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국화축제 이름에 친독재 전력이 뚜렷한 이은상(1903~1982)의 시조 제목인 '가고파'를 끼워 넣은 조례개정안이 논란 속에 창원시의회(의장 손태화)에서 통과되었다.
창원시의회는 22일 오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의장직권 상정된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일부 개정조례안(대안)'에 대해 표결 결과 찬성 24명, 반대 18명, 기권 1명으로 처리했다.
창원시는 지난 6월 말 축제위원회에서 마산국화축제를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인 3‧15의거를 폄훼하고 이승만‧전두환 등 친독재 행적을 보여 비판을 받아 왔다.
앞서 창원시의회 문화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18일, 19일 회의를 열었지만 관련 조례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순욱 위원장이 여론수렴이 되지 않았고 절차를 위반했다며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서는 의장직권상정을 두고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국민의힘 강창석 문화환경도시위 부위원장은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자동산회 했고 의결을 하지 못했다"라고 보고했다.
국민의힘 남재욱, 박선애, 구점득 의원은 찬성 입장을 보였다. 남 의원은 "마산시민들은 가고파를 선호한다"라고, 박 의원은 "가고파가 왜 이념의 대상이 되었느냐. 가고파 가곡을 부르고 싶다. 감성적인 향수를 일으키는 가고파를 왜 못 쓰느냐"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정, 문순규, 정순욱 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 의원은 "관련 조례안 발의가 회의규칙에 따르지 않아 절차를 어겼다. 개정안에 대해 심사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했다. 박 의원이 낸 심사보류안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반대가 많아 부결되었다.
정순욱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이 조례개정안 발의를 한 뒤에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 상임위에서 심의가 되지 않았는데 본회의 상정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마산의 정체성은 3‧15의거다. 이은상은 3‧15를 폄훼하고 친독재를 했다. 가고파를 축제 명칭에 끼워 넣은 것에 창원시민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명칭 변경이 축제의 성공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이은상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냐"라고 말했다.
"끔찍한 추억을 소환하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창원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산회 뒤 축제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민주당 창원시의원과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반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가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절차 등 문제를 들어 관련 조례안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홍남표 시장의 앞잡이 역할을 하며, 후반기 의회 출범 22일 만에 의회를 파행시킨 국민의힘 손태화 의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했다.
3.15의거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민주항쟁정신계승 시민단체연대회의,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경남작가회의, 창원민예총,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창원지부, 열린사회희망연대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는 "홍남표 시장은 축제위원회 결정을 철회하고 시민에게 사죄하라", "가고파축제 직권 상정한 손태화 의장은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불의에 협력하고 독재에 부역하며 곡학아세를 일삼던 이은상의 상징인 '가고파'를 끼워 넣는 국화축제 명칭은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민주성지 마산(창원)시민들은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여 3‧15의거와 10‧18로 세상을 두 번이나 바꾼, 그 불굴의 용기와 정신으로 반민주 독재시대의 끔찍한 추억을 소환하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