓은 사옥 공간을 활용해 사업 영역을 공연, 기획제작, 문화행사, 교육의 4개 분야로 확장했다.

아울러, 부설연구소와 벤처기업, 작은도서관을 새롭게 설립해 비즈니스 플랫폼을 다양화했다. 1층은 사무실 겸 연구실, 2층은 작은도서관과 공연장, 그리고 옥상은 인조잔디를 깔아 야외체험장으로 꾸몄다.

하지만 사옥을 옮기자마자 코로나로 3년간 활동이 막히는 바람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수입이 거의 없어 지원금과 대출금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며 버텨야 했다. 작년부터 차츰 회복되고 있지만 대출금 상환시기가 도래해 마음이 무겁다.

천만다행으로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지역문화유산 활용사업 중 하나인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에 선정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고택·종갓집 활용 분야에는 '광산사계몽(夢)-네 날의 노래'가 선정돼 광산구 관 내 용아생가, 김봉호가옥, 장덕동 근대한옥의 특성을 살린 기후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루트머지는 기후위기 관련 예술강연과 체험, 공연 프로그램인 '용아살롱(시인의 사계)'와 초등학생 시문학 인식 교육 프로그램 '용아시인학교', 문화유산 통합형 축제 '화려강산 고택축제'를 맡아 연중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연주자와 기업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목표"
 
 국악상설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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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강진 영랑생가를 탐방하는 교류 프로그램, 10월은 초가집의 위대함을 다루는 과학 강연, 용아생가 초가집 만들기, 퓨전국악 공연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루트머지는 올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공모한 '예술로 어울림' 사업에 'Via(비아) 예술놀이터' 프로그램이 선정돼 안정적인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전국 40개 기관이 선정되었는데, 광주에서는 조선대산학협력단과 루트머지가 선정되는 행운을 안았다. 이에 따라 6월부터 12월까지 비아동의 주민들과 함께 10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예술 프로그램은 손님을 맞이하던 사랑방처럼 예술가와 지역민(이주민, 거주민)이 함께 우리의 삶을 문화예술로 표현하고 일상에서 꽃 피울 수 있는 생활밀착형 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가야금중주단(아동 대상), 판소리 합창단, '불어라 나의 아리랑'(노인 대상), '예술꽃이 피었습니다'(근로자 대상)가 있다. 기획프로그램으로는 비아탐험대(가족 대상 2회 운영), '지구가 아파요'(아동 대상), 세계문화유산 판소리(가족 대상), 아시아전래놀이(가족 대상)가 있다.

또한 현장학습으로 '마한 문화유산을 찾아라'(2회 운영), 그리고 축제형 프로그램 '비아로 예술로 파티'가 있다. 6월까지 수요자 접수를 받았으며 7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루트머지(062-444-0767)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홍윤진 대표는 가야금 연주자로 광주예고를 거쳐 전남대 국악과와 문화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특히 신창동 마한유적에서 발굴된 현악기 복원 및 실용화에 관심이 많다. 홍 대표는 "연주자와 기업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목표"라며 "꾸준함을 잃지 않고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는 일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연 프로그램 '시인의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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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트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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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만드는 광산구보에도 실렸습니다.


#루트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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