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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평등을 넘어>
 <불평등을 넘어>
ⓒ 성찰과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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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얘기함에 있어 '불평등'은 빠질 수 없는 주제 중 하나이다. ​​​​혹자는 경제 성장 속에서 불평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무시하기도 하지만, 진보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의 강박과 통념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 방법을 찾기 위해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불평등을 넘어>의 저자 앤서니 B. 앳킨슨도 불평등을 연구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경제 불평등에 관심 있는 자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한 사람이다. 매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으며, <21세기 자본>을 쓴 피케티 연구에 큰 영향을 준 학자이기도 하다.
 
 평생을 부의 분배와 불평등 관계 분석에 바친 앳킨슨의 역작 <불평등을 넘어>
 평생을 부의 분배와 불평등 관계 분석에 바친 앳킨슨의 역작 <불평등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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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지수 중 하나인 '앳킨슨 지수'도 그가 만든 것이다. 앳킨슨 지수는 '균등분배의 전제 하에서 지금의 사회후생수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평균소득이 얼마인가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그것과 한 나라의 1인당 평균소득을 비교하여 그 비율을 따져보는 것'이다(출처: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불평등을 넘어>는 앳킨슨의 저서 중 거의 유일하게 번역된 책이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쓴 마지막 대중서이다. 2015년에 번역된 이 책은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현실을 잘 분석했다.

불평등을 나타내기 위한 데이터는 2013년도에서 멈춰있지만, 최신 데이터를 추가한다고 해서 그래프의 추이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2015년이나 2024년이나 소득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을 포함한 것이다.
 
 반기웅, “연소득 7억4000만원 넘으면 ‘상위 0.1%’…평균소득 18억원”
 반기웅, “연소득 7억4000만원 넘으면 ‘상위 0.1%’…평균소득 18억원”
ⓒ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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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넘어>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책의 1/3을 할애하여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15가지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안들 중 눈에 띄는 것을 조금 언급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경쟁 정책에 분배적인 측면을 도입하고, 노동조합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를 만들며, 다양한 사회적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경제협의회를 만들 것',

'기업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지분을 보유하며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공공 투자기관을 설립할 것',

'최근 시세로 평가된 부동산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비례적인 재산세 또는 누진적인 재산세를 시행할 것',

'기존 사회적 보호제도를 보완하는 나라별 참여소득을 도입할 것'이 있다.
 
 앳킨스가 제안한 대안 중 하나. ‘나라별 참여소득을 도입할 것’.
 앳킨스가 제안한 대안 중 하나. ‘나라별 참여소득을 도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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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계층이 싫어할 만한 내용만 잔뜩 있다. 이 제안들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러한 소득재분배 정책들은 '경제적인 생산을 줄이고 결국 하위 계층의 소득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이다.

부유한 이들의 돈이 '생산'으로 흘러들어 간다면야, 이 주장이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부유층이 벌어들인 돈을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 받은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고, 새로 고용된 사람들이 임금을 받고, 그 임금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말이다. 

이를 한 단어로 '낙수효과'라고 한다. 낙수효과의 논리가 맞다면, 부유한 이들의 돈을 빼앗는 소득재분배 정책들은 결국 하위 계층의 소득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낙수효과’ 이상에 빠져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낙수효과’ 이상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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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유한 이들 중 정말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생산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부동산과 금융상품의 시세 차익으로 돈을 벌려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산적인 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할지라도 '고용없는 성장'과 저임금의 불완전한 일자리만 증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처럼, 부유층의 투자가 하위계층의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논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치'다. 부유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하위 계층보다 매우 크다. 부유층은 자신의 소득과 자산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로비하고, 언론을 주무르며, 자신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권력의 불평등으로 나타난다.
 경제적 불평등은 권력의 불평등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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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생산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부유층의 소득과 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외 사람들(즉, 중하위 계층)의 소득과 자산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 어떻게 될까? 부유한 이들의 정치력은 더욱 커지고 불평등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다.

이것이 경제적 불평등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열심히 일하느라 정치에 관심을 가질 시간과 힘이 없는 우리 모르게 그들은 돈을 통해 정치력을 강화한다.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마치 우리들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속여 여론을 만들고 정책을 통과시키려 한다(최근 나타난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유하지 않고 평범한 우리는 '불평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부유한 이들에게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하더라도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경제 불평등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다.
 경제 불평등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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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얘기를 하다 보니 길어졌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불평등과 정치의 연관관계에 대해 얘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위 계급이 말하는 불평등과 관련된 논리 비판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일반적인 경제 신문에서 주장하는 논리들을 비판하는 힘을 기르고 싶은 이들에게 <불평등을 넘어> 일독을 추천한다.
 
작성: 신동주
편집: 박배민
기획: 성찰과성장.com - 민주주의 학습 놀이터

덧붙이는 글 | 외부 매체(성찰과성장, 캠페인즈 등)에도 함께 발행됩니다.


#대안경제#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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